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역사전쟁 (...생략...) 유신독재 시절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해주던 미국이 광주의 학살자 전두환을 끌어안자 당시의 청년학생들은 미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구해준 고마운 미국이라는 인식은 분단도 동족상잔도 미국 때문이라는 분노로 대체되었다. 학교에서는 현대사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옛 신문잡지를 뒤지다 발견한 미군과 소련군의 첫 포고문은 충격이었다. ‘꼼짝 말고 복종하라’는 미군의 포고문은 점령군의 언어였고, ‘축하한다, 이제 모든 것은 당신들에게 달렸다’는 소련군의 포고문은 해방군의 언어였다. 극심한 반공냉전교육의 역효과로 이 위대한 ‘발견’은 청년학생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생략...) 미군은 점령군인 동시에 해방군이었고, 소련군은 해방군인 동시에 점령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