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수석)과 나무, 정원

절정의 순간

송담(松潭) 2024. 4. 24. 17:10

절정의 순간

 

 

매일 아침운동을 하면서 우리동네 ‘솔향기 나는 집’ 정원에 들립니다. 이집은 세컨 하우스여서 이 시간에는 주인장이 없습니다. 평상시는 정원 여기저기에 위치한 수석들을 감상하면서 돌들의 배치가 어떻게 새롭게 변했는지 살핍니다. 주인장의 독특한 취미가 만들어낸 이곳의 돌과 수석들은 모두 작품입니다. 저마다 풍미(風味)와 서사(敍事)를 갖춘 듯합니다.

 

오늘은 큰 바위돌을 휘감고 꽃을 피운 개복숭화(?) 나무를 보았는데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에 정원을 만든 주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하였을 터인데 자연 속에 그린 한 폭의 동양화 그대로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원의 품격이 한껏 고조(高調)됩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이러한 ‘절정의 순간’은 한 두 번일 것인데 자연에서는 매년 볼 수 있으니 전원생활이 주는 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4.4.14)

 

 

돌에 낀 이끼가 문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돌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전원에 살면 이런 그림들이 눈에 보입니다.

 

 

 

먼 데 바라볼 수 있는 창,

 

저녁별을 볼 수 있는 데크,

 

강아지가 뛰놀 수 있는 마당,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 넣을 수 있는 창고,

 

그런 것들이 편안하게 있으면 충분하다.

 

< 한귀은 / 작가 >

 

 

 

솔향기 나는 집
- 돌과  이야기 -
 

 

이 정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입니다.
저는 이 수석을 '황제(皇帝)'라 부르고 싶습니다.
 

 

 

솔향기 나는 푸른 정원에
만조백관(滿朝百官)과 각종 동물이 모여
각자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작은 수석공원입니다.
돌 앞에 한참을 서있지 않고 그냥 스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아기를 등에 업었습니다. 금지옥엽 잘난 자식입니다.
 
 

 

장엄합니다.
어떤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 와도
결코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천기를 누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돌 한 가운데가 푹 파였습니다.
이 돌이 누우면 화산의 분화구나 한라산 백록담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버섯모양 지붕아래 집안으로 들어가면
석기시대 원시인이 나뭇잎으로 중요한 것만 가린 채
돌칼을 갈고 있을 것 같습니다.
 
 

 

곰처럼 생긴 큰 돌 아래 둥글둥글한 작은 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배치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작은 돌들을 큰 돌 주변에 수반처럼 두르려고 임시로 쌓아 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모습을 보고 떠오르는 것이
작은 돌무더기는 큰 돌의 새끼들이고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론 이 많은 식솔(食率)을 거닐고 사는 어미의 고난(苦難)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산위에 오르니 또 산이 나타났습니다.
환희의 준봉(峻峰)입니다.
 

 

돌길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곡선,
작은 돌들의 질서와  오밀조밀함,

장독대 배열의 정갈함.

전체적으로 고요를 느끼게 하는 정숙성(靜淑性)을 특징으로 합니다.
 

 
 
 

 

< 무릉도원에 뜬 달 >
 자연이 그린 산수화입니다.
명품입니다.
 
 

 

< 욕망! >
바로 세우면 복(福)이요, 잘 못 세우면 화(禍).
 

 

< 선녀탕 : 물을 담은 돌 >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간 자리 뒷편에
망부석 여인은 마침내 알(탄생)을 잉태하고 말았다?

 

 

< 고대도시의 터 & 광장 >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도시의 흔적은 어디로 가고 부서진 파편들만 흩어져 황량하다.
아고라에 모여 그들은 무엇을 논했는가?
 

                  

 < 나인(裸人) >

공무도하(公無渡河), 님이시여, 강을 건너지 마라!

 

 

< 고개숙인 소녀 >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요?
 

 

< 황제의  변(辯) >
황제를 알현하려고 모여든 호족들, 권력의 속성은 아첨을 부른다.
황제는 말하노라.
"모두들 떠나라. 독야청정(獨夜淸淨)하리라."

 

 

< 군집(群集) >
 

 

< 고인돌 >
너희가 죽으면 이돌 아래 묻히리라.

 

 

< 꽃내음 따라가는 오리 >
늦게 핀 서감 철쭉, 반갑구나. 총 총 총!

 

 

< 생명의 알 >
탄생을 예정하고 있는 돌위의 알 하나.  
노란 꽃들이 축하하고 반기네요.

 

 

버섯모양의 태양광 불빛이 은은합니다.

돌들은 밤에도 묵묵히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돌(수석)과 나무,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중기 수석 감상실 2  (0) 2023.08.10
돌들의 말(言)  (0) 2023.07.22
김산 선생님을 만나다  (0) 2023.05.29
순천만 정원에서  (0) 2023.05.23
삼합정원(三合庭園)  (0)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