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41

이기호 / ‘눈감지 마라’중에서

이 아버지를 보라 “네 아버지가 점점 개가 돼가는 거 같다.” 지난달 중순 무렵, 정용의 어머니는 전화를 걸어와 대뜸 그렇게 말했다. “왜요? 또 두 분이 다투셨어요?” 정용이 묻자,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싸우긴 뭘, 말 상대가 돼야 싸우기라도 하지... 이건 뭘...그냥 개라니까, 개.” 원체 입이 건 어머니이긴 하지만, 사실 정용 또한 아버지를 볼 적마다 속으로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선인장이나 화초, 밑동이 단단한 나무처럼 좋은 것들 대신 자꾸 개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58년 개띠라서 그런가? 하지만 정용의 아버지는 여타 다른 아버지들처럼 인간과 개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상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도 아니었다. 정용은 동네의 몇몇 그런 아버지들을 알고 있었다. 술만 마시면 '그..

인생 2024.05.01

이선재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중에서

이선재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중에서 오해와 이해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제가 꼭 함께 소개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프레드 울만의 소설 『동급생』입니다. 이 소설에서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렸던 두 소년 한스와 콘라딘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다름 아닌 오해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유대인 의사의 아들인 열여섯 살 한스슈바르츠와 새로 전학 온 독일 귀족 소년 콘라딘 폰 호엔펠스의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스와 콘라딘은 예술과 철학 그리고 신에 대해 토론하고 시를 낭송하면서 그들만의 우정을 쌓아나갑니다. 어느 날 한스는 자신의 수집품을 보여주기 위해 콘라딘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런데 한스의 아버지가 콘라딘을 '백작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하자 한스는 열등감을 느낍니다. 자신의 우상과도..

인생 2023.11.19

젊을수록 돈을 아껴라

젊을수록 돈을 아껴라 부자로 살고 싶다면 젊은 시절에 철저하게 돈을 움켜쥐어라.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면 결혼식도 간소하게 하고 모든 허례허식을 물리쳐라. 나는 도대체 전세를 살고 있으면서도 아이 돌잔치를 호텔에서 하는 젊은 부부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돌잔치가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하지도 말아라. 그 아이가 기억도 하지 못할 일을 하면서 아이를 위하여 한다고? 남에게 보이거나 부모가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그게 어디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란 말인가. 비빌 언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 결혼 후5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 시기에 돈을 모으지 못하면 당신들은 평생 부자가 되기 힘들다. 혼인 비용을 최대로 줄이고 현금을 보유해라. 가구도 가장 싼 것으로 장만하고 그 어떤 것이건 간에 중고..

인생 2023.07.23

스트레스의 뿌리를 뽑아라

스트레스의 뿌리를 뽑아라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독일 풀다의 한 대학에서 건강학을 가르치고 있는 페터 악스트 교수 역시 내과의사인 딸과 함께 쓴 라는 책에서 "마라톤을 하는 대신 해먹hammock에 누워 빈둥거리거나, 스쿼시를 하는 대신 낮잠을 자는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직업상 받게 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장수하는 비결을 ‘목표를 정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 너무 일찍 일어나면 온종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런 조언에 충실히 따르며 살아간다면 장담하건대 몇년 후에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하고 있는 일은 망한 지 오래이거나, 아니면 직장에서 이미 해고되어 구직 ..

인생 2023.07.14

행복의 봄빛, 우체국 보험

행복의 봄빛, 우체국 보험 - 우정사업본부 2023년 우체국보험 체험수기 대상 수상작 -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인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4계절이 뚜렷하여 더욱 그러하리라. 겨울내내 꽁꽁 얼었던 땅들이 녹아 온천지가 봄빛에 졸졸 시냇물이 흐른다. 땅이 녹아 꽃잎이 삐죽삐죽거리는게 봄이 오는 소리다. 질서에 의해 자연이 움직이듯 이 마음속에 웅크려 있던 우체국보험이 새싹처럼 싹튼다. 겨울, 봄, 여름, 가을 인생의 계절이다. 위기와 기회가 연속되는 삶속에서 나와 우체국보험과의 인연은 위기에서 기회를 경험하게 하였다. 겨울을 녹이는 봄빛처럼 그렇게 우체국과 인연이 되었다. 나의 청춘은 우체국보험이다. 30세의 나이에 우체국에 입사해서 지금 60의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 나의 청춘을 기록으로 남겨 나와 같은 ..

인생 2023.06.02

내 딸이 시집을 간다

내 딸이 시집을 간다 춤추며 박수칠줄 알았는데 눈물이 난다. 고맙고 감사한 감격의 눈물이다. 우리집 복덩이, 엄마의 분신, 엄마를 무지하게 좋아했던 꼬맹이가, 동생을 엄마처럼 챙겼던 어린시절을 거쳐, 돌변 급변 반항아가 되더니, 해보고 싶었던 공부도 원 없이 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 욕심 많게 많이도 하더니만, 결국은 엄마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엄마의 자존심으로 성장했다. 내 딸이 시집을 간다. 욕심도 많더니만 그 세월을 잘 견디어 주어 고맙고 욕심도 많아서 잘나고 잘난 신랑 데려와줘 감사하다. 가장 행복한 게 효도하는 길이니 최고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라. 지금처럼 잘 뿌리고 잘 인내하면서 감사로 주렁주렁 열매 맺는 삶이길 기도한다. 내 딸이 시집을 간다. 진분홍 꽃잔디가, 뽕끗 오른 철쭉이, 보라빛 ..

인생 2023.04.14

정여울 / '문학이 필요한 시간(한겨레출판)'중에서

사랑받지 못한 자의 더 커다란 사랑 바리데기 신화는 내 마음속에 항상 언젠가 꼭 닮고 싶은 이상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가 끝인가 싶을 때마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인가 싶을 때마다 남몰래 꺼내보는 이야기가 바리데기 신화다. 바리데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오구대왕의 일곱 번째 딸, 그러니까 공주로 태어났는데도 바리데기는 공주다운 삶은 누려보지 못했다. 미처 자기 존재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 기회조차 없었다. '또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다. 그 이름 자체가 '버려진 존재', 즉 허섭스레기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새기고 있으니,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버려진 것으로 모자라 자기를 버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머나먼 서천서역국으로 치유의 꽃과 물을 찾아 나선다. 서천..

인생 2023.02.03

정희원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중에서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는 끄떡없다. 뛰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적절한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추지 않고 몸이 가분수인(근골격계가 취약하고 체중이 과도한)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부하가 걸리면 관절이 손상된다. 하지만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올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예컨대 더 비싼 의자를 사서 오래 앉아 있거나 가까운 곳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고 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얻는다. 걸을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깨와..

인생 2023.01.24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는 늘 술을 마셨다. 취하지 않고는 그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 빈 맥주캔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아까 했던 말 같지도 않은 말, 어설프게 누군가를 가르치려 했던 태도,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쓴 글을 고치고 지적했던 모습이 줄줄이 복기되었다. 나는 선생이 아닌데, 왜 선생질을 하고 있나? 수업한 날은 잠들기 직전까지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했다. 되돌아보면 그때는 '나는 글쓰기를 가르칠 자격 없는 사람' 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게 싫었다. 아니, 내가 뭐라고 수업을 해. 뭐 잘났다고 앞에 나서서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어. 너나 잘 써, 너도 못 쓰잖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글쓰기 혹은 문학에 대해 고상한 식..

인생 2021.10.26

혼자만 착하믄 뭐하노

혼자만 착하믄 뭐하노 착하다 사람 좋다 그기 다 욕인기라 사람 알로 보고 하는 말인 기라 겉으로는 사람 좋다 착하다 하믄서 속으로는 저 축구(芻狗) 저 등신 그러는 기다 우리 강생이 등신이 뭔 줄 아나 제사 때 쓰고 버리는 짚강생이가 바로 등신인 기라 사람 축에도 못 끼고 귀신 축에도 못 끼는 니 할배가 그런 등신이었니라 천하제일로 착한 등신이었니라 세상에 두억시니가 천지삐까린데 지 혼자 착하믄 뭐하노 니는 그리 물러 터지면 안 되니라 사람 구실을 하려믄 자고로 모질고 독해야 하니라 길게 말할 게 뭐 있노 우리 강생이 그저 할배랑 반대로만 살면 되니라 하모 그라믄 되니라! 박제영(1966~) “전국 방방곡곡 안 댕긴 장이 없”(‘아라리’)다는 시인의 할머니는 술만 자시면 손자를 옆에 앉히고 신세타령이다...

인생 202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