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214

대법관 증원과 다양성 강화, 페스티나 렌테!

대법관 증원과 다양성 강화, 페스티나 렌테! 대법관 증원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 공포 후 1년 유예기간을 거쳐 4년간 4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에 제동을 걸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언제든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법관 증원은 필요하다. 지금의 대법원 구조로는 주권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없다. 다만 숫자 늘리는 데만 집중해선 곤란하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23년 기준 상고 사건은 3만7669건(사법연감·접수 ..

민주주의는 방귀다

민주주의는 방귀다(...생략...) 중학생 때 처음 받은 영어사전은 이름이 ‘콘사이스(Concise)’였지만 전혀 간략하지 않았다. 두툼한 사전을 잘근잘근 씹어먹듯 외워야 한다고 해서 몇번 입에 넣었지만 단어는 머리에 남지 않고 항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인물 하나가 사전에 대한 나의 감정을 조금 바꾸었다. 그는 새뮤얼 존슨. 18세기 영국의 문인이자, 최초로 본격적인 영어사전을 만든 사람이다. 당시엔 표준화된 영어라는 개념조차 희박한 시대였던지라, 존슨은 혼자서 수십년 동안 수천개의 단어와 그 용례를 모아 책을 냈다. 어두운 골방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한 까닭에 그는 ‘무료함’을 정의할 때 “사전을 만드는 일”을 예로 들었다.(...생략...) 닥터 존슨은 남달랐다. 그의..

과학기술 사이 쉼표 하나

과학기술 사이 쉼표 하나 대한민국 헌법 127조 1항.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 짧은 조항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나를 놀라게 했다. 하나는 헌법이 무려 과학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긴 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 과학이 지닌 헌법적 책임이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과학의 가치는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헌법에서 과학이란 단어는 1963년 헌법 개정 당시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과학은 국가 발전이란 대의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실용적 도구로 다뤄졌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지난 수십년간 국가 지도자가 말하는 과학기술에서 사실 과학은..

‘제주 4·3’ ‘산림녹화’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현대사의 아픔과 회복 담아”

‘제주 4·3’ ‘산림녹화’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현대사의 아픔과 회복 담아”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도민, 정부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제주도 제공  제주 4·3사건의 역사와 한국전쟁 후 민관 협력으로 진행된 산림녹화 작업을 기록한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됐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총 20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10일 오후 11시(현지 시간) 회의를 열고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녹화기록물’의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2023년 11월 유네스코에 ..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콜베르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다가 대차게 비판받으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꽥꽥거리며 몸부림치는 거위의 생깃털 뽑는 장면이 연상되는 탓에 언짢게 들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세금은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국민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 그리고 너무 요란하지 않게 걷는 게 좋다는 뜻이겠다.(...생략...) 우리의 소득세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반면에 소득세 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성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성향  머리가 좋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공부 잘한다고 다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느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그 정도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타고난 지능이 곧 학업성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머리 좋은 학생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대학교나 과학영재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평생 동안 ‘머리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사는 복을 누린다. 하지만 명문대를 나왔으나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그동안 나는 많이 봐왔다.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는 일단 차치하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성품에 ..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을 또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

지교헌 / ‘진리의 주체는 인간이다’(교음사)중에서

공자도 ‘내가 아는 것이 있느냐? 나는 아는 것이 없다’(吾有知超乎酸아 無知也)고 말하고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모른다’ (知者不言 言者不知)고 하였다. 소크라테스와 공자는 왜 ‘모른다’고 말하고 노자는 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을까? 사람의 인식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결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너무나 많다. 글은 사람의 말(言)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은 사람의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고 하는데 뜻은 사물의 본질과 실체를 다 나타내지 못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도 비슷한 경우라고 보인다. 성인들이 '모른다'고 말한 것은 음식물이나 약물과 같은 비근한 경우를 훨씬 초월하여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기본을 말한 것이지만 하학이상달(下學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램프 증후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램프 증후군 『천일야화』의 이야기 중 하나인 '알라딘과 요술 램프'에서, 주인공 알라딘이 곤경에 처했을 때 램프를 문지르면 요술 램프 속 요정 지니가 나타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램프 증후군은 이렇게 램프의 요정을 불러내 소원을 비는 것처럼, 현대인이 수시로 무의식 속의 걱정거리를 끄집어내서 불안해하고 근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하는 것들을 수시로 진지하게 걱정한다고 해서 '과잉근심 증후군'이라고도 하며, 뚜렷한 주제 없이 잔걱정이 가득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범불안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며, 그 자체는 지극히 정상이다. 많은 전문가는 ‘정보 과잉'이 현대인의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1. 철학에 이르는 길이란 이론을 배우는 과정이아니라, 그 자신과 세계를 위대한 책으로 삼아 스스로 사유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김종엽/‘철학특강’중에서 2. 좋은 수필을 쓰기란 싶지 않다. 시적 '서정성’과 소설적 '서사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하며, 그 속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수필의 가치와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수필은 소설처럼 허구적으로 지어내거나 시처럼 축약해서 결정화한 게 아니다. 깊은 우물에서 건져낸 차가운 우물물 한 모금처럼, 오래도록 부엌의 한 구석애서 가족의 아침을 지켜온 이 빠진 막사발처럼, 그렇게 곰삭혀 나온 이야기를 담은 것이 수필이다. 3.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들처럼, 사람에게도 생계를 넘어선 다른 차원의 삶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