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때늦은 약속. 금연

송담(松潭) 2021. 7. 1. 03:50

< 1 >

 

쾌도난마(快刀亂麻)

 

 

새벽 2시에 일어났다. 어젯밤 10시에 잤으니 4시간은 잤다. 올해도 절반이 가고 새로운 반 년이 시작된다. 며칠 전에 7.1일부터 금연을 시작해볼까 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용단을 내리게 되었다. 담배를 피운지 52년! 요즘은 금연하는 사람보다 계속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독종’이라는데 다른 건 몰라도 담배만큼은 독하게 피워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궤변을 늘어놓았던가. ‘담배도 좋은 생각을 갖고 피우면 뇌에서 배타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뇌내혁명’을 쓴 일본 의사가 말했다.’ ‘질병발생에 가장 큰 변수는 흡연보다는 스트레스다. 나는 별 스트레스가 없으니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절대변수가 아닐 것이다.’ ‘나는 내 몸이 담배를 피우도록 유전자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 프로그램대로 살다 간다.’ 는 등 참으로 꼴 볼견인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렇게 오만과 무지(無知)로 살아온 세월이 얼마였던가. 나는 스스로를 ‘대책 없는 낙관론자’라고 여기며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지만 무시했고, 집사람으로부터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한다.’고 수없이 지적받았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인생의 위험천만한 외줄타기에서 내려와야 한다. 신(神)이 주는 마지막 기회이고 배려라고 생각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 막차에 올라타야만 나중에 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건강도 문제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허공에 날렸는가. 담뱃값 매일 6천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피눈물나는 한끼’와 같고, 월 18만원이면 자선단체 5~6개소에 정기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존경하는 지교헌 교수님의 조언대로 쾌도난마(快刀亂麻)! 오늘부터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단칼에 날려야 한다.

(2021.7.1)

 

< 2 >

 

하루가 지났다.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라는 말이 다가온다.

(2021.7.2)

 

< 3 >

 

인구통계상 80세 이상 생존은 30%, 90세 이상 생존은 5%라고 한다. 자료를 보면 70대 후반에 많이 죽는 것으로 보인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70%가 80세를 넘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게 여생은 10년 정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냥 그 이상 살 것 같은 막연함 보다 냉철하게 죽음 앞에 서 보는 것도 지혜다.

 

그렇다면 이제는 웰빙을 너머 웰다잉(well-dying)을 생각해야 한다. 웰다잉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몸에 독소는 빼야하는데 계속 흡연으로 독소를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몸에 쌓였던 찌꺼기와 독소가 빠져나가면 몸과 마음은 가벼워지고 최적의 상태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노년에 찾아야할 진정한 자유(free)다.

(2021.7.3)

 

< 4 >

 

희생(犧牲)이란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이나 가진 것 등을 바치거나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경우나 제물로 바치는 소, 양 등 산 짐승을 뜻하기도 한다. (국어사전)

 

누군가의 희생이 있으면 그 대가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 국가적으로는 독립운동을 했거나,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사람들의 희생 덕으로 오늘의 민주주의를 만끽하게 되었고, 가족의 경우도 부모의 뼈 빠진 희생 덕에 자식들이 풍요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오늘의 자신을 이루지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무심하게 산다. 오늘의 자신이 그저 당연하게 주어진 것처럼......

 

오늘 모처럼 나는 누구의 희생 덕에 사지(四肢) 멀쩡한 오늘을 맞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오직 가족을 위해 ‘자신이나 가진 것 등을 바치거나 포기한 사람!’, ‘주위(가족)를 밝히려고 촛불처럼 자신을 태우는 사람!’ 그 희생으로 오늘의 내가 존재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마땅히  그를 위해 나를 포기하고, 나의 몸을 태워 그의 앞을 밝혀야할 차례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에의 길이다.

(2021.7.6)

 

< 5 >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이다. 아무리 채워도 사라져버리는 공허(空虛)뿐이다. 흡연도 마찬가지다. 순간을 채우고 즉각 연기로 사라지는 그 허망한 욕구, 참아야 한다. 그리고 늘 생각해야 한다.

"내 인생은 발효할 것인가, 부패할 것인가?"  < 천지수 / ‘책 읽는 아틀리에’에서 나온 말>

(2021.7.7)

 

 

< 6 >

 

기원전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연금술은 금속재료를 금으로 만드는 기술로써 그동안 인류의 무수한 도전의 대상이었다. 비록 연금술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화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실천적인 연금술도 있지만 비유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금속이 전환되어 완전무결이 된 상태를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완전무결의 의미를 불로장생으로 이해하기도 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연금술을 인간의 내면을 닦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작가 이시연은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를 해석하면서 “자신의 내면이 성장해서 자아의 신화를 이룩하면 우리 주변에 눈 닿는 것이 모두 황금처럼 빛나게 될 것”이므로 “결국 주변을 황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비밀은 자기 내면의 성장에 있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생이 저물어 가는 것을 황혼이라 한다. 이때 우리는 아쉬움과 회환의 눈으로 석양을 바라본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보인다고 하니 어찌 연금술사가 되려 하지 않는가.

 

내면의 성장을 위해서는 먼저 몸을 신성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깨끗하게 해야 한다. 몸에 독이 쌓인 상태에서는 내면의 성장이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그대의 몸을 정결하게 하라!

(2021.7.8)

 

< 7 >

 

소나무와 함께

 

집사람의 이름은 소나무 송(松), 아씨 희(姬)를 써서 '송희(松姬)'이다.

내가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지은 곳도 소나무가 많은 토부다원 옆이다.

나름 보기 좋은 소나무 두 그루를 집 좌우로 배치하고 마당에도 몇 그루의 소나무를 조경했다.

나의 아호(雅號)도 소나무 송(松), 못 담, 깊을 담(潭)을 써서 '송담(松潭)'으로 했다.

(고흥 정토사 서산 주지스님께서 지어주심)

이렇듯 나는 소나무를 사랑하며 소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 소나무 관련 글 -

 

우리 생활과 가장 관련이 깊은 나무를 고르라면 소나무를 먼저 꼽는데, 흔히 말하기를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의 신세를 진다'고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으며,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삽니다. 그리고 솔가지로 불을 지피고, 나무껍질부터 꽃가루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먹거리를 얻으며, 죽은 뒤엔 소나무 관에 들어가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혔으니 나무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이유미 / ‘내 마음의 들꽃 산책’중에서>

 

소나무는 깨끗하고 귀한 것으로 하늘의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에는 높이 솟은 소나무 줄기를 택한다고 믿어졌다. 소나무는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교통의 수단이 되어서 선(仙)의 분위기에 알맞았다. 솔잎을 씹으며 배를 채운다는 벽곡의 뜻도 이에 통하는 것이다. 『산림경제』에도 집 주변에 송죽을 심으면 생기가 돌고 속기(俗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 8 >

 

몸을 정화하는 호흡법

 

교귀정 (문경)

 

숲길을 걸을 때는 장호흡을 하며 걷습니다. 코로 숨을 아랫배 깊숙이 들이마셨다가, 내쉴 때는 입으로 천천히 내쉽니다. 들이 마시는 호흡보다 내쉬는 호흡을 두 배로 길게 하는 것을 장호흡이라고 합니다. 호흡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장호흡은 나를 정화시켜 주는 호흡이에요. 오랜 시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번뇌와 망상이 있을 때, 거친 감정이 막 생겨날 때, 천천히 걷거나 잠시 멈춰 서서 살짝 아래쪽을 내려다본 채로 호흡합니다. 들이마실 때는 아주 맑은 공기와 청량한 기운을 몸속 깊숙이 빨아들이고, 내쉴 때는 몸속의 탁한 기운들, 내 몸을 망가뜨리는 음식물이나 내 마음을 더럽히는 화나 스트레스, 불만 같은 불순물을 내뱉는 겁니다. 몸속에 쌓아둔 악취와 감정의 찌꺼기들을 밖으로 완전히 배출해야 합니다.

 

금강 /

한국을 대표하는 선 지도자. 천년 고찰인 미황사 주지를 20년간 역임하며 해남을 대표하는 달마고도를 기획했다. 현재 제주도 원명선원에 정착, 선 명상을 대중에 알리는 일과 중앙승가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일에 힘쓰고 있다.

 

장원재/ '오래된 질문(다산초당 출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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