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박정대 기억의 동편 기슭에서 그녀가 빨래를 널고 있네, 하얀 빤스 한 장 기억의 빨랫줄에 걸려 함께 허공에서 펄럭이는 낡은 집 한 채 조심성 없는 바람은 창문을 흔들고 가네, 그 옥탑방 사랑을 하기엔 다소 좁았어도 그 위로 펼쳐진 여름이 외상장부처럼 펄럭이던 눈부신 하늘이, 외려 맑아서 우리는 삶에, 아름다운 그녀에게 즐겁게 외상지며 살았었는데 내가 외상졌던 그녀의 입술 해변처럼 부드러웠던 그녀의 허리 걸어 들어갈수록 자꾸만 길을 잃던 그녀의 검은 숲 속 그녀의 숲 속에서 길을 잃던 밤이면 달빛은 활처럼 내 온몸으로 쏟아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리라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려 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은 어느 시간의 뒷골목에 그녀를 한 잎의 여자로 감춰두고 있는지 옥타비오 빠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