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책읽기
책을 이야기할 때 다산 정약용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책에 관해 그가 남긴 이야기들은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게 귀감이 된다.
“이부자리와 의복 외에 책을 한 수레 싣고 갈 수 있다면 이것이 곧 청렴한 선비의 행장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실려 있는 이 말은 처음 지방 관리로 발령을 받고 부임할 때 꾸려야 하는 행장의 바람직한 차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편지를 보내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밖에 없다. 폐족이 글을 읽지 않고 몸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 구실을 하겠느냐."
“내가 밤낮으로 빌고 원하는 것은 오직 둘째아이가 열심히 독서하는 일뿐이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책을 읽어 이아비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너희들이 정말로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면, 내가 저술한 저서들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내 저서가 쓸모없다면 나는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너희들이 독서하는 것은 내 목숨을 살려 주는 일이다."
절절한 아버지의 편지로 훈육을 받은 두 아들 정학연과 정학유는 폐족의 한계에서 벗어나 시인으로, 관직으로 자기 길을 열어갈 수 있었다. 책은 지식을 넓히고 폭넓은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극심한 고난과 한계에 봉착할 때에도 길을 열어준다. 공자가 말했던 배움의 네 가지 단계에서 세 번째 단계인 '고난에서 배움을 얻는 사람'이 이를 잘 말해준다. 가장 최악은 '고난에서도 배우지 않는 사람'(곤이불학困而不學)이다.
그 외에도 예문에서는 우리의 속됨을 고치는 데에도 책이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독서가 더욱 절실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품격 없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와 명예 그리고 오직 물질적인 성공을 최고로 삼는 가치관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책' 역시 성공과 물질을 축적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다산은 "공부를 그저 출세의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공부도 잃고 나도 잃는다"라고 하며 오직 성공을 목적으로 삼는 독서를 경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그 해답도 역시 '책'이다. 좋은 책을 잘 찾아서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 독서와 필사를 하는 소소한 행동으로 낮에 묻은 때와 속됨을 씻을 수 있다. 성공에 매달리고, 출세를 위한 공부에 매진하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알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교양을 쌓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계속될 때 우리는 품격 있는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
조윤제 / ‘신독, 혼자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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