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40

김삼웅 /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중에서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었다. 1905년 11월 17일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실권을 장악하고, 고려 우왕을 폐하고, 창왕을 세웠다가 죽이고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국왕으로 등극(1392)한 지 513년 되는 때였다. 이번에는 일제가 고종을 폐하고, 순종을 허수아비로 세우더니, 을사늑약을 통해 조선의 통치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지 8년 만의 일이었다. 날씨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날을 우리는 을씨년스럽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을사늑약'이 강제되면서 백성들의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 사년스럽다'고 표현하다가 '을씨년스럽다'로 변이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을씨년스러운 서울 장안에 때아닌 귀신 소동으로 백성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역사 2025.03.04

묘청의 난 : 「조선역사상 1천년래 제일대사건」

묘청의 난 : 「조선역사상 1천년래 제일대사건」  묘청 일파는 1135년인종 13년 개경의 문벌귀족에 대항해 서경(평양)으로 수도를 옮기고, 칭제건원(스스로 황제가 되어 연호를 쓰는 것)과 금나라 정벌 등 자주적인 국가를 세우고자 기도했다. 그 결과 이 세력은 수구기득권 세력에 토벌당함으로써 이후 사대모화(중국의 문물이나 사상을 우러러 사모하는 사상)의 국가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역사학자로서 신채호는 우리 역사에서 고려 인종 13년에 묘청 세력이 시도한 서경 전역이 김부식 세력에게 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 뒤에 왜 묘청의 서경 천도가 가장 중요한 사건인지, 역사가들이 미처 보지 못한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조목조목 깊이 있게 설명한다. 사학자들은 대부분 역사..

역사 2025.03.04

중종반정과 인조반정

중종반정과 인조반정  우리가 알고 있는 동서양 국가들 역사의 대부분은 왕정(王政)의 역사다. 현재 세계 대다수 나라가 민주주의를 정체(政體)로 표방하지만, 개인들 내면에는 적어도 2000년 이상 이어진 왕정시대에 침전된 습관이나 감정이 여전히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길게 보아도 100년 혹은 200년 정도 지속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정치체제다. 여전히 실험하고 수정하여 개선해야 할 것이 많은 제도다. 2024년 12월3일 대통령의 일방적인 계엄 선포와 즉시 뒤따른 국회에 의한 신속한 해제 이래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긴장 상황도 그런 내용의 일부이다. 중국과 한국의 전통시대 왕정은 유럽의 왕정보다 대체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었다. 통치 영역의 넓이나 왕조의 지속 기간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왕조의 지속 기간..

역사 2025.01.23

김산의 ‘아리랑’과 12·3 친위쿠데타

김산의 ‘아리랑’과 12·3 친위쿠데타   근래 논문과 강연을 준비할 일이 있어 김산의 자서전인 을 다시 보았다. 1984년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읽다가 주인공의 삶의 스케일에 읽는 내내 놀랐다. 40년이 흘러 세 번째 읽은 지금은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초점을 두었다. 여러 버전의 영어판, 일역본과도 비교해 보니 새로운 사실과 서지(書誌)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관련한 언급은 후일을 기약하겠다. 아무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역시 처럼 독립운동사 연구의 보물창고였다. 그래서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칼럼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자투리 시간에 집필 방향을 짬짬이 구상해왔다. 그런데 12월3일 밤중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

역사 2024.12.16

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추석 명절을 경주에서 지내고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익산으로 차를 몰며, 문득 이 산하가 무덤 아닌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자들이 묻힌 거대한 공동묘지다. 얼마 전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여수 만성리 용골에서 느낀 감정은 이를 더욱 생생하게 했다.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어 있던 부역 혐의자 수백 명을 필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학살되었다. 여수·순천만 해도 이런 곳이 50여 군데나 있다. 한 달 뒤인 10월19일이면 여순사건 76주기다. 과연 이 사건은 한반도 역사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건의 여파는 지금도 미치고 있으며, 완성되지 못한 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점이다. 희생자 수가 1200명에서 1만명일..

역사 2024.09.20

중국사 연대표

중국사 연대표 고대중국(요순/하/은) 170만년~2070 구석기,신석기,요순시대 2070 우왕, 하건국 1600 탕왕, 상건국 주와 춘추전국 1046 상멸망, 주건국 770 주 낙읍천도, 춘추시대 시작 403 전국시대 시작 진/한 통일왕조 221 진(秦) 중국통일(진시황) 206 진 멸망 202 유방, 한 건국 8년 전한 멸망, 왕망 신 건국 23년 후한 건국, 위진남북조(삼국시대+오호십이국+남북조) 154 황건적의 난 220 후한멸망 > 위 촉 오 삼국시대 280 진(晋)통일 317 동진 건국 420 동진 멸망 > 남북조 시대 수 / 당 / 송 589 수 통일 618 당 건국 960 송 건국 1127 금의 송 정복, 남송 건국 원 / 명 / 청 1234 몽골의 금 정복 1..

역사 2024.04.18

당나라와 측천무후, 양귀비

당나라와 측천무후, 양귀비 수나라는 결국 멸망하고 그 대신 당나라(618~907년)가 등장하게 됩니다. 당나라를 건국한 이연, 즉 당고조(재위: 626~635년)도 관롱집단이었습니다. 참고로 이연은 노자의 후손을 자처하며 자기가 황제가 되는 걸 정당화했다고 합니다. 당나라는 건국 직후 다소 정세가 불안정했습니다. 앞서 수나라 때 터져 나왔던 수많은 반란들을 이제 당나라가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죠. 당나라 조정은 반란을 일으킨 군벌들을 차례차례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이연의 아들 이세민, 즉 당태종太宗(재위: 626년~649년)이죠. 이세민은 형과 동생을 살해하고,자신의 아버지까지 쫓아내 황제가 되는 패륜을 저지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패륜 행위로 정권을 잡았다 보니 이세민은 처..

역사 2024.01.07

전라도 하와이

전라도 하와이 “저어……, 이런 말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저어………… 그러니까 그게…………” 황연주는 말하기를 머뭇거리며 남편에게 눈길을 돌렸고, “무슨 얘긴데 그래? 무슨 문제든 여쭤봐. 한 선배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다니까." 이태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에, 다른 게 아니구요,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던 것인데, 전라도 사람에게는 물을 수가 없고, 딴 사람들한테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하는 건데요, 한 선생님이니까 안심하고 여쭤볼게요. 그게 다른 게 아니구요, 왜 전라도 사람들보고 '하와이, 하와이' 하면서 불신하고 나쁘게 생각하는지요.” 황연주가 한지섭의 눈치를 보아가며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하하하…….” 한지섭이 고개까지 뒤로 젖히며 흔쾌하게 웃어대고는, “그 별명에도 아..

역사 2023.12.2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들은 왜 싸울 수밖에 없는가 유대교 숙원의 땅, 이스라엘 유대인이 세운 이스라엘은 영욕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약 4,000년 전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가나안 땅을 물려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나안은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입니다. 하지만 가나안에 엄청난 기근이 닥치자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과 그의 열두 아들을 비롯한 가족은 나일강 하류인 이집트 땅에 이주해서 크게 번성했습니다. 처음엔 환영하던 이집트인은 유대인을 노예로 삼아 박해하기 시작했고 이를 피해 모세의 인도하에 유대인은 이집트를 탈출해 다시 가나안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영토를 확장해 기원전 1000년경에는 예루살렘에 성전을 구축하는 등 최고의 전성시대를 누렸지만 솔로몬이 죽자 이스라엘..

역사 2023.12.04

지대용 / ‘질풍 속에서 피는 꽃’(한누리 미디어 출판)중에서

지대용 / ‘질풍 속에서 피는 꽃’(한누리 미디어 출판)중에서 광복 이후 학원가에서 주목할 만한 일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마저 이념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사실이었다. 8.15 이후 노골화하였던 좌익세력은 대한민국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 강력한 우익세력 앞에서 몸을 사리고 피신하거나 더러는 월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좌익단체에 가입한 사실은 극비에 부쳐지고 지하조직의 형태로 명맥이 유지되었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마저 좌우세력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대혼란은 학원내의 학생과 학생의 대립에 그치지 않고 교사와 교사의 대립과, 학생과 교사의 대립도 일어났다. 우익학생들은 좌익교사들에 대한 배척운동을 일으키고 좌익학생들은 우익교사들에게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사제관계는 전통적인 사..

역사 2022.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