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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브룬궁전과 마리아 테레지아

쇤브룬궁전과 마리아 테레지아 사진출처 : 트립어드바이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로코코 양식 여름 별궁인 쇤브룬은 50만 평 대지에 방이 1,400개 넘는 거대한 집이다. 호프부르크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 궁전은 왕가의 취향과 문화적 안목을 보여준다. 16세기 후반 동물원을 만든 데 이어 식물원을 조성했으며 인근 숲에서는 왕실 남자들이 사냥을 즐겼다. 성벽 바깥에 있었던 탓에 오스만제국 군대에 짓밟혀 쑥대밭이 되기도 했지만 18세기 중반 제국을 통치했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새로 꾸몄다. 일부 건물을 증축한 19세기 후반에 지금의 쇤브룬이 되었다. 쇤브룬 궁전은 안과 밖의 모든 것이 베르사유보다는 덜 사치스럽다는 점이다. 합스부르크 왕실이 부르봉 왕가보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빈의 지배자들이 루..

여행, 걷기 2022.11.12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는 헝가리(동), 스위스(서), 이탈리아(남), 독일과 체코(북)에 둘러싸인 완벽한 내륙 국가다. 국토 면적은 8만4천㎢ 대한민국보다 조금 작지만 대부분 산악이고 경작지가 적어 인구가 9백만 명도 되지 않는다. 빈은 알프스 북쪽 비탈에 있으니 주변 지세가 험준할 거라 짐작했지만 슈테플 전망대에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도나우강을 낀 평지에 들어선 도시였다. 유럽은 중세 내내 봉건 영주와 왕들의 영토전쟁에 휩쓸렸고 몽골과 투르크를 비롯한 외부 침략에도 시달렸다. 평지의 도시에는 높고 튼튼한 성벽이 생존의 필요조건이었다. 오스트리아 국민은 대부분 독일어를 쓰고 가톨릭을 믿는다. 고대독일어에서 '동쪽 땅'을 의미했던 국명 외스터라이히(Österreich, 오스트리아는 이 단어의 라틴어 표..

여행, 걷기 2022.11.09

숫따니빠따

나답게 홀로 우뚝 사는 방법 《숫따니빠따》 석가모니는 입적한 후 제자들이 모여 그가 설법한 내용을 암송하기 쉽게 글로 적었습니다. 그중 훌륭한 글을 모은 것이 《숫따니빠따》로, 불교 초기에 만들어진 경전입니다. 팔리어로 숫따(sutta)는 경經을 뜻하고, 니빠따(nipāta)는 모음集을 뜻합니다. 불교가 종교의 모습을 갖추기 전 석가모니의 생생한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경전으로 이해됩니다. 이후에 나온 경전처럼 어렵지 않고 깨달음의 핵심을 잘 전해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고한 법정스님이 번역본을 출간하고 강의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공지영 작가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크게 히트하였고 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 어려운 불교 경전과 달리 두세 ..

종교 2022.11.04

지교헌 / ‘진리의 주체는 인간이다’(교음사)중에서

공자도 ‘내가 아는 것이 있느냐? 나는 아는 것이 없다’(吾有知超乎酸아 無知也)고 말하고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모른다’ (知者不言 言者不知)고 하였다. 소크라테스와 공자는 왜 ‘모른다’고 말하고 노자는 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을까? 사람의 인식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결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너무나 많다. 글은 사람의 말(言)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은 사람의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고 하는데 뜻은 사물의 본질과 실체를 다 나타내지 못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도 비슷한 경우라고 보인다. 성인들이 '모른다'고 말한 것은 음식물이나 약물과 같은 비근한 경우를 훨씬 초월하여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기본을 말한 것이지만 하학이상달(下學而..

야래향(夜來香)

야래향(夜來香) 사진출처 : 크라우드픽 내가 야래향(夜來香: Telosma cordata)을 기르는지는 꽤 여러 해가 되는 것 같다. 공동주택단지 내에서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야래향을 발견하여 가느다란 가지를 한 줄기 얻어다가 화분에 심어서 기른 것이다. 그런데 처음 몇 해 동안은 관심을 가지고 자주 들여다보았지만그 후로 나의 관심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것은 야래향이 내가 기대한 만큼 탐스럽게 자라서 꽃을 피우지 않은 까닭이었다. 야래향은 가지가 너무 가늘고 연약해 보일뿐만 아니라 너무 길게 뻗어서 축축 늘어지는 모습이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비좁은 베란다에 여러 개의 화분을 늘어놓은 형편인지라 위로 향하여 꼿꼿하게 커 오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데 야래향은 나의 기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나..

청계산 수필 2022.11.03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가족과의 이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가족과의 이별 최근 고향 후배이자 옛 직장 동료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른 두 살의 시집간 딸이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만약 이런 일을 제가 당했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끝없이 흘린 눈물, 그것이 바로 피눈물입니다. 부모 형제, 가족과의 이별은 슬프고 슬픈 일지만 그중에서도 배우자나 자식과의 이별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무신론자지만 이때부터는 영혼을 믿고 신을 찾게 될 겁니다. 왜냐면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야 하고 비록 곁에 없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 집안 어디를 보나 늘 그(이)가 있는 것 같고, 무심히 지저귀는 새소리..

식탁 위의 약봉지

식탁 위의 약봉지 어느 시인이 '봄의 선구자'라고 찬양하던 진달래가 매봉의 서북기슭을 연분홍으로 뒤덮었다. 벌써 여섯 달째나 병원을 찾고 약을 먹는 나는 우울한 마음을 안고 숲속으로 들어섰다. 자연보호단체에서 가꾸는 것으로 보이는 투구꽃. 금불초꽃. 창포. 벌개미취. 비비추구절초. 참나리 .뱀딸기. 층꽃풀 따위가 무리 지어 새 싹을 틔우고 있으니 산책길은 생기가 감돈다. 매지봉과 종지봉을 정점으로 청계산을 바라보며 뻗어 내린 산기슭에는 소나무.참나무. 아카시아 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노간주나무를 비롯한 잡목이 섞여서 우거진 모습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딱따구리의 나무 찍는 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한다. 꽃과 나무와 새들은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려는 듯 나를 반겨주지만 내 마음속에 도사리..

공감 Best 20 2022.10.29

지교헌 / ‘방황과 고뇌의 세월, 나의 참회록’(교음사)중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제일 불편한 것은 아무래도 신발이었던 것 같다. 운동화나 고무신은 너무나 귀하여 여름에는 '게타'를 신고 겨울에는 짚신을 신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름에 게타를 신고 다니노라면 발에 땀이 나서 미끄럽기도 하고 게다 끈이 끊어지면 갑자기 고치기도 힘들었고 게타가 반대편 발목에 있는 복사뼈(거골)를 때려서 진물이 흐르게 되고 이미 진물이 흐르는 곳을 다시 때리게 되면 얼마나 아픈지 자지러질 지경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겨울이 되어 눈이 쌓여도 게타를 신고 등교하는 수가 있었다. 짚신은 주로 겨울에 신지만, 진 데를 밟거나 눈이 내리면 물기가 스며들기 때문에 양말이나 버선이 젖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시골길 시오리라는 것이 실제로는 8km 이상이나 되는데 짚신은 아무리 조심해 신어..

청계산 수필 2022.10.28

사범학교 입학시험

사범학교 입학시험 사진출처 : 청주교육대학교(구글이미지) 나는 1947년 9월 3일, 6년제 청주사범학교에 입학하였다. 형제들 중에서 처음으로 일류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으니 온 집안의 경사이기도 하였다. 내가 사범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였을 때 어떤 사람은 '벼슬'하였다고 나를 칭찬해 주었다. 당시 내가 살던 새마을(화하리 신촌)은 방죽마을을 합하여 약 50호의 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사범학교에 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범학교는 다른 중학교에 앞서 특차로 신입생 선발시험을 실시하였고 국민학교에서 특별히 우수한 학생들이 아니면 합격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마을에는 청주상업중학교와 농업중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청주사범학교에는 최재룡과 내가 처음으로 입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생략...

청계산 수필 2022.10.25

여수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오늘도 여수에 와 구봉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빈 의자를 보고 잠깐 멈춰서 폰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누군가가 앉아 있어야할 것 같은 자리가 비어있어 허전해 보였고 집사람과 함께 여기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 좋겠다며 홀로 산행을 아쉬워했습니다. 숲속이지만 의자가 깔끔했고 주변에 쌓인 낙엽이 푹신해 보였습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제 인생의 시계도 겨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멀리 아들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지 30년이 지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왠지 위축됩니다. 하지만 집이 가까워지니 제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집에 가면 집사람과 아들이 기다리..

전원일기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