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

송담(松潭) 2019. 7. 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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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진치만 생각해요, 탐진치." 그 하늘에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쇠고랑을 차고 차로 끌려갈 때 뒤에서 스님이 한 말이었다. 탐진치(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붓다는 이 세 가지를 삼독(三毒)이라 이름 짓고, 자비만큼 중요한 가르침으로 삼았다.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주지 스님의 일깨움으로 거듭거듭 들어왔던 그 붓다의 가르침을 김태범은 다시 속으로 뇌고 있었다. 옳고 또 옳은 씀이지만, 듣고 돌아서면서 잊어버리기 그 얼마였던가. 그래서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내고,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 세 가지 독을 독인 줄 모르고 계속 범해 마침 내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 아닌가.

 

 정말 욕심 부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사윗감 간택이 왔을 때 욕심을 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은근히, 아니 가슴 두근거리고 마음 조마조마해 가며 뽑히기를 적극 바라지 않았던가, 상대생들 모두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 젊은 욕망들은 남보다 빠르고, 남보다 쉽고, 남보다 편하게 출세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성화그룹의 사위가 되는 것은 그런 꿈을 바로 이룰 수 있는 인생 급행열차를 타는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욕심에서부터 인생행로는 비뚤어지고 꼬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젊은 욕망은 과한 욕심이었던 것이고, 그 탐욕이 어리석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화낼 일은 성화에 몸담으면서 바로 시작되었다. 화를 일으키게 하는 첫 번째 대상이 아내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아내의 일방통행과 제멋대로는 완전하게 안하무인이었다. 아버지를 빼닮은 그녀가 유일하게 조심하는 건 아버지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의 기세에 두 남동생도 꼼짝 못했고, 어머니까지도 손안에 넣고 주물렀다. 응용미술을 전공해 멋 부리기에 능한 그녀는 어머니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그녀가 응용미술을 전공해 생긴 또 하나의 탈이 있었다. 그림 모으기의 탐욕이었다. 그녀의 그림 모으기는 예술 애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치부의 수단과 경쟁심의 발동인 것이 문제였다. 소위 컬렉션이라고 하는 그 바람은 저 80년대부터 대기업 회장님 사모님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미술품은 동산이라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유명 작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값이 치솟기 때문에 그보다 더 좋은 치부 수단은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그림 모으기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응원 아래 추진되는 또 하나의 사업이었다. 그런 그녀는 남편마저 지배하려고 들었다. 그러니 일상의 매사가 감정을 상하게 하고 화를 내게 했다. 그래서 택한 생존술이 '포기였다. 남편으로서, 남자로서의 입장을 포기하는 것만이 속 상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포기가 안 되는 것이 꼭한 가지가 있었다. 아내의 시집 무시. 아내는 명절 때마저도 시집엘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손자손녀를 만나는 것도 일방적으로 제한했다. 그 권한까지 포기할 수가 없어서 언성이 높아졌고,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어서 화가 터져 오르고는 했다. 그건 도저히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화였다. 그리고 회사에 가면 손아래 두 처남 때문에 화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그러나 핏줄이 다르니까......’ 하는 체념이 화를 다스리고 서운함을 가시게 하는 씁쓰름한 약이었다.

 

 어쩌면 자신은 탐진치 삼독을 부처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그 누구보다도 많이 저지르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간 것부터가 그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결국은 돈이 문제였다. 그놈의 돈의 마력에 휘말려 재벌의 사위가 되었고, 돈의 마성에 휘둘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자신은 어쩌면 돈만 좇은 속물 중의 속물이었는지도 모른다. ...... ,,,,,,살아 있는 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인간사 그 무엇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없는 절대 권능을 가진 신.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 돈은 모든 권력을 지배한다. 돈은 모든 종교까지도 지배한다. 그래서 돈이 장악한 신의 위치는 영생 불변이다.

 

 그 불변성을 이미 수천 년 전에 명쾌하고도 감동적으로 설파한 위대한 인물이 있다. 그 사람은 돈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네 단계로 나누어 갈파했다.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자기보더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10,000배 부자면 노예가 된다.

 

 2,100여 년 전의 중국의 역사학자 사마천은 어떻게 이렇게도 예리하게 인간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었을까. 그는 단순한 역사학자만이 아니라 철학자이고 심리학자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런 탁월한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까. 천재적인 관찰력과 분석력과 통찰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 수수께끼가 풀리기엔 왠지 미흡한 감이 있다. 그런데 그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보면 그 열쇠가 눈에 띈다.

 

 관직에 있었던 사마천은 친구 이릉이 흉노에 항복한 것을 변호하다가 궁형(弓形)에 처해졌다. 사형을 당하기 전에 그는 그 벌에 해당하는 두 가지 감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50만 전을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자의 그것을 잘리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사는 가난한 관리가 50만 전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은 아예 꿈도 꿀 수가 없었다. 남은 길은 하나-죽을 것이냐. 남자의 그것을 잘리는 치욕을 당하면서 살아남을 것이냐..... 이때의 사마천의 고뇌는 얼마나 치열하고도 통렬했을까. 그 고독하고 괴로운 고뇌 속에서 그는 돈의 소중함과 돈 없음의 절박함을 얼마나 절절하고 뼈저리게 느꼈을까. 자본주의 시대도 아니었던 2,100여 년 전에 벌써 돈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죽이고 할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사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역사는 그렇게도 장구했던 것이다.

 

 그는 결국 남자의 그것을 잘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살아남아, 고자의 몸으로 죽는 날까지 인류사 최고의 역사서로 일컬어지는 사기집필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책 한 구석에 돈에 대한 그 네 가지 분석을 기록해 놓았다.

 

 김태범이 사마천의 혜안에 탄복하는 것은 자신이 바로 그네 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자신보다 돈이 10,000배 이상 훨씬 더 많은 재벌 성화가의 사위가 아니라 노예였고, 남편이 아니라 노예였고, 매형이 아니라 노예였던 것이다. 그랬으므로 장인은 자기 집안을 위해 자식이 저지른 죄를 사위에게 뒤집어씌워 두 번씩이나 감옥에 보냈고, 남편을 두 번씩이나 감옥에 보내면서도 아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저희들은 피하고 매형을 두 번씩이나 감옥에 보내면서도 두 처남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노예에겐 슬픔도 괴로움도 아픔도 없다고 그들은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노예의 삶의 시발은 자신에게 있었다. 염주를 한 알씩 돌릴 때마다 걸음을 한 발짝씩 옮길 때마다 도정 주지스님은 끝없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거기서 들릴락말락 하게 나오는 소리는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이었다. 그 끝없이 되풀이되는 염송처럼 되풀이하는 말이 '탐진치만 생각하라'였다. 그 가르침만 실행하면 인간고가 다 풀린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인생을 출발하며 그 ''을 키울 대로 키웠으니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도정 스님은 어느 주말 법회에서 설법했다. "세상은 날로 살기 편해지는 반면에 우리 인간들은 날로 삶이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너무 심하게 돈, , 하며 돈에 매달려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나없이 돈을 좋아하다 못해 돈을 떠받들어 모시고 삽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돈만 많이 벌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아이들까지도 잘못을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부자를 존경한다고 꼽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 돈은 참 소중한 물건입니다. 우리네가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잠잘 곳을 마련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신통한 물건을 많이 갖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많이 갖기를 원하고, 욕심부린다고 많이 가져지는 것이 아닙니다. 욕심이 커질수록 꼭 큰 탈을 불러오는 것이 돈이 부리는 심술입니다. 그러니 무작정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가지라는 것이 부처님이 가르치신 줄이기 입니다.

 

 그런데 그 '적당히 필요한 만큼'이란 얼마일까요? 불자님들이 지금 한꺼번에 묻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승이 생각하기로는, 하루 세끼 밥 거르는 일 없이 챙겨 먹고, 자식들 가르치고, 아프면 남에게 빌리는 일 없이 병원 갈 수 있고...... 식구들이 다 같이 며칠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돈, 그만큼씩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평생 열심히 일해도 그만한 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분들이 그럴 것입니다. 벌써 10년이 넘게 사회적으로 말썽이 되어오고 있는 비정규직은 필히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이란 IMF 사태 때문에 생긴, IMF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채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럼 IMF 사태를 조기 졸업하게 되었다고 큰소리를 쳤을 때 당연히 비정규직도 일소시켰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정권은 그걸 그냥 우물쭈물 넘겼고, 그 뒤의 정권들도 계속 무책임하게 어물어물 넘겨버려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적 고질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기업들은 값싼 비정규직을 쓰면서 계속 치부해 더욱더 큰 부자가 되었고, IMF 전에는 나는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5퍼센트였는데, 지금은 나는 빈민층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47퍼센트나 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역대 정권들이 무책임하게 비정규직을 해결하지 않아 IMF 사태로 무너져버린 중산층이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극심한 두 번째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 사회에 큰 불행이 닥칠 수 있는 중대하고도 중대한 문제입니다.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뭇 짐승들은 모아 쌓지 않고 서로 고루 나눔으로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사람만이 모아 쌓아두려는 탐욕 때문에 늘 다툼이 생기고 모자란다고 느낀다.' 또 같은 부처님의 땅인 인도의 간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상에서 나오는 모든 생산물은 인류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우리는 모두가 '적당히 필요한 만큼 갖고 다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비정규직을 없애 중산층을 회복해야 하고, 기필코 빈부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 중이 이런 말 하면 목탁이나 치고 염불이나 외울 것이지 무슨 쓸 데 없는 소리 지껄이느냐고 부자들은 다 싫어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지엄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늘 중생들의 근심과 괴로움과 슬픔과 함께하는 것이 바른 구도의 길이다.’

 

 불자 여러분,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돈을 머리 위로 섬기는 사람과 발 아래로 부리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머리 위로 섬겨야 하는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돈은 꼭 필요한 것이되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요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늘 내가 돈을 섬기려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경계하며 사는 것이 바른 불자의 길일 것입니다. 돈은 안 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돈은 흉물입니다. 여러분. ‘자의 받침 니은(L)을 그대로 오른쪽으로 뒤집어보십시오. 그것을 다시 윗쪽으로 뒤집어보십시. 그럼 무슨 글자가 되었습니까? 예에, '' 자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돈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늘 경계하며 살아야 부처님의 가르침도 바르게 귀에 들리고, 마음에 불국토를 지니고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소승, 이만 마치겠습니다. 불자님들, 성불하십시오.

 

 

 

쥐도 새도 모르게

 

 

 그렇다면 어떤 위원원회에 소속되어야 하는지는 답이 환하게 나오잖나. 당연히 국교위일 수밖에 없지.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철도, 도로 등 교통망만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 국민의 주거 문제 전반을 포괄하지 않나. 그것도 아주 중요 포인트야. 그런데 먼저 주시해야 할 것은 국토교통부에 할당되는 연간 예산이야, 국가 예산이란 국민소득 증대에 따라 해마다 불어나는 법이지만, 지금 현재 대충 40조에서 토목공사비로 지출되는 것이 평균 30조 정도야. 그걸 누가 먼저,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는 각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의 능력에 달렸지. 근데, 자네도 알지? 토목공사의 두 가지 매력, 첫째, 길 시원하게 뚫어놓고, 다리 번듯하게 놓아두면 그것처럼 확 표 나고, 두고두고 사람들이 공을 치하해 주는 전시효과로는 그 어떤 것도 당할 게 없다 그거지. 그리고 둘째, 주머니 비고 배고픈데 그것처럼 딴 주머니 차고, 배 채우기 쉬운 게 없다 그거지. 그래서 어찌 되지? 해마다 줄줄이 굴비 엮음되어 신세 조지는 지자체장들 80퍼센트 이상이 그거 쉽게 잡수시려고 허덕거리다가 급체하신 것 아닌가. 똑똑히 봐! 먹기 쉽다고 앞뒤 재지도 않고 바로 입질해 대는 것, 그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어. 그거야말로 작두에 목 디밀기고, 신나통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거지, 으레 10퍼센트는 먹는다고 소문나 있고, 누구나 먹었을 거라고 의심하고, 너 어디 보자 하고 수사기관이 노리고 있는 돈을 왜 먹나? 그런 돈 한 푼이라도 삼켰다간 목이 열 개라도 못 당해, 그건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독 중에 독이야 국민 세금을 직접 삼키는 것, 그것처럼 큰 죄는 없으니까. 그럼 그런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 한 푼도 안 먹고 버텨서, 토목공사 따온 공에다가, 청렴한 것까지 보태서 공을 따블로 키우는 거야. 그럼 사람들은 박수 치며 떠받들고, 차기 당선은 누워 떡 먹기지. 사람들이 한 푼도 안 먹은 걸 어떻게 아느냐고? 공사 맡은 놈들하고 술 한 잔도 안 먹고, 명절 때 보내오는 것 그날로 되돌려 보내고, 은근슬쩍 넣어준 봉투 그 자리에서 내던져버리고 하는데 그 소문이 안 나나? 자네 알지. 발 없는 말이 어쩐다고?

 

 그렇게 탈탈 털어버리면 차기 선거는 어떻게 치르느냐고? 다 방법이 있지. 가장 안전한 방법. 아까 말했지. 국토교통부는 교통망 말고 될 또 관장한다고? 그래, 국민 주거 문제지. 거기에 해결 열쇠가 숨어 있어. 교통망을 포함한 주거 문제 전반의 개발 초 계획은 국토교통부가 세우고, 그 구체적 시행은 아래 조직인 공사에서 맡아 하게 되는데,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지. 그런데 그 정보 사전 유출도 국민 세금 착복하는 것만큼이나 쇠고랑 차기 쉬운 중죄 아닌가. 그래서 그 정보 확보에 안전한 요령이 필요한 거야. 자네가 절대로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하는 건, 아무리 사정이 급하고 몸이 단다고 해도 피감기관에 직접 압력을 가해 필요한 걸 확보하려는 바보짓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게 바로 배임죄로, 내 목을 치라고 상대방에게 칼을 쥐여주는 바보 중에 상바보 짓거리인 거야. 그리고 피감기관에 약점 잡히면 알지? 그래서 그 안전한 해결책이 뭔고 하니 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거야. 그러면 그 정보가 하부기관으로 내려가지. 바로 그때부터가 기회야, 그런데 국토부에서 아무리 정보를 극비로 통제한다고 해도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한두 군데의 손을 타기 마련이야. 그게 사람 사는 세상 일이니까. 그게 높으신 분들의 욕심일 수도 있고, 실무자들의 장난일 수도 있고, 뭐 그렇지. 그런 비밀이 실행 직전까지 철통같이 지켜진 일은 한 번도 없으니까. 그게 우리한테는 훨씬 더 유리하고 마음 편한 일이야. 앞에서 미리 일을 저질러주면 뒤에 있는 사람은 그만큼 안전하게 보호받는 거니까. 당해도 앞사람이 당하지 뒷사람이 당하는 법은 없으니까. 그렇게 기다리는 걸 정보세탁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돈만 세탁하는 게 아니란 말야.

 

 비밀 계획이 하부 기관으로 내려왔을 때 본격적으로 작업을 개시하는 거야, 실무자 공략 작전이지. 실무자의 빽이 청와대 백보다 세다는 말 알지? 직급 낮은 실무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절실히 바라는 게 있지. 그게 뭘까? 비밀 정보를 비싸게 팔아먹는 것? 그건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 감히 엄두를 못 내. 그들이 바라는 건 승진이야. 그런데 국회의원이 공기업 대리급 정도를 승진시켜 주는 건 어떻지? 그건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거래가 된다 그 말씀이야. 그런데, 앞에서 이미 정보가 새서 땅값이 올랐는데 늦은 정보 가지고 무슨 덕을 보겠느냐고 자네 혹시 지레짐작하고 있는 것 아냐? 그건 너무 앞서가는 생각이야. 물론 땅값은 조금 올랐겠지. 그러나 정보가 온 세상에 다 퍼져버린 게 아니고 지극히 몇몇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는 건 분명해. 그래서 땅값은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조금씩 오르게 되어 있고, 그러다가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그때 폭등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또 오르고, 지하철이 개통되거나 아파트가 준공되면 또 오르고, 땅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지 절대 떨어지는 법이 없는 게 특징이야. 그러니 정보가 좀 늦었다고 무슨 문제가 되느냔 말야. 세탁으로 안전한 게 최고지. 그리고 그건 엄연히 거래일 뿐 국민 세금 착복이 아니니까 무죄야.

 

 문제는 그 정보를 넘겨줄 상대인데, 재력도 있고, 믿을 수 있는 건설업자라면 제격이겠지. 그런 사람 둘 정도를 좌우 양쪽에 끼고 조정을 잘 해나가면 괜히 독 묻은 돈 손델 것 없이 돈 걱정 안 하고 의원 생활 행복하게 할 수 있지. 그런데 사람처럼 무섭고 위험한 짐승이 없어서 돈 앞에서 맘 안 변하고 의리 지켜나가는 인간을 구한다는 게, 그게 또 큰 숙제야. 자넨 그런 사람 구할 수 있나? 돈 앞에서는 부자지간에도 맘 변하고, 형제지간에도 맘 변하고, 참 돈이라는 게 뭔지, 돈이 요물인지, 사람의 마음이 요물인지,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도 그걸 모르겠어. 자네가 잘 해나가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야,

 

 그런데 말야, 자네가 당선되기만 하면 국교위 내 자리를 그대로 물려주기로 합의했으니까 됐는데, 그다음부터가 문제거든, 어떻게 해야만 국교위에 붙박이로 뿌리를 내리느냐 하는 거지. 허나 그것도 맘만 단단히 먹고 해나가면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국회의원 노릇 내 맘에 맞고, 편케 해나가려면 우선 세 사람한테 지성으로 공들이고, 잘 받들어야 해. 첫째 자기 당 당 대표와 원내 대표에게 명절 때며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꼭꼭 인사를 차려야 해. 그거 큰돈 드는 일 아니야, 한 번 해, 두 번해, 열 번 해, 스무 번 하면 자네 편이 안 될 수가 없어. 알지? 아부하고 뇌물 써서 손해 보는 일 없다는 거. 그 두 사람만 잘 모셔 마음을 사면 국교위는 언제나. 자네 거야. 그리고 또 한 사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내 당 사람이든 아니든 무조건 받들어 모셔야 해. 의원노릇 아무리 조심조심한다고 해도 언제 무슨 일로 검찰 조사받고 법정에 서게 되고 할지 몰라. 그런 때 법사위원장이 날 봐주는 사람이라면 일은 간단하게 해결되지. 왜냐! 법원·검찰·헌법재판소가 법사위의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피감기관 아닌가. 그러니까 법사위원장은 법원이고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라고. 그래서 법사위원장이 국회의장보다 세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 혼자 똑똑하고 잘나서 제아무리 희한한 법 발의해 봤자 법사위원장이 서명 안 해주면 그 법안 본회의에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폐기돼 버리잖나. 그래서 앞질러 나서려고도 하지 말고, 뒤에 처지지도 말고 중간쯤에 묻어가면서 필요한 처신 눈치껏 잘하는 게 젤이야. 남 앞서 나서다가는 차이기 쉽고, 뒤처졌다가는 잘리기 쉬우니까. 겨우 초선 해먹고 낙동강 오리 알 신세 돼버리는 젊은 놈들이 다 제 잘났다고 깝죽거리고, 법안 발의 신기록 세우겠다고 설쳐대다가 그 꼴 되는 거지. 보약도 많이 먹으면 탈나는 법이야. 내 말 다 알아듣겠지? 그래, 자넨 잘할 거야. 그 정도면 머리도 잘 돌고, 눈치도 빠르고, 입도 무겁고, 말도 잘하는 편이고, 내가 믿지. 날 봐서라도 부디 잘하라고.

 

 박 의원님이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유언처럼 해주신 말씀들이었다.

   

< 3 >

 

 “변호사란 그저 돈만 밝히는 것들인데.”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윤현기는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아니에요. 이 세상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인정사정없는 살벌한 난장판 같아도 그렇지 않은 구석도 꽤나 있다니까요. 그 좋은 예가 참여연대나 민변 같은 단체의 발전적인 활동이라니까요. 민변은 처음 출발할 때 50여 명이었는데, 30여 년 활동해 오는 동안에 회원들이 자그마치 11백 명이 넘게 불어났어요. 그리고 참여연대도 몇백 명으로 시작했는데, 25년여의 연륜을 쌓아오면서 후원자들이 15천 명이 넘었어요. 이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이고, 민주 사회가 열려가는 새로운 빛이잖아요.”

 

 

< 4 >

 

 대기업마다 제각기 건설 회사들을 보물단지처럼 끼고 있는 것은 비자금 만들기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라는 것 아닌가. 이동이 심한 일용직 노동자들을 이용해 인건비부터 속이기 시작해, 국에서 수입하는 자재는 고가일수록 비자금 붙여먹기가 쉽고, 그래서 최고층 초호화 아파트가 유행하게 된 거라고 하지

 

 조정래 / 천년의 질문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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