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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

돈의 맛 아무리 안전하게 가둬 놓는다 해도결국 사회가 해체한다. 십몇 년 전쯤이었던가. 명동의 사채업자를 알게 되어 몇 번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채업도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력과 자격증은 필요 없었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그 전문성은 돈을 회수하는 능력이었다. 빌려준 돈이 회수가 안 되면 망한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을 판단하는 지인지감이 발달해 있었다. '이 사람이 돈 떼어먹고 도망갈 것인가?' 또 하나의 특징은 말을 짧게 하고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점이었다. 밥 먹다가 강호동양학의 장문인(?)을 제압하는 코멘트를 하나 날리는 게 아닌가! “조 선생, 돈맛을 압니까? 맛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아는 체를 합니까?” “무슨 맛입니까?" "죽어도 못 끊..

2024.03.03

조정래 / ‘황금종이1,2’중에서

이태하는 썰렁해진 감정으로 닫힌 문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검사의 90퍼센트 이상이 반공주의자이고, 보수주의자이고, 출세주의자라는 말을 그는 새삼스럽게 곱씹고 있었다. “이 검 이야기 들었소. 헌데, 그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소?" 이튿날 일찍 부장검사가 이태하를 불러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 신속한 대응이었다. “부장님, 대기업의 그런 불법 행태는 사회불만을 증폭시키고, 그래서 사회불안을 가중시켜서 결국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반사회적, 반국가적, 반국민적 만행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벌해야만 다른 모든 기업들의 행태도 근절될 것이고, 국민적 호응도 받고, 국가도 정상 발전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태하는 미리 정리해 두었던 말을 한달음에 쏟아..

2023.12.17

돈=독

돈=독 "탐진치만 생각해요, 탐진치." 그 하늘에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쇠고랑을 차고 차로 끌려갈 때 뒤에서 스님이 한 말이었다. 탐진치(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붓다는 이 세 가지를 삼독(三毒)이라 이름 짓고, 자비만큼 중요한 가르침으로 삼았다.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주지 스님의 일깨움으로 거듭거듭 들어왔던 그 붓다의 가르침을 김태범은 다시 속으로 뇌고 있었다. 옳고 또 옳은 씀이지만, 듣고 돌아서면서 잊어버리기 그 얼마였던가. 그래서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내고,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 세 가지 독을 독인 줄 모르고 계속 범해 마침 내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 아닌가. 정말 욕심 부리지 말았어야..

2019.07.05

제대로 돈 쓰는 법

제대로 돈 쓰는 법 돈은 무엇인가? 도(道)와 돈은 ‘ㄴ’받침 하나 차이다. 조물주는 인간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돈을 만들었다. 조물주의 손자가 돈인 셈이다. 돈쓰는 법을 제대로 교육 받지 않으면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 돈을 쓰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적선積善이다. 적선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데 쓰는 것이다. 쓰고 나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차원 높은 방식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무상보시無相布施’라고 부른다. 무상보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렵다. 우리나라 500년 된 명문가를 조사해 보니 공동적인 가훈이 ‘적선지가 필유서경 積善之家 必有餘慶’이었다. 적선을 많이 한 집안에 경사가 있다는 뜻이다. 정말 있을까? 있다. 있으니까 500년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

2018.08.06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 재다신약財多身弱의 뜻이다. 이 말은 사주명리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다. 경제학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왜 돈이 많으면 몸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 로 약해진다고 했을까? 사주에서 재물의 개념은 '극克하는 것'이다. 금극목金克木 · 화극금火克金 · 목극토木克土 · 토극수土克木 · 수극화水克火라고 하듯이, 금 체질의 사주는 목이 재물에 해당한다. 금이 목을 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으로 만든 톱과 칼은 나뭇가지를 칠 수 있다. 대장간의 불은 금을 녹인다. 극한다는 것은 ‘이겨먹는다’ ‘집어삼킨다’ ‘제압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당연히 에너지 소모가 뒤따른다. 이겨먹고, 집어삼키고,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2018.07.31

돈 걱정에서 해방되는 통찰

돈 걱정에서 해방되는 통찰 2016년 2월, 개학을 앞두고 한 기자가 서울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취재했다. “장래희망이 뭐예요?" “빌딩이나 땅 주인이요, 돈도 잘 벌고, 나중에 살기도 편하잖아요.” “변호사·검사요, 먹고살기 편하려고요.” “전 의사요. 돈을 잘 벌 수 있으니까요.” 이제 겨우 10살이 된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각각 다른 장래희망의 이유가 모두 똑같이 ‘돈’이라는 사실은 놀랍다기보다는 서글프다.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로또만이 살길이라며 매일 같이 복권을 사는 회사원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마음이 이다지도 똑같다니. 맞다.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 많으면 돈 걱정을 덜할 것이라고? 글쎄, 1년 ..

2018.02.14

사람에게 얼마의 땅이 필요한가?

사람에게 얼마의 땅이 필요한가? 러시아의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글 중에 “사람에게 얼마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매우 좋아해서 교육생들에게 자주 들려주곤 한다. 러시아의 한 마을에 파흠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논밭을 넉넉히 가지고 있었지만 더 가지고 싶은 욕심이 왕성하여서 누가 ‘땅’이라는 말만 들먹여도 귀를 쫑긋 세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나그네로부터 기가 막힌 정보를 입수했는데 적은 돈으로도 많은 땅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파흠은 당장 서둘러서 그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드디어 땅을 마음대로 골라서 살 수 있다는 바슈키르에 당도하였다. 여기 사람들은 멍청하게도 무한히 넓은 땅의 한 귀퉁이에서 작은 오두막을 짓고 ..

2018.01.06

복진탈락 (福盡脫落)

복진탈락 (福盡脫落) 복진탈락. '福이 다하면 탈락한다'는 경구이다. 福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타고난 福을 다 써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탈락하지 않으려면 자기 당대에도 부지런히 福을 쌓아 놓아야 한다. 이 시대 福의 총합(總合)은 돈 많은 사람일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까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어느 정도 고생은 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일이 술술 풀려 부자가 된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안 먹고 안 쓰면서 온갖 구두쇠 노릇 다 해 가지고 재물을 모으게 된 사례이다. 전자의 경우는 윗대 조상들이 적선을 많이 해 놓는 경우이다. 선대에서 쌓아 놓은 복을 후손들이 이자까지 쳐서 받은 셈이다. 영(靈)발이 센 무당들은 선대에 좋은 일을 많이 한 후손..

2017.08.05

잘 살고 못 사는 건 1센티 차이

잘 살고 못 사는 건 1센티 차이 이미지 출처 : 노인IT 여러분, ‘잘살다’와 ‘잘 살다’의 차이가 뭘까요? 맞습니다. 띄어쓰기. ‘잘’과 ‘살다’를 붙여쓰면 ‘부유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잘’과 ‘살다’를 붙여쓰면 ‘옳고 바르게 산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행복하다’, ‘관계가 좋다’,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산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1센티도 안 되는 글자 한 칸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건 팔자가 아니라, ‘생각의 1센티 차이’입니다. “오늘은 원래 어제 연습한 만큼 사는 거야. 오늘 연습하면 내일은 더 잘살겠지.” 하는 쪽으로 생각을 1센티만 옮겨보세요. 아마 삶이 훨씬 유연해질 것입니다. 더불어 재..

2017.08.03

돈은 악마와 같이 우리를 유혹한다

돈은 악마와 같이 우리를 유혹한다 사진출처: 국제신문 독일에서 많이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세 사람의 강도가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무엇이 있어 찾아가 보았더니 숲속에 황금 덩어리가 있었다. 세 강도 모두가 놀랐다. 이 금덩어리를 팔면 우리 셋이 부자는 못 되지만 한평생 먹고사는 데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 사람은 발걸음을 고향으로 돌렸다. 산 밑에는 넓은 강물이 흐르고 강가에는 작은 나룻배 하나가 있었다. 금을 보자기에 숨겨 싸가지고 세 사람은 배를 저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때 앉아 있던 한 강도가 옆에 있는 강도에게 눈짓을 했다. 그 뜻은 노를 젓고 있는 저놈을 죽이면 금이 우리 두 사람 몫이 되고 우리는 부자 행세를 하면서 살 수 있지 않느냐는 암시였다...

201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