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37

단톡방에서의 무반응

단톡방에서의 무반응 식욕과 수면욕이 생리적 욕구라면 인정욕구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심리적 욕구라고 합니다. 인정요구는 남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어떠한 종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요구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쓴 글을 단톡방에 올리는데 이런 행위는 일종의 인정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단톡방에 글을 올리기 전에 이 글이 멤버들 누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자기검열한 후 엣따(되었다) 싶으면 올립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또 경거망동했구나!” 후회합니다. 그들의 반응이 없는 것은 바쁘거나, 관심이 없거나, 공감되지 않거나, 습관적으로 ..

신변잡기 2022.09.15

때늦은 약속. 금연

쾌도난마(快刀亂麻) 새벽 2시에 일어났다. 어젯밤 10시에 잤으니 4시간은 잤다. 올해도 절반이 가고 새로운 반 년이 시작된다. 며칠 전에 7.1일부터 금연을 시작해볼까 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용단을 내리게 되었다. 담배를 피운지 52년! 요즘은 금연하는 사람보다 계속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독종’이라는데 다른 건 몰라도 담배만큼은 독하게 피워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궤변을 늘어놓았던가. ‘담배도 좋은 생각을 갖고 피우면 뇌에서 배타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뇌내혁명’을 쓴 일본 의사가 말했다.’ ‘질병발생에 가장 큰 변수는 흡연보다는 스트레스다. 나는 별 스트레스가 없으니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절대변수가 아닐 것이다.’ ‘나는 내 몸이 담배를 피우도록 유전자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신변잡기 2021.07.01

대책 없는 낙관론자

대책 없는 낙관론자 성격분석 이론으로 ‘MBTI 유형분석’이 있는데 사람이 지닌 성격을 외향과 내향,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 등에 따라 1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는 내향형과 외향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집사람과 나는 성격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집사람은 내향형으로 꼼꼼하고 이성적이고 나는 매사를 대충하며 감성적이다. 단순한 예를 들면 외출을 할 때 집 앞에 차를 대기하고 집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 “빨리 나오지 않고 뭘 그렇게 꾸물대나”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려고 하지만 속으로 삼킨다. 또 차에 타고 막 출발하려고 하면 뭘 확인하고 오겠다며 다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도 강박증 같은 게 있는 것 같은 집사람에게 “걱정이 많아 탈이..

신변잡기 2021.03.19

술과 인생

술과 인생 따뜻한 봄날, 모두들 매화의 거대한 꽃 무덤 속에서 취한 나들이에 한창이었을 즈음, 나는 온종일 방구들에 몸을 밀착하고 허리가 아프도록 붙어 있었다. 다름 아닌 술 병(病)이 난 것이다. 지난 3월 초부터 술의 향연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녹이더니 급기야 하루 종일 꼼짝없이 나를 눕도록 배려했다. 그토록 화창한 일요일, 흔히 여자들이 하는 산후조리에 버금가는 몸조리로 하루를 보냈다. 지난 2주간 나를 휩쓸고 간 광풍(狂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찌하여 그대 또 다시 몸부림치는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 고약한 술독으로 빨려들게 하였는가? 병(病)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할 것이어서 오늘도 나는 늘 해 본 습관처럼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본다. “억압된 욕구들이 그 회귀처(回歸處)를 찾고자..

신변잡기 2020.03.20

이제야 조금 알 수 있는 것들

이제야 조금 알 수 있는 것들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쉬울 것 같지만 어려운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이며 깨달은 후에는 어떻게 변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석가의 깨달음과 유명한 선사(禪師)들의 깨달음이 다 같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자아를 찾아 간다는 말도 어렵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과연 정답같이 확정된 것인가? 진정한 나는 어떤 모습인지 실체가 애매하다. 가끔 나를 찾기 위해 수행과정에 참여하거나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데 그 후 얻은 것은 무엇인가. 물론 한 두번의 시도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혼을 맑게 하라. 그 사람은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이런 말도 ‘정신이 든다. 정신이 맑아졌다’고 하면 알겠는데 영혼으로 들어가면 어렵고 복잡해진다. 육체는 멸해도 영혼이 사라지지 않..

신변잡기 2020.01.19

우리에게 ‘타자’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타자’란 무엇인가? ‘타자(他者)’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외의 다른 사람’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타자’란 글이 들어간 문장을 선명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자기 외의 다른 사람’이 ‘타자’라고 하다면 그냥 ‘타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인데 굳이 철학용어 ‘타자’라 하니 어려워진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프랑스)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푸코의 사상은 한마디로 ‘타자’의 사회화 이론이다. 타자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정상인과 비정인, 서구인과 비서구인 등 이제까지 철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배제된 후자의 그룹을 말한다. 타자의 사회이론이란 이러한 타자를 다뤄온 지식들을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학문적 시도를..

신변잡기 2019.11.24

추석에 그려보는 풍경

추석에 그려보는 풍경 우리들의 기억 속에 추석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먼저 추석은 고향의 빛깔로 말해 준다. 고향집 마당에서 따가운 가을볕을 받고 있는 고추의 맑고 투명한 빛, 일찍이 처마에 매달린 옥수수 씨앗다발의 은은한 노란빛, 뒤뜰에 입을 벌린 채 보석 같은 알알을 드러낸 석류의 빛. 그 빛 속에서 동네 여기저기는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서서히 단풍으로 채색되기 시작한다. 추석엔 고향집 마당에 송편 찌는 솔 내음이 퍼지고 어느 집 외양간에선 되새김질하는 송아지 "음~메" 하고 우는 소리 들린다. 집안에 강아지 곧 당도할 꼬맹이 서울손님 기다리다 지쳐 동구 밖으로 나오고, 마을회관 앞에 번들한 차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서울 간 처자들 삼삼오오 알록달록 모습을 드러내자 논가에서 일하는 농촌총각 일손을..

신변잡기 2019.09.01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생각해 본다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생각해 본다 아침의 음악, 애절한 소프라노에 이어지는 잔잔한 테너의 울림이 들린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 어느 작가의 수필집 ‘아침의 피아노’가 떠오른다. 지금은 생을 마친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그는 왜 아침의 피아노라 했을까. 그는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했고 기어코 이겨내어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읽은 후부터는 아침에 듣는 피아노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가을의 문턱에서 결실과 풍요를 떠올리지 않고 왜 우울한 생각이 드는 걸까. 나이가 들어서인가.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언젠가는 죽는 존재임을 잊지 마라. 죽음을 생각하고 살면 현재를 보다 알차게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자신..

신변잡기 2019.08.31

지난 날 나의 선택은 팔자(八字)소관인가

지난 날 나의 선택은 팔자(八字)소관인가 한 동안 나의 의식은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에 메여있었다.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다가 35세 때 당시 내무부로 입성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곳에서 근무는 별다른 하자가 없으면 출세를 보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지방차지제도가 도입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거로 뽑게 되어 관선자치단체장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하여, 46세 때 근무부처를 바꾸고 서울에서 고향 가까운 곳으로 낙향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 그 후 정년퇴직까지 나의 정신세계는 과거가 지배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곳에 있었더라면 단체장을 못하더라도 부단체장을 하면서 그런대로 나름 출세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신변잡기 2019.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