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73

세이노 / ‘세이노의 가르침’중에서

불꽃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불꽃의 참의미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절대 고독의 상태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만 검증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없으며 남을 위한 봉사니 사랑이니 하는 것들도 무인도에서 혼자가 된 처지에서는 무의미하다. 무슨 이데올로기를 신봉하건, 고향이 어디건, 어느 학교를 나왔건, 나이가 몇 살이건, 재산이 많건 적건, 이력서가 아무리 화려하건 간에 다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최고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돈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고? 웃기지 마라. 나는 내 인생 자체의 중요성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 돈은 내 인생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었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그저 게임의 방법을..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인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주인공은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다. 산티아고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산티아고는 누가 뭐래도 틀림없이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조각배의 돛이 여기저기 밀가루 포대로 기워져 있는 것만 보아도 노인은 마치 영원한 패배자를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노인은 희망도 기쁨도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 40일 동안 함께 일하던 소년마저 그 부모의 반대로 노인을 떠나버렸다.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고달픈 삶이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소년이 챙겨 준 정어리 미끼를 조각배에 싣고 홀로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 간다..

노화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노화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미국 하바드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앨런 랭거교수팀이 1979년에 진행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에 따르면 노화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착각에 가까웠습니다. 연구팀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 남성 8명을 대상으로 1979년인 현재를 20년 전인 1959년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했습니다. 집안 환경을 20년 전의 모습으로 꾸미고, 신문과 방송도 모두 20년 전의 것으로 채워 놓고 청소 등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하도록 했습니다. 일주일 뒤에 참가자들의 신체 능력을 검사했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들어했던 노인들의 신체 능력이 50대의 수준으로 젊어졌기 때문입니다. 앨런 랭거교수는 책 을 통해 실험의 결론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아무 생각 ..

이어령 / ‘눈물 한 방울’중에서

평등은 누구도 실현할 수 없었다. 패자들. 정치 권력자들이 만들지 못한 평등. 경제학자들이 실현하지 못한 평등. 종교가들이 구제하지 못한 평등. 아무도 하지 못한 평등을 유일하게 성공시킨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외로움이었다. 누구나 외롭다. 혼자다. 천만 명 몇억의 사람이 모여도 고독 앞에서는 다 같이 평등하다. 외로운 개인만이 남의 평등을 인정한다. 평등한 슬픔이 외로움이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걸어오는 이유다. 권력자도 경제인도 종교가도 이루지 못한 평등 나와 당신이 한다. 그것도 정말 외로운 한밤중 아무도 볼 수 없는 한밤중에. 2020.3.1. 이어령 목숨 이제 알겠니 돈으로는 달러로는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해. 내 몸 안에 있는 면역체. 나와 나 아닌 것. 그 차이를 ..

신영준, 주언규 지음 ‘인생은 실전이다’중에서

망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 망하는 것과 실패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망한 것은 결론이고, 실패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속성이 전혀 다르다. 만약 실패했고 그 상황이 끝이라면, 그것은 이제 실패가 망한 것으로 결론 난 셈이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다면 실패는 당연한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를 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안타깝게도 너무 많다. 망하지 않으려면 잘 실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실패는 아프고 괴롭겠지만, 그것을 잘 관찰하고 활용하면 절대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실패를 제대로 바라보는 인식만 탑재하고 있어도 망할 확률이 확연하게 줄어들게 된다. 우선 실패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실패했더라도 잘 살펴보면 부분적으로 성공..

어떤 죽은 이의 말/이해인

어떤 죽은 이의 말/이해인 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

제일 좋은 것이란 없다

제일 좋은 것이란 없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와인이란 없다." 그렇지, 그렇겠지.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제일 좋은 희망이라는 것도 없고, 제일 좋은 용기도 없으며, 제일 좋은 사랑이라는 것도 없다. 그것은 그 자체로 제일 좋은 것들이니깐. 「슬픈 날엔 삼페인을」 읽었다. 슬픈 날이기는커녕 내 인생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날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2018년 6월 일본에서의 첫 전시를 위해 집을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모든 전시회 준비가 그렇듯 한동안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여기서는 더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언제 앉아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일 이 시간이면 나는 후쿠오카 전시회장에 있을 것이다. 탁자 ..

내 인생의 비겁들아, 영원히 안녕

내 인생의 비겁들아, 영원히 안녕 "네가 왜 방어를 못 했는지 알아?" "실력이 부족해서요." “그게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야. 겁을 먹으니까 펀치를 못 보는 거지” 박장호 시인은 7개월간 복싱이라는 치열한 육체적 수련 과정에 몰두한다. 「샌드백 치고 안녕」은 복싱을 통해 내면을 일깨우고 삶을 성찰한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거친 숨소리와 땀 냄새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느 날 시인은 훈련 중에 스파링을 끝낸 한 중학생과 관장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듣는다. "겁을 먹으니까 펀치를 못 보는 거지." 시인은 관장님의 말이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육체만 쇠락한 것이 아니었다. 시인은 내면도 쇠락해버린 자신을 본다. 나이 먹고는 이리저리 세상이나 재면서, 용기 대신 겁이나 잔뜩 ..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우리 라코타 족은 날마다 태양에게 인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굴이 드러나 있든 구름에 가려져 있든 태양은 세상 만물에 빛을 가져다 주는 감사한 존재였다. 일찍 일어나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인디안들의 습관이자 전통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침묵으로 서서 태양을 맞이했다. 무릎을 꿇거나, 기도를 하거나, 손을 올려 합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모두의 가슴속에서 태양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야영장을 옮길 때를 제외하고는 부족 전체가 모여 아침 의식을 거행하지도 않았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태양을 맞이하는 경건한 시간을 가질 뿐이었다. 홀로 있을 때도 라코타 족 사람들은 그 경건한 침묵의 순간을 결코 잊지 않았다. 생애 전체를 통틀어 라코타 족은 태양이 건강과..

꽃구경

꽃구경 사진출처 : 민족의학신문 ‘노인이 되면 나라야마 산으로 떠나야 한다.’ 영화 (이마무라 쇼헤이 연출)의 열쇳말이다. 나라야마 정상에서 삶을 마감한 노인에게는 천국이 기다린다는 전설이 있다. 아들은 노쇠한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간다. 아이들은 노래한다. “할머니는 운이 좋아. 눈이 오는 날에 나라야마에 갔다네.” 남은 가족은 어머니의 옷을 나눠 입고 겨울을 난다. 봄이다. 꽃구경 나가기 좋은 계절이다. 꽃구경은 단지 꽃만 구경하는 일이 아니다. 봄의 생기와 활력을 몸으로 호흡하는 일이며, 대지의 향기와 따사로운 기운을 마음에 머금는 일이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 앞에서 겸허하게, 분명하게 우리의 살아있음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일이다. 그러나 올해는 선뜻 꽃구경 행장 차릴 마음이 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