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송담(松潭) 2021. 11. 15. 14:53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1.

철학에 이르는 길이란 이론을 배우는 과정이아니라, 그 자신과 세계를 위대한 책으로 삼아 스스로 사유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김종엽/‘철학특강’중에서

 

2.

좋은 수필을 쓰기란 싶지 않다. 시적 '서정성’과 소설적 '서사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하며, 그 속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수필의 가치와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수필은 소설처럼 허구적으로 지어내거나 시처럼 축약해서 결정화한 게 아니다. 깊은 우물에서 건져낸 차가운 우물물 한 모금처럼, 오래도록 부엌의 한 구석애서 가족의 아침을 지켜온 이 빠진 막사발처럼, 그렇게 곰삭혀 나온 이야기를 담은 것이 수필이다.

 

3.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들처럼, 사람에게도 생계를 넘어선 다른 차원의 삶이 있어야 한다. 먹잇감만 찾아다니는 삶이 아니라, 노래도 부르고 날개짓도 하며 다른 존재에게 활력과 기쁨을 주는 그런 삶을 가꾸어나가야겠다.

김준/키움수필집

 

4.

사랑이 고독의 아픔을 먹고 자란다.

김창석/키움수필집

 

5.

인생의 중반이 되면 개그도 하나 외울 줄 알아야 한다. 소가 죽으면 다이소, 얼음이 죽으면 다이빙, 김밥이 죽으면 김밥천국,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 실없이 웃다가 잠들면 꿈자리도 좋지.

임의진/시골편지

 

6.

외로움과 홀로있음은 차이가 있어요. 외로움은 혼자 있지만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상태이고, 홀로있음은 혼자지만 혼자 있는 것이 평온한 상태입니다. 또 같은 상황이지만 마음상태에 따라 외로움은 불행하다고 느끼고, 홀로있음은 편안하다고 느껴요.

혜민/‘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중에서

 

7.

100세 노인에게 “미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인생지혜를 물으니, “냅두니까 다 죽던데”라는 불멸의 진리를 하사하셨다지. 장수비결이 단번에 이해된다. 인생고의 대부분은 인간관계다. 굽이굽이 인생길에서 복병처럼 기습하는 고통유발자를에게 초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박선화/심리학자, 2019.1.24. 경향신문 칼럼 ‘무례한 사람과 공존하기 위한 정신승리법’중에서

 

8.

기억과 망각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알리고 싶어 서류상으로 주민등록을 하고, 학교라는 공동체에 들어가고, 때로는 사랑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지도.

우리는 누군가에 기억되는 한편 누군가에게는 잊힌다.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3초, 5분, 몇 달, 혹은 몇 년간 기억되다 끝내 필요 없는 이가 되어버리면 결국 잊히고 만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잊히고 d있을까. 기억되고 있을까.

장영은/꼬마여행자

 

9.

시간이 쌓이면 공간은 자기의 색깔을 입는다. 사회학이론에서는 이를 ‘장소성’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공간이 장소성을 부여받는 건 아니다. 장소성은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간다.

프랑스 센강변에 있는 헌책방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세계 최고의 서점 10곳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100년의 역사가 한몫했지만 그곳을 명소로 만든 것은 시간이 아닌 사람이었다.

조운찬/경향신문 논설위원, 2020.2.6 ‘학림다방의 빈자리’중에서

 

10.

‘바르게 살자’는 구호는 어떤가. 사람들은 그것을 읽으면서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단정하게 가다듬는가. 정윤수씨는 그것을 볼 때 마다 ‘차카게 살자’는 문신이 떠오른다고 했다. 나도 그 위압적인 도덕주의에 숨이 막히고 상투적인 저열함에 몸이 떨린다. 특정단체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공공영역을 점거하는 것에 한 시민으로서 모멸감마저 느낀다.

공공디자인의 생명은 보편적인 울림에 있다. 기념비는 삶의 역사성을 일깨우면서 자아의 정체성을 고양시킬 수 있어야 한다. 너와 나, 과거와 미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잇는 상징이어야 한다.

김찬호/성공회대 초빙교수, 2013.8.10 경향신문 ‘조형물의 울림’중에서

 

11.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 그의 인간미를 새삼 되새기고 애도하는 건 품위있는 일이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애도가 대통령으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와 그 정권 그리고 현존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를 전적으로 뒤집는 건 의식의 파탄일 뿐이다. 공화국의 시민노릇을 하기엔 지나치게 감상적이라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규항

 

12.

시간은 늘 제 속도로 흐르는데 그 빠르기는 시간 속에 담긴 각자의 몫이다.

이갑수/궁리출판 대표

 

13.

포르노그래피가 성욕을 자극한다면 무자비한 액션영화는 폭력성을 자극한다. 감각의 역치를 높이는 데만 집중할 때 이야기는 증발하고 본능만이 부유한다.

강유정/강남대 교수 영화평론가

 

14.

인간은 언젠가는 죽어 없어져야 하는 시간속의 존재이다.

이태수/인제대

 

15.

인간은 승리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가 이기고 있기에 정의에 관해 묻고, 허위로 뒤덮혀 있기에 진실을 말하려고 싸운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자로서의 가져야할 도덕(moral)의 이상적 모습이다.

서경식/ ‘시의 힘’중에서

 

16.

미디어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거짓말이 기승을 부린다. 신문과 방송이 권력의 거짓말을 되러 ‘세탁’해 주면서 거짓을 참으로 아는 국민들이 무장 늘고 있다. 언론학에서 ‘다원적 무지’로 부르는 집단착각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의견을 다수의 생각으로 받아드리며 자신도 젖어가는 경향이다.

손석춘/건국대 교수 2016.1.11 경향신문 칼럼 ‘권력의 거짓말과 조중동 권력’중에서

 

17.

경쟁을 유일한 존재양식으로 주입받았지만 승리가 허락되지 않는 조건 속에 놓여 있다. 분노와 좌절, 불신과 불관용, 자기연민과 자존감 없음이란 독소들이 내면을 장악해 가는 가운데 2016년을 기준으로 이들은 88만원도 아닌 78만원의 월평균 소득을 겨우 버는 처지가 되었다.

최태섭/문화비평가, <잉여사회>저자

 

18.

어느덧 해묵은 추억들도 가뭇없이 사라지는 인생의 겨울에 들어섰는가 보다. 잔소리도 힘이 있어야 하는지, 요즘 들어 아내의 말수가 적어지고 내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아내의 팔팔하던 잔소리는 그 시절 너머에 향수로만 머무르는데, 그게 진정으로 ‘행복한 구속'이 아니었나 싶다.

 

한 세월 부부로 살아오다 보니, 아내의 잔소리는 내가 살아가는 데 가슴에 지니고 다녀야 할 상비약이라는 것을 거듭 느끼곤 한다. 아내가 아니면 잔소리든 쓴소리든 누가 나한테 약이 되는 훈수를 해 줄 것인가.

이종월 / 전라북도 정읍교육지원청 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