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었다. 1905년 11월 17일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실권을 장악하고, 고려 우왕을 폐하고, 창왕을 세웠다가 죽이고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국왕으로 등극(1392)한 지 513년 되는 때였다. 이번에는 일제가 고종을 폐하고, 순종을 허수아비로 세우더니, 을사늑약을 통해 조선의 통치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지 8년 만의 일이었다. 날씨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날을 우리는 을씨년스럽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을사늑약'이 강제되면서 백성들의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 사년스럽다'고 표현하다가 '을씨년스럽다'로 변이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을씨년스러운 서울 장안에 때아닌 귀신 소동으로 백성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