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58

12월의 꽃

12월의 꽃   12월이니 계절은 겨울입니다. 순천엔 아직 (쌓인) 첫눈이 오지 않아서인지 정원엔 국화, 장미, 비올라 등이 아직 피어있습니다. 조만간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면 곧 스러질 것인데 아직까지 꽃이 피어있습니다. 노란 국화가 지기 전에는 붉은 빛으로 변하고 있는데 아름다워 보입니다. 겨울에도 정원의 꽃들이 빛나고 있네요. (2024.12.9)     세상은 빛나고 있습니다  여름이었고, 전날 비가 많이 내렸고, 오후 5시쯤 되었으니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파랬죠.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동호대교를 넘어 옥수역으로 가는 길, 열차가 지하를 빠져나와 갑자기 시야가 확 열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강 구간'인데요. 그 구간에서 말갛게 씻은 얼굴의 서울을 배경으로 기관사님의 안내 방송이 들렸어요. 승객..

전원일기 2024.12.10

가을빛

가을빛     봄부터 핀 베고니아가 가을까지 무성하게 자라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봄에 심은 아게라텀은 몸집을 크게 확장하고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주변을 보랏빛으로 가득 채웁니다.   봄에 담벼락 빈 공간에 흙을 채우고 국화를 꺾꽂이 했는데 꽃밭에 심어놓은 국화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이렇게 핀 꽃들을 보면 풍요와 다산(多産), 번영(繁榮)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정원에 흐르는 온기가 무언가 좋은 일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흡족합니다. (2024.11.5)  소나무 분재 4,5년(?) 전 쯤 뒷산에서 어린 나무를 캐와 누구의 도움 없이 그냥 제가 만든 것입니다. 뿌리부분은 저절로 자란 것입니다.   산책길에서 감나무잎을 ..

전원일기 2024.11.05

마음을 담은 집

마음을 담은 집  집이 없어도 지구는 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집을 통해 이 지구상에서의 존재 의미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걸 존재의 가치라고 부를 일이다. 지구는 여전히 무심하게 돌 것이다. 우리는 그 순환에 맞취 살고 있다. 어떤 여행이든 순례든 그 뒤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가장 긴 순례, 지구 위에서 생명체로서의 순례를 마치면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흙으로 돌아간다. 지구는 돌고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그게 생명체에게 지정된 숙명이다. 사람이 집을 짓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집'이 담는 것은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집’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공간이다. 그 마음은 보이지도 않는데 가끔 이리저리 변하기도..

전원일기 2024.10.22

최낙춘의 사진

'하늘과 구름' 1 순천 와온 바다(2024.9.18)  '하늘과 구름'2구례 > 순천 17번 국도(2024.9.17)   울산광역시 울주군 간월산(2024.9.8) 오전에 구례에서 벌초하고 오후에는 울산까지!축지법을 쓰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늘 새로운 곳을 찾아 열심히 사는 사람! 그는 매번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현재를 사람답게 산다. 보라! 거인(巨人)이 세상을 향해 뿜는 에너지를.   “인간은 태어나면 누구나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서 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그러한 삶이 자기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때부터 비로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자신에게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즉 정말 ..

전원일기 2024.09.28

산책길에서의 사색

산책길에서의 사색     뒷산 임도를 걸으면 항상 이 나무 아래서 잠깐 멈춥니다.높이 솟은 튼튼한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氣)를 받습니다.두 팔로 안아도 닿지 않을 나무를 보며 나무가 얼마나 강하고 튼튼한지를 느낍니다.옹두리의 상처 흔적이 장엄하게 보입니다.(2024.10.12) 숲길을 걷다보면 가끔 커다란 혹을 달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띈다. 병들거나 벌레 먹은 자리에 맺힌 결인 혹은 나무가 겪어온 풍상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옹두리를 볼 때마다 상처를 딛고 상승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나무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나무는 누구를 탓하지도 않고 비애조차 내비치지 않으며 홀로 그 상처를 치유한다. 생명이 하는 일이다. 생명은 그래서 장엄하다. 아무리 삶이 곤고해도 내색하..

전원일기 2024.09.27

자연에 가까운 명품 정원

자연에 가까운 명품 정원   우리 동네 전원주택은 토부다원을 비롯해 명품 정원이 여러 군데입니다. 모두들 각자가 지상의 천국을 가꾸고 삽니다. 주거공간으로써 아파트는 경제적 가치가 높고 편리하지만 전원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없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오면 눈앞에 열린 푸른색은 풋풋하고 싱그럽습니다. 정원을 돌며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절정의 순간들이 눈과 마음을 환하게 하고 코끝에 스치는 야릇한 향기는 한 순간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하는 호접몽을 생각하게 합니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 고사는 자아와 자연은 본디 하나라는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라 합니다...

전원일기 2024.06.22

모란을 능가하기에 충분한 꽃, 작약

모란을 능가하기에 충분한 꽃, 작약  이웃집 토부다원 박윤규사장 사모님께서 정원 작약꽃밭에서 봉오리만 맺힌 작약을 한 아름 안고 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데 작약이 비를 맞으면 금방 시들어버리니 집안에 꽃꽂이를 해놓고 보면 더 오래 꽃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항아리 꽃병에 봉오리만 맺혀있는 것이 차츰 잎이 열리더니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은 작약을 바라보며 ‘꽃중에 꽃’이라는 모란보다 더 예쁘다고 탄성했습니다. 센스있는 이웃 때문에 집안에서도 화창한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4.5.7)   제국대장공주와 작약 마당 한 귀퉁이에 붉은 작약이 피었다. 진분홍 꽃잎이 매력적이다. 작약과 모란은 사촌간이지만, 모란은 크고 화려한 색깔의 꽃을 자랑하는 나무이고, 작약은 상대적..

전원일기 2024.05.07

절정의 순간

절정의 순간  매일 아침운동을 하면서 우리동네 ‘솔향기 나는 집’ 정원에 들립니다. 이집은 세컨 하우스여서 이 시간에는 주인장이 없습니다. 평상시는 정원 여기저기에 위치한 수석들을 감상하면서 돌들의 배치가 어떻게 새롭게 변했는지 살핍니다. 주인장의 독특한 취미가 만들어낸 이곳의 돌과 수석들은 모두 작품입니다. 저마다 풍미(風味)와 서사(敍事)를 갖춘 듯합니다. 오늘은 큰 바위돌을 휘감고 꽃을 피운 개복숭화(?) 나무를 보았는데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에 정원을 만든 주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하였을 터인데 자연 속에 그린 한 폭의 동양화 그대로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원의 품격이 한껏 고조(高調)됩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이러한 ‘절정의 순간’은 한 두 번일 것인데 자연에서는 매..

전원일기 2024.04.24

전중기 수석 감상실 2

전중기 수석 감상실 2  어제는 문양석 애호가인 전중기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수석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수석은 사람의 보는 관점에 따라 감상법이 다르지만 제 느낌을 적어봅니다. 멋진 글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그러지 못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수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입니다.(2023.8.8)  무적함대무적함대 같기도 하고 앞은 머리, 뒤는 꼬리, 가운데는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머리가 있는 해신(海神) 같기도 합니다. 바다를 제패(制覇)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보입니다. 나른한 오후에 보면 힘이 솟을 것입니다    프라다나스 언덕  프라다나스가 있는 언덕은 무언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라다나스가 하늘거리며 가을의 정취를 더해 줍니다. 바람이 스치면 ..

전원일기 2023.08.10

돌들의 말(言)

돌들의 말(言)    돌은 문양이나 형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돌이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돌을 곁에 두고 가만히 바라보면 누군가 믿음직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 같아 위로 받기도 하고 마음이 밝아지면서 기쁨과 설렘이 일기도 합니다. 돌이 우리에게 주는 미덕을 생각해 봅니다. 돌은 묵직하고 든든합니다. 오래도록 변함없이 신뢰를 지킬 것 같은 믿음이 인간에게 토템이즘을 낳게 했을 것입니다.  돌의 색은 돌의 질(質)에 따라 원래부터 변함없이 나타나 있는 것도 있지만 물을 만나야 색과 문양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돌이 있습니다. 호피나 검은 묵석같은 돌은 색의 변함이 없어 안방에서 좌대에 앉아 있고, 대부분의 조경석은 비를 맞거나 물을 뿌리면 색이 드러납니다. 물기 없이 말라있을 때는 ..

전원일기 202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