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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나이드니 집사람이 가끔 밥 차리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사실, 집사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여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집밥 차려 먹는 것이라 합니다. 제가 “반찬은 사서 먹고. 가끔 외식을 하자”고 제안하면, 워낙 위생관념에 철저하고 사먹는 음식은 조금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 기름에 볶으고 조미료 설탕이 등이 많이 들어간다고 마다합니다. 그런데 집사람의 요리과정을 관찰해 보면 아채를 씻고 다듬는 등 준비하는 시간이 남들 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행동이 빠르지 못해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도 하루종일(?) 걸립니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 집사람을 바라보면서 걱정합니다. “이러다가 무슨 탈나는 것 아니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지만 순간뿐이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생략...) 정당이 입법적 타협을 통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맡기면,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는 오히려 이념적 분열을 심화하고 사법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한다.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타협과 합의를 생명으로 한다. 정치의 사법화는 타협과 합의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심의의 본질은 훼손되고, 제도적 정당성은 약화한다. 정치의 사법화는 이념적 분열을 고착시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왜 우리 정치가 이렇게 망가졌는가? 누가 이러한 위기 상황을 초래했는가? 지금의 탄핵정국에서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적 악으로 단죄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번에 걸쳐 강조하였지만, 윤석열이 사라진다고 우리 정치가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

명칼럼, 정의 2025.04.02

봄날의 봄볕

봄날의 봄볕   (...생략...) 봄이 오고 있다. 미세먼지로 탁한 봄 하늘을 눈곱 낀 듯 아스라한 시선으로 가만히 올려본다. 밝아진 햇빛이 겨울과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고재현 교수님의 책 에 따르면, 태양 깊은 안쪽에서 출발한 빛은 100만년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태양 표면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빛은 빼꼼 고개를 내밀고, 곧 걸음을 재촉해 우주 공간을 빠르게 가로질러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다. 전자기파인 빛은 내 얼굴에 닿아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흔쾌히 내놓고, 몸을 이루는 입자들의 마구잡이 열운동을 늘려 내 피부의 온도를 높인다. 바로 이때 빛이 볕이 된다. 보낸 것은 빛인데 닿고 보니 볕이 된 따사로운 봄볕에서, 빛이 볕이 된 100만년을 생각한다. 빛은 눈이 보고 볕은 몸이 본다..

명칼럼, 정의 2025.03.27

우이령길 탐사를 마치고

우이령길 탐사를 마치고  2월 초 우이령길 500여 미터 중간 휴게소까지 다녀와 시산제 참여한 적이 있다. 북한산둘레길 마지막코스로 알고 있고 예약을 하고 간다는데서  더욱 신비로움을 안고 있다. 며칠 전 우이령길 탐사를 위해 전날 예약을 하려니 자동응답기에서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해 북한산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하니 지금은 비수기라 주중에는 예약 없이 갈 수 있단다. 우이령길은 오래전에 마차길로 생필품과 곡식을 운반하는 소로였으며 한국전쟁 때는 피난길로, 휴전 후에는 군사작전 도로로 사용되었다.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 1968. 1.21) 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09년 7월 탐방예약제로 개방되었다. 북한산우이역 우이령입구에서 서서히 출발한다. 우이령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중간휴게소에서 김밥으로 ..

장기양 수필 2025.03.26

이 땅의 봄은 헌재에서 피어난다

이 땅의 봄은 헌재에서 피어난다하늘을 이고 있는 산들이 불타고 있다. 거대한 화염이 태양을 가렸고, 시뻘건 화마는 동물들 비명마저 삼켰다. 집채만 한 불더미가 날아다녔다. 천년 동안 기도가 끊이지 않았던 고찰도, 마을을 지키던 당산목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산청, 의성, 울산, 안동, 하동 지역을 굽어보던 산들은 영묘한 자태를 잃고 검은 숨을 내뱉고 있다. 저 숲들은 왜 우리 시대에 사라져야 하는가. 이리저리 불덩이를 던지는 바람은 무자비했다. 언론은 뜨거워진 바다에서 발생한 덥고 건조한 ‘마른바람’이 몰아쳤다고 한다. 마른바람!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 눈이 오지 않는 마른강치(강추위)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른바람이 이토록 무서운 줄은 몰랐다. 지금 남녘을 휩쓸고 있는 바람에 어떤 것이 들어 있길래 ..

명칼럼, 정의 2025.03.26

클로드 모네와 수양버들

클로드 모네와 수양버들  연초에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마침 클로드 모네 전시회가 열렸다. 게다가 전시회장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우에노 공원의 국립서양미술관이었다. 한 곳에서 세계적 대가의 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니, 이런 호재가 어디 있을까.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그 빛을 찾아 ‘방구석 화가’들을 바다로, 들로 내몰아 바깥바람을 쐬게 한 이가 모네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풍광에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담아 화폭에 옮겼다. 중년에 그는 노르망디 지방의 지베르니에 정착해 정원을 꾸미고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전시회는 바로 지베르니 정원에서 보낸 마지막 10여년의 작품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만년의 모네: 수련, 물의 풍경’이 주제였다. 모네 하면 수련, 수련 하면..

“정의엔 중립이 없다” 추기경의 울림

“정의엔 중립이 없다” 추기경의 울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 연합뉴스  (...생략...) 유흥식 추기경이 지난 21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영상담화를 냈다. 12·3 내란 후 사제 등의 시위 참가와 성명은 있었지만, 종교 지도자로선 첫 공개 탄핵 목소리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 추기경은 “우리 안의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요청했다. “사회 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한 그의 개탄은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는 말로 이어졌다. 이 말에서 단테의 에 나온 “선과 악이 싸울 때 중립을 지키는 자에겐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면 과한 유추일까. 그렇..

명칼럼, 정의 2025.03.24

봇도랑에 물이 차면

봇도랑에 물이 차면  어둡고 으스스하다. 춘분 절기에 접어들었지만 냉기가 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습관적으로 뉴스에 눈길이 간다. 뭔가 새로운 소식이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탄식과 울분에 찬 언어가 난무한다. 진영을 막론하고 희망 섞인 예측을 쏟아내지만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날 선 감정들이 부딪치며 내는 굉음에 귀가 먹먹하다. 광장을 지날 때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려오는 날 선 언어에 저절로 낯이 찌푸려진다. 증오와 선동, 냉소와 저주의 언어를 들을 때마다 채찍에 맞은 듯 가슴이 아리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연이 입을 벌려 우리를 삼키려 한다. 그 심연의 이름은 적대감과 분열이다. 아름다움, 사랑, 자유, 진리, 가족 등 ..

명칼럼, 정의 2025.03.21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콜베르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다가 대차게 비판받으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꽥꽥거리며 몸부림치는 거위의 생깃털 뽑는 장면이 연상되는 탓에 언짢게 들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세금은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국민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 그리고 너무 요란하지 않게 걷는 게 좋다는 뜻이겠다.(...생략...) 우리의 소득세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반면에 소득세 최..

하느님 보우하사, 저 법비들을 벌하소서

하느님 보우하사, 저 법비들을 벌하소서 (...생략...) “법비(法匪)는 불리하다 싶으면 순간 법추(法鰍)가 된다.” 2016년 12월 당시 조국(서울대 교수)이 종적 감춘 우병우(민정수석)를 쏘아붙인 말이다. 법비는 법을 악용하는 도적, 법추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법기술자를 뜻한다. 중국말 법비는 1990년대 이 땅에 등장했다. 해방정국 경찰, 박정희·전두환 시대 중정(안기부)·방첩사(보안사) 지나 사정권력을 검찰이 쥐었을 때다. 민주화 산물이자 수혜자, 그 검찰에서 내란 수괴가 나왔다. (...생략...) 농반진반으로, 범털·잡범들이 말하는 ‘3계’가 있다. ‘1도 2부 3백’, 도망가고 부인하고 뒷배 찾으란 말이다. 윤석열도 그랬다. 차벽·인간벽 세워 체포를 피했고, 다 아니라 했다. 그 뒷배..

명칼럼, 정의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