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에서 해방되는 통찰

송담(松潭) 2018. 2. 14. 14:44

 

돈 걱정에서 해방되는 통찰

 

 

 20162, 개학을 앞두고 한 기자가 서울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취재했다.

 “장래희망이 뭐예요?"

 “빌딩이나 땅 주인이요, 돈도 잘 벌고, 나중에 살기도 편하잖아요.”

 “변호사·검사요, 먹고살기 편하려고요.”

 “전 의사요. 돈을 잘 벌 수 있으니까요.”

 이제 겨우 10살이 된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각각 다른 장래희망의 이유가 모두 똑같이 이라는 사실은 놀랍다기보다는 서글프다.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로또만이 살길이라며 매일 같이 복권을 사는 회사원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마음이 이다지도 똑같다니.

 

 

 맞다.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 많으면 돈 걱정을 덜할 것이라고? 글쎄, 1365일 돈 걱정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는 안타까운 부자들도 많이 봤다. 그들은 이미 부자가 되었지만, 지금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니 많은 돈이 돈 걱정을 해결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돈 걱정을 덜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인생학교 돈 How to worry Less About Money>의 저자로 알려진 존 암스트롱 John Armstrong은 호주 멜버른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자 철학자이며 예술, 미학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미술사가다. 그의 강연을 듣고 있으면 골치 아픈 돈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다.

 

 돈이 많으면 더는 불안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돈 문제가 해결되어도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돈만 있으면 세상 걱정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이다. 어떤 사람은 더 많은 돈을 소유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사실 돈의 양으로 돈 걱정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이상적인 전략이 아니다.

 

 '돈 문제''돈 걱정'은 다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가 간과한 돈 걱정은 경제적 문제 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 가깝고, 통장 잔액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에 대한 문제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어떻게 비교하는지, 우리가 우리의 욕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것이 '돈 걱정'의 진짜 얼굴인데 문제는 '돈 문제''돈 걱정'이 교묘하게 혼재되어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존 암스트롱은 돈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욕망을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가령 프로 골프 선수에게 값비싼 골프채와 골프화는 당연히 '필요이다. 그러나 이제 갓 골프를 시작한 이에게 값비싼 골프채와 골프화는 남을 의식하는 경쟁심이자 사치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문제는 부에 대한 욕망이 너무나 쉽게 좌절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세상엔 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보다 부자인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필요욕망을 구분하면 돈 걱정으로부터 한결 더 자유로워진다. 존 암스트롱은 이상적이고 적절한 수입이란 진정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탐욕적 욕망을 버리고 진정한 필요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매겨보라고 조언한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이제는 바람직한 돈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이미 알다시피 돈은 기본적으로 아래의 세 가지 기능을 한다.

 

 1, 교환의 매개 기능

 2, 가치 척도 기능

 3. 가치 저장 기능

 

 첫째는 교환의 매개 기능이다. 돈은 일정한 가치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의 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이다. 필요한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 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시작된 물물 교환이 불편해지자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돈을 만들었다.

 

 둘째는 가치 척도의 기능이다. 돈은 상품의 가치를 통일시켜 표시해준다. 가령 핸드폰 하나의 가치는 쌀 다섯 가마니고 쌀 한 가마니의 가치는 신발 두 켤레라면 어떨까? 가치를 쉽게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돈은 이러한 문제를 깔끔히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가치 저장의 기능이다. 100가마니를 보관하려면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또 썩어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를 돈으로 교환해 보관하면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돈은 이러한 기능을 위한 금속, 또는 종잇조각일 뿐이며 우리가 거기에 기능을 부여하지 않는 한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돈은 가치의 형태를 전환하는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전환되는 가치들인데 돈을 목적으로 보면 이러한 가치들은 사라지고 돈과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돈이 많으면서도 온종일 돈 생각만 하고 돈을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은 돈에 기능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불쌍한 영혼일 뿐이다.

 

 존 암스트롱은 또한 집을 추억이 담긴 가정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거나 교육을 성장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때 돈과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변질된다고 주장한다.

 

 돈이 지상 최고의 가치이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한 지인이 있었다. 그녀에게 집은 단지 투자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늘 철새처럼 이사를 하곤 했는데, 그녀는 그렇게 돈을 번 것을 광장히 자랑스럽게 여겼다. 대화의 90% 이상이 집값이나 돈에 관한 것이어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그녀와 대화를 하면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돈에 대해 현실적인 것과 돈이 내면을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돈의 가치에 대해 무지하면 이 두 가지가 헷갈릴 수 있다. 돈에 대해 무심해지자는 말이 아니다. 돈 앞에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그러나 돈이 우리의 내면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는 말자.

 

 유대인들은 아이들을 교육할 때 절대로 돈과 현실을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경제 교육을 한다. 그렇지만 절대 아이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지는 않는다. 돈의 노예가 되느냐, 아니면 돈의 주인이 되느냐는 결코 돈의 양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은 재벌이라고 해서 다 돈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가? 결코 아니다. 돈이 많으면서도 온종일 돈 생각뿐인 돈의 노예들 얼마나 많은가.

 

 신디 / ‘강연 읽는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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