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와 억새 지금 제주의 오름과 들판에는 억새가 한창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꽃이삭에 햇빛이 비치면, 들판의 윤슬이 된다. 청명한 가을날, 한라산 자락의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2026 제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 뒤섞이고 변화해온 제주의 역사와 삶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그중 유독 발길을 끄는 곳은 작가 이진경의 전시실이었다. ‘나는 그 초록인가’라는 제목 아래 제주의 자연과 민중의 삶, 유배와 민란의 기억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어구로 꾸며진 입구를 지나면 제주 민란의 역사와 장두들의 초상, 당과 심방, 한라산과 오름, 미역과 갈치, 귤 등 제주의 삶을 이뤄온 풍경과 사물들이 서로 얽히고 이어진다. 글씨와 그림, 오브제와 소리가 중첩된 공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