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돈 쓰는 법

송담(松潭) 2018. 8. 6. 19:58

 

제대로 돈 쓰는 법

 

 

적선지가 필유여경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돈은 무엇인가? ()와 돈은 받침 하나 차이다. 조물주는 인간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돈을 만들었다. 조물주의 손자가 돈인 셈이다. 돈쓰는 법을 제대로 교육 받지 않으면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

 

 돈을 쓰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적선積善이다. 적선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데 쓰는 것이다. 쓰고 나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차원 높은 방식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무상보시無相布施라고 부른다. 무상보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렵다. 우리나라 500년 된 명문가를 조사해 보니 공동적인 가훈이 적선지가 필유서경 積善之家 必有餘慶이었다. 적선을 많이 한 집안에 경사가 있다는 뜻이다. 정말 있을까? 있다. 있으니까 500년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 자기 마음속의 무의식에 기억되고 저장된다. 사람이 죽어도, 육신이 없어져도 이 무의식은 다음 생으로 이월된다. 조상의 무의식 정보가 후손에게 유전자로 전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선을 많이 한 집안 자식들의 사주팔자가 좋다.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권력을 휘두르며 재물을 축적해 놓은 사람들의 집안을 보면 손자 대에 이르러 그 많던 돈이 다 사라져 버린 경우를 여럿 봤다. 이상하게도 마()가 낀다. 일이 될 만하다가 이상하게도 어떤 변수가 튀어나와 고춧가루를 뿌려 버린다.

 

 적선 다음에는 기마이(돈이나 물건을 선선히 내놓는 기질)’가 있다. 일본어 기마에(氣前)’우리나라에서 기마이로 변했다. 기분 좋게 돈을 쓰는 사람을 보고 기마이가 있다고 한다. “오늘 밥값은 내가 내지!" "이 자리 술값은 내가 다 쏠게!" 이것이 기마이다. 약간 헤픈 것 같지만 기마이가 있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적선보다는 한 차원 아래지만 이 기마이 역시 공덕을 쌓는 삶의 방식이다.

 

 기마이보다 한참 떨어지는 돈 쓰는 방식이 뇌물이다. 간이 크고 배짱이 두둑해야 뇌물을 줄 수 있다. 간이 작은 사람은 뇌물도 못준다. 그런데 뇌물에는 문제가 있다. 뇌물 속에 낚싯바늘이 들어 있는 경우다. 이 낚싯바늘이 목에 걸린다. 바늘이 목에 걸리면 뇌물 준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여야만 한다. 안 움직이면 바늘이 목구멍을 파고든다.

 

 10년 전쯤 정치 자금을 많이 받아본 어느 원로 정치인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돈은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가시를 발라 먹어야지

 “가시를 어떻게 발라 먹어야 합니까?”

 “이 사람아! 그게 노하우지.”

 

 노하우 없는 사람은 가시에 걸리고 만다. 가시를 발라먹는 내공도 보통 대공이 아닌 것이다. 뇌물에는 가시만이 아니라 비상(砒霜)과 설사약도 들어 있을 수 있다. 비상이 든 뇌물을 먹으면 바로 사망이다. 우리는 뇌물 먹고 사망한 여러 인물들을 보지 않았던가! 설사약이 들어 있는 뇌물을 먹으면 바로 주룩주룩 설사한다. 설사해서 누런 똥이 바자에 묻는다. 그 냄새가 주변에 진동한다.

 

 뇌물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돈 쓰는 방식이 있다. 떡밥이다. 낚시터에 가서 붕어가 모이라고 미리 뿌리는 그 떡밥이다. 시장통의 참기름집에서 압착기로 참기름을 짜면 동그렇고 단단한 깻묵덩어리가 남는다. 이 깻묵덩어리를 사다가 쪼개서 저수지 낚시터에 뿌려놓곤 한다. 어떤 사업가들은 명절 때나 무슨 기념일에 수백 수천 명에게 선물을 보낸다. 한과나 국수, 엿도 보낸다. 이것이 떡밥이다. 액수가 큰 선물이 아니라서 진한 감동은 없지만 안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아무래도 떡밥을 뿌리고 안 뿌린 낚시터의 조황(釣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가랑비는 살살 내리지만 오래 지속되면 결국엔 옷이 젖기 마련이다.

 

 난리가 터지면 평소에 쌓여 있던 개인감정이 드러난다. 명분은 껍데기다. 사실은 개인감정이 안 좋으니 명분을 거기에다 갖다 붙인 것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이 개인감정으로 인한 살생이 적지 않았다. 평소 적선, 기마이, 떡밥을 뿌려 놓았던 집안은 좌우익으로 인한 피바람 속에서도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

 

 ‘조용헌의 인생독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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