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젊을수록 돈을 아껴라

송담(松潭) 2023. 7. 23. 11:23

젊을수록 돈을 아껴라
 

 
부자로 살고 싶다면 젊은 시절에 철저하게 돈을 움켜쥐어라.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면 결혼식도 간소하게 하고 모든 허례허식을 물리쳐라. 나는 도대체 전세를 살고 있으면서도 아이 돌잔치를 호텔에서 하는 젊은 부부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돌잔치가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하지도 말아라. 그 아이가 기억도 하지 못할 일을 하면서 아이를 위하여 한다고? 남에게 보이거나 부모가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그게 어디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란 말인가.
 
비빌 언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 결혼 후5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 시기에 돈을 모으지 못하면 당신들은 평생 부자가 되기 힘들다. 혼인 비용을 최대로 줄이고 현금을 보유해라. 가구도 가장 싼 것으로 장만하고 그 어떤 것이건 간에 중고 물품도 고려하여 보라. 호사스러운 혼수품도 5년 후면 고물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결혼예물? 부잣집 친구들을 절대 따라 하지 말라. 일생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인데 돈 좀 써야 하지 않느냐고? 글쎄다. 그렇게 시작한 부부들 3~4쌍 중 한 쌍은 이혼하며 대다수는 평생 돈 걱정 하면서 살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총각 시절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은 대부분 중고였다. 결혼 전 내가 아내에게 사 준 첫 커피는 특급호텔 커피였으나 첫 음식은 청계천 벼룩시장에서 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끓여 주는 천 원짜리 동태찌개였고 첫 선물은 그 시장에서 팔던 천 원짜리 목도리였다. 결혼 전 나는 빚도 많았었기에 아내에게 와인 한잔 사 준 적도 없다.
 
젊은 시절에 돈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다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특별한 재능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면 당신 호주머니에 돈이 쌓이는 법칙은 단 하나라는 사실이다. “먼저 몸값을 올려 나가면서 최대한 절약하고 최대한 먼저 모아라. 그러면 먼저 쌓일 것이다." 그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 된다. 젊었을 때 놀 것 다 찾아다니고 즐길 것 다 찾아다니며 카드를 긋고, 쉴 것 다 찾아 먹는 사람들이여. 당신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았던 덕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당신들과 별다를 바 없이 젊음을 보냈던 사람들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라. 명심해라. 당신이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음 시 구절이 당신의 마음을 송곳처럼 찌르게 될 것이다.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어릴 때부터 가난, 술, 여자, 동성애, 질병, 교도소 등의 단어로 얼룩진 지저분한 삶을 살다가 동거하던 창녀 앞에서 죽었던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 감옥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회하면서 이 시를 썼다.
 
 

하늘은 지붕 위로 / 폴 베를렌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2008.10.28

 
 
하늘은, 저기, 지붕 위에서,
너무도 푸르고 참으로 조용하구나!
종려나무는, 지붕 위에서,
잎사귀 일렁이고.
 
종은, 우리가 보는 하늘 속에서,
부드럽게 울리고.
새는 우리가 보는 나무 속에서
애처롭게 울고.
 
이런, 하나님 맙소사, 삶은 바로 저기에,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거구나.
이 평화로운 웅성거림은 저기
마을에서 들려오는 것.
 
너는 뭘 했니, 오, 너 말야, 바로 여기서
계속 울고만 있는.
말해 봐, 너는 뭘 했니, 너, 바로 여기 있는,
네 젊음을 갖고 뭘 했니?

 

 

< 2 >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리처드 얀 교수는 “상품을 통해 더 많은 만족을 추구할수록, 발견하는 것은 더 적어질 뿐”이며 "만족감은 반감기半減期가 짧고, 빠르게 사라진다.”라고 하였다. 소유가 주는 만족감은 곧 사라지는 기쁨이라는 말이다. 더 이상 소유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부자는 허탈해진다.

 

수천 년 전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던 솔로몬 왕이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탄식하였던 이유도 소유가 주는 기쁨이 종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허탈감과 공허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돈은 그 소유자의 삶에서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괴테의 말대로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그 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거운 짐”일 수도 있다. 소유가 주는 만족감을 채울 만한 것이 더 이상 없게 되면 권력이나 명예에 집착하기도 하고 더 큰 자극과 쾌락을 찾아 도박이나 마약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갖고 싶은 것이 없는 부자 수준이 되면 소유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초월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백화점에서 수천만 원씩 주고 밍크코트를 사거나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쇼핑하는 데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이 진짜 부자일 리가 없다. 공허감 때문에 쇼핑 중독에 걸리는 부자들도 분명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피땀 흘려 벌게 되면 자장면 한 그릇 사 먹는 것도 아까운 법이고 부자가 되려면 우선은 구두쇠 같은 소비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런 소비 생활이 부자가 되엇다고 하루아침에낭비적으로 바귀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독립을 꿈꾸며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해 왔기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고 이러한 태도는 부자가 되고 나서도 잘 바뀌지 않는다. 돈을 더 벌어도 특별히 쓸 곳도 없으므로 바둥바둥대지도 않는다. 부자들은 오직 여유자금을 부동산이나 주식 중에서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투자할 뿐이다. 부자들 중에서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단타 매매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양권 전매로 단기간에 프리미엄을 얻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투자 대상을 고른 뒤 장기적으로 그저 묻어 둔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은 그래서 돈을 더 번다.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소유 자체에 대해 초월적인 투자태도'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소유 자체가 주는 만족감을 더 추구하고자 투자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이미 소유한 사람들이니까 그런 초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부자들이 부자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사치를 즐기고 소비를 왕성하게 하였다는 말을 나는 듣지 못했다. 모두가 다 자기 수입 수준보다는 덜 쓰고 살아온 사람들이 부자들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 3 >

 

나는 무소유의 삶은 살지 못한다

 

 

간디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는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로 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성인이다.

 

하지만 나는 눈이 오는 날, 길거리 어딘가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와 향기 그윽한 원두커피를 함께 마시고 싶다. 바람 부는 날 나는 깨끗하게 다림질된 셔츠를 입고 싶다. 비가 오는 날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 놓고 크게 듣고 싶기도 하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술 한잔 정도는 하고 싶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에는 바람이 살랑거리는 창문을 열고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에 편안히 누워 팬티 바람으로 낮잠을 자고 싶다. 그곳이 바닷가 해변이라면 더욱 좋다. 매일같이 샤워도 하고 싶으며 샤워 후에 시원한 음료 한잔은 마시고 싶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할 때 버스가 왔다고 같이 뛰어가기보다는 택시를 잡아 편히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었다. 손영란 시인은 이러한 나의 마음을 '별것 아닌 것을 그리워 함'이라는 시에서 비슷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시에서 별것 아닌 것처럼 나열되는 '뜨거운 물 목욕', '갓 구운 빵과 커피', '깨끗이 다린 옷’ 등을 실제로 누리는 것이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 〈존 큐John Q>에서 주인공 존 큐는 가난한 흑인 노동자이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수술비 25만 달러가 있어야 하지만 자동차 할부금도 내지 못하여 차를 빼앗긴 처지이다. 결국 그는 아들을 살리려고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인다. 아들에게 심장을 주기 위해 권총 자살을 결심한 존 큐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도 많이 벌어. 남을 배신하더라도…. 아빠처럼 바보같이 살진 마. 돈이 있으면 모든 게 다 쉬워……”

 

나 역시 내 가족이 수술비가 없어 죽어야 하는 상황은 정말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소유하고 싶은 본능을 어쩌란 말이며 황금이 돌로 안 보이는데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사랑이 넘쳐 나는 부부지간이라고 할지라도, 남편의 빚을 갚고자 아내가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지만 모두 냉랭하게 대할 때 아내는 서러워질 것이다. 쪼들리는 살림에 쓰레기봉투 하나를 아끼려고 지나치게 꽉꽉 눌러 담다가 그만 비닐 봉투의 옆구리가 터지고 말았을 때 아내는 서글픈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아내와 내 가족에게 그런 서글픔만큼은 주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택한 삶은 소유의 삶이었으나 명심하라, 사업과 투자의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소비는 최대한 억제하였다. 즉 소유를 지향하면서도 절약을 미덕으로 삼고 '행복하게 돈을 모으며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모은 돈들은 점점 더 불어나더니 나를 부자로 더욱더 만들어 주었고 그때부터 비로소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기억해라. 소유를 더 하려면 무소유에 가까운 절약부터 하여야 한다는 진리를 말이다.

 

우리들의 생활이 철학적 사고와 지고의 선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근본적인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당신이 내 가족의 수술비를 줄 것도 아니라면, 그리고 당신이 간디처럼 크게 버린 사람도 아니라면, 내 글에서 아무리 돈 냄새가 물씬물씬 나더라도 “크게 버리면 크게 얻는다."는 헛소리는 하지 말라. 적어도 내 눈에는 크게 버릴 만한 것을 가져 본 적도 전혀 없는 이들이 무소유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세이노 / ‘세이노의 가르침’중에서

 

 

별 것 아닌 일을 그리워함 / 손영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I can do it. If I believe it

 

 

내가 생각하는 생활의 격이란 별거 아니다

때맞춰 뜨거운 물에 목욕할 수 있고

갓 구운 빵을 커피와 함께 먹는 것이며

아침에 가끔씩 모짜르트를 듣고

매일 아침 배달된 신문을 읽는 것이다

 

버스를 타도 좋으나 어쩌다 한 번씩은 차를 혼자 모는 것이다

구겨진 옷이 아니라 깨끗이 다린 옷을 입고

돈은 반듯하게 펴서 지갑에 가지런히 넣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은 음식을 시켜 먹을 수있어야 하며 

가끔씩은 집 안이 환해지도록 꽃을 사는 것이다

나는 정말 별 것 아닌 것을 그리워한다

 

 

< 4 >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변호사는 사건의 진상을 의뢰인에게 듣고 상대방과 잘 싸워 주는 것이 그 역할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열변을 토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연상하지는 말아라. 꿈 깨라. 그건 배심원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나 한국영화에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우리나라의 재판에서 변호사는 모든 것을 서류로 제출한다. 그런데 이것을 드라마나 영화에 그대로 반영하자니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가상적으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장면을 구성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정말 극히 드물다(시간을 내서 법원에 가서 여러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진행과정을 직접 참관하라. 데이트를 그런 곳에서 해 보는 것도 좋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류 기록을 통해 재판이 이루어지므로 당신은 우선 사건의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변호사에게 설명해야 한다. 변호사가 신이 아닌 이상 당신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 명심해라. 당신이 휘말린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다. 때문에 우선은 당신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적어 나가야 한다. 논리는 무시해도 된다. 투박한 문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변호사에게 전하면서 설명하라.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변호사도 인간이다. 당신이 변호사에게조차 거짓말을 늘어놓는 뻔히 나쁜 놈인데도 수임료 때문에 당신을 무죄라고 변호할 뻔뻔스러운 변호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의 사건 내용을 변호사에게 글로 써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변호사는 당신을 대신하여 정확한 내용을 설명한 서류를 재판부에 내고 판사는 서류에 쓰인 내용과 증거들을 기초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자주 만나 말로 이야기하면 안 될까? 글쎄다. 말로 설명을 하다 보면 빠진 내용도 있고 정리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보자. 그가 맡은 사건은 하나둘이 아니다. 최소 시간에 최대 변론을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건을 맡아야 사무실도 유지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으며 품위유지 비용도 마련하고 생활비도 가져갈 수 있다. 때문에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을 가급적 줄여 주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하다.

 

제출된 서류들을 통해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기록 재판에서는 판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서류에서 많이 제시한 쪽이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신이 내 억울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 내지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순박한 생각으로 판사가 고려해야 할 사실들을 제대로 설명조차 안 하는 경우들도 많다. 여기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현상이 생겨난다. 돈이 있으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살 수 있으나'(이런 표현을 변호사들은 아주 싫어한다) 돈이 없으면 그 설명이 어설프게 되어 억울한 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돈이 있으면 뇌물을 주고 죄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였지만 억울하다면 문장력이 형편없어도 그 내용을 상세히 적어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어쨌든 당신이 사건의 상황을 변호사에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할지라도 ‘개 같은 변호사'를 만나면 그것조차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난다는 말인가.

 

첫째, 사무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변호사들이 그런 실수를 한다. 제출서류를 사무장이 다 꾸미고 변호사가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 빼먹고 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허수아비 변호사 한 명을 내세워 놓고 일은 사무장이 다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변호사의 나이는 젊거나 아주 많다. 둘째, 변호사가 자만심에 가득 찬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난다. 자기가 명석한 두뇌로 사건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의뢰인의 설명을 건성건성 들으면서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변호사와의 처음 면담에서사건 내용을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고 믿고 맡기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변호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변호사들 중에는 뜻밖에도 법 논리 싸움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글쓰는 솜씨가 형편없는 사람도 있다. 암기 실력만 뛰어나고 지혜를 갖추지는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설명을 할 때 법적 논리성이 매우 빈약하다. 기록재판이라고 함은 법을 뼈대로 한 논리 싸움을 의미하는데 이 싸움에 약하다는 말이다(하지만 변호사의 논리력을 사전에 감지할 정도가 되려면 나처럼 변호사들을 열댓 명은 골고루 겪어 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사건 수임이 밀려들 때 많이 벌어 두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수임료가 많은 큰 사건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 칠판에 뭔가가 빽빽이 써 있는 경우 진행 사건이 많다는 뜻이므로 그런 변호사는 수임 계약을 해도 만나기조차 힘들 수도있다(주변에서 재판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라. 돈 주고 변호사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나의 경험: 아주 오래전 상당히 유명한 변호사에게 행정소송을 위임하였다. 그는 판검사 출신은 아니었으나 그의 개업 사실을 거의 모든 언론에서 보도하였을 정도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내가직접 전해 준 자료들은 수백 페이지에 달했고 심지어 참고하여야 할 서적들까지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100%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절반의 승리만 거두었던 것이다. 판결이 나온 뒤 변호사가 그동안 어떻게 변론 서류들을 작성하였는지를 받아다가 검토해 보니 내가 제시한 핵심 내용들조차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분노하였고 그 변호사를 만나 하나씩 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굴까지 시뻘게지면서 최선을 다하였다고 주장하던 그 변호사는 내가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며 불성실 변론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하자 비로소 “죄송하다.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열심히 사과하였다. 그는 아무런 추가 보수도 받지 않겠으며 선임료도 되돌려주겠노라고 했지만 내가 그에게 뱉은 말은 “18새끼" 였다. 나는 그 일을 경험한 뒤부터는 변호사들이 어떤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였는지를 반드시 챙긴다.

 

세이노 / ‘세이노의 가르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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