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217

강인욱 / ‘세상 모든 것의 기원’중에서

강인욱 / ‘세상 모든 것의 기원’중에서 신라는 닭의 나라였다 신라 신화에 닭이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는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 신화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석탈해왕 9년(65년) 봄에 왕이 금성 서쪽 시림 숲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듣는다. 날이 밝은 후 닭이 우는 곳에 가 살펴보니 나무에 작은 함이 달려 있었고 그 안에 조그마한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다. 아이는 총명함과 지략이 넘쳤기에 알지(智)라 이름하고 금함으로부터 나왔으므로 성을 김(金)으로 삼았으며, 닭 우는 소리로 아이가 있는 곳을 발견했으니 시림의 이름을 바꾸어 계림(鷄林)이라 칭하고 이를 나라 이름으로 삼는다. 신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닭은 상서로운 기운을 전달해주는 매개체로 서술되..

유시민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뇌과학 1.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표준 질문이다. 그러나 인문학 지식만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먼저 살펴야 할 다른 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과학의 질문이다. 묻고 대답하는 사유의 주체를 '철학적 자아'라고 하자. 철학적 자아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물질인 몸에 깃들어 있다. 나를 알려면 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일반 명제로 확장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문과인 나는 과학자들이 인간에 대해 알아낸 여러 사실을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 돌·흙·물·불·공기를 비롯한 모든 물질, 달과 태양과 우리 은하의 모든 별, 다른 은하를 포함해 우주 전체에 존재..

김상욱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바다 출판사)중에서

김상욱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바다 출판사)중에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뉜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고 전자는 음전하를 띤다. 중성자는 이름 그대로 전하가 없다. 원자는 원자 번호로 구분된다. 원자 번호는 원자가 가진 양성자의 수다. 원자는 중성이기 때문에 전자도 같은 수가 있어야 한다. 3번 원자 리튬은 양성자 3개, 전자 3개를 가진다. 원자핵도 흥미로운 주제지만 만물이 원자로 되어 있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전자다. 원자핵은 원자 내부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 접근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원자들이 만나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실제 맞부딪히는 것이 전자다. 자연 상태에서는 92번 원자까지 존재할 수 있다. 빅뱅이나 초신성폭발 같은 ..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을 또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

지교헌 / ‘진리의 주체는 인간이다’(교음사)중에서

공자도 ‘내가 아는 것이 있느냐? 나는 아는 것이 없다’(吾有知超乎酸아 無知也)고 말하고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모른다’ (知者不言 言者不知)고 하였다. 소크라테스와 공자는 왜 ‘모른다’고 말하고 노자는 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을까? 사람의 인식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결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너무나 많다. 글은 사람의 말(言)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은 사람의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고 하는데 뜻은 사물의 본질과 실체를 다 나타내지 못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도 비슷한 경우라고 보인다. 성인들이 '모른다'고 말한 것은 음식물이나 약물과 같은 비근한 경우를 훨씬 초월하여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기본을 말한 것이지만 하학이상달(下學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램프 증후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램프 증후군 『천일야화』의 이야기 중 하나인 '알라딘과 요술 램프'에서, 주인공 알라딘이 곤경에 처했을 때 램프를 문지르면 요술 램프 속 요정 지니가 나타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램프 증후군은 이렇게 램프의 요정을 불러내 소원을 비는 것처럼, 현대인이 수시로 무의식 속의 걱정거리를 끄집어내서 불안해하고 근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하는 것들을 수시로 진지하게 걱정한다고 해서 '과잉근심 증후군'이라고도 하며, 뚜렷한 주제 없이 잔걱정이 가득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범불안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며, 그 자체는 지극히 정상이다. 많은 전문가는 ‘정보 과잉'이 현대인의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1. 철학에 이르는 길이란 이론을 배우는 과정이아니라, 그 자신과 세계를 위대한 책으로 삼아 스스로 사유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김종엽/‘철학특강’중에서 2. 좋은 수필을 쓰기란 싶지 않다. 시적 '서정성’과 소설적 '서사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하며, 그 속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수필의 가치와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수필은 소설처럼 허구적으로 지어내거나 시처럼 축약해서 결정화한 게 아니다. 깊은 우물에서 건져낸 차가운 우물물 한 모금처럼, 오래도록 부엌의 한 구석애서 가족의 아침을 지켜온 이 빠진 막사발처럼, 그렇게 곰삭혀 나온 이야기를 담은 것이 수필이다. 3.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들처럼, 사람에게도 생계를 넘어선 다른 차원의 삶이 있어야 한다..

놀라운 뮤지컬, 해밀턴의 세계

놀라운 뮤지컬, 해밀턴의 세계 카리브해 섬 출신의 마이너리티 소년 이야기로 미국이 들썩거렸다. 건국 초기부터 평등과 자유를 기치로 내건 신생 아메리카에서 차별을 딛고 일어선 주인공,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이다. 촘촘한 유럽 주류사회 이민자 사이의 엄연한 격차도 피부색부터 다른 소년을 굴복시키지는 못했다. 서인도제도 설탕 섬, 세인트 크루아 S. Croix 의 사생아라는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나 13살 때 어머니를 잃고 고아가 된 그는 동네 유지들이 마련해준 노잣돈으로 뉴욕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공부보다 정치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해밀턴은 재학 중 아메리카 독립군에 입대해 미국을 위해 싸웠다. 이때 조지 워싱턴 장군을 만났다. 인생의 대반전이었다. 그의 부관으로 발탁되어 미국 독..

인간은 왜 개와의 평화협정 위반할까

인간은 왜 개와의 평화협정 위반할까 “개껍닥 갖다 고구마 줘라”라는 엉터리 말에도 나는 소쿠리를 들고 봉당 개밥그릇으로 향하곤 했다. 어릴 적 일이다. 두 귀가 늘어지고 반가우면 등 뒤로 말린 꼬리를 부산히 흔들며 다가서던 개와 나는 마당이 좁도록 뛰며 종일 함께 놀았다. 날이 저물어 서녘 하늘에 개밥바라기별이 뜨면 종지에 약지와 중지를 넣고 개밥이 너무 차거나 뜨겁지 않은지 혹은 간이 맞는지 확인하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교 다녀온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그 황구를 마지막으로 지금껏 개와 다시 인연을 잇지 못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가축화되었다는 개의 숫자는 계속 늘어서 현재는 10억마리가 넘는다. 인구 1000명당 약 130마리에 해당하는 값이다. 개의 분포는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크다...

1.5도와 2.0도의 차이

1.5도와 2.0도의 차이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인데 조금씩 차이가 있다. 재는 방법이나 부위, 시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36.5도 위아래로 1도 범위 안에 있으면 정상으로 판단한다. 체온이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반면 평소 정상 체온만 유지해도 병에 걸릴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지구에 사람이 사는 것도 기온이 적당하기 때문인데, 조금만 더 따뜻하거나 추우면 생명체가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평균온도가 15도라고 보고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2011~2020년)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1850~1900년)에 비해 1.09도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