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가까운 명품 정원
우리 동네 전원주택은 토부다원을 비롯해 명품 정원이 여러 군데입니다. 모두들 각자가 지상의 천국을 가꾸고 삽니다. 주거공간으로써 아파트는 경제적 가치가 높고 편리하지만 전원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없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오면 눈앞에 열린 푸른색은 풋풋하고 싱그럽습니다. 정원을 돌며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절정의 순간들이 눈과 마음을 환하게 하고 코끝에 스치는 야릇한 향기는 한 순간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하는 호접몽을 생각하게 합니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 고사는 자아와 자연은 본디 하나라는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렇듯 본성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전원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 중에서 주거공간을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입니다. 우리 동네 명품 정원들 중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으로 가꾼 정원은 영국에서 삼십 년 이상 사시다가 귀국하여 전국 각지를 답사한 후 이곳을 낙점한 박사장님 정원입니다. 저보다 6개월 먼저 신축하여 10년을 넘겼습니다.
영국 박사장님(영국에서 오셨다고 해서 부르는 호칭)은 일찍이 글로벌 사업가로 경영자였으며 공학박사 출신에 교민회장을 엮임 하신 분입니다. 폭넓은 대인관계와 다방면에 박식하여 대화를 나눠보면 만나는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떡이게 합니다. 사모님께서도 이화여대를 나와 옛 TBC방송 아나운서 출신으로 두 분 모두가 우리 동네에서는 최고 엘리트입니다.
정원의 디자인과 배치는 사모님의 의견이 반영된 것 같고, 꽃과 야생화는 전문가 수준인 사모님께서 주로 가꾸고 계십니다. 저는 가끔 들러 꽃이름 물어보고 메모하기도 합니다. 정원의 배치를 보면 비례와 균형, 여백 등 건축미학의 원리가 적용된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른 집 정원들 보다 돋보이는 것은 ‘가장 자연미를 살린 정원’이라는 것입니다. 명품정원입니다!
(202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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