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104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박정대 기억의 동편 기슭에서 그녀가 빨래를 널고 있네, 하얀 빤스 한 장 기억의 빨랫줄에 걸려 함께 허공에서 펄럭이는 낡은 집 한 채 조심성 없는 바람은 창문을 흔들고 가네, 그 옥탑방 사랑을 하기엔 다소 좁았어도 그 위로 펼쳐진 여름이 외상장부처럼 펄럭이던 눈부신 하늘이, 외려 맑아서 우리는 삶에, 아름다운 그녀에게 즐겁게 외상지며 살았었는데 내가 외상졌던 그녀의 입술 해변처럼 부드러웠던 그녀의 허리 걸어 들어갈수록 자꾸만 길을 잃던 그녀의 검은 숲 속 그녀의 숲 속에서 길을 잃던 밤이면 달빛은 활처럼 내 온몸으로 쏟아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리라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려 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은 어느 시간의 뒷골목에 그녀를 한 잎의 여자로 감춰두고 있는지 옥타비오 빠스를 ..

사랑이란? 2022.07.19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유지태) 순수함을 믿는 나이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그 기준이 어떻든 간에 바로 그 기준으로 밑에 있는 사람들은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고, 반대로 그 기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사랑이 안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실제로 사랑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코넬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2년 동안 미국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면서 연구를 합니다. 그 결과 사랑의 유효 기간은 평균 18~30개월 정도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사랑의 유효 기간은 900일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뇌의 미상핵 부분이 활성화돼서 도파민이 분비..

사랑이란? 2021.07.03

피아노 /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것

피아노 /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것 영화 - 1993년 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미혼모로서 딸을 둔 벙어리 영국 여자 에이다는 뉴질랜드로 이민 간 영국인 스튜어트와 일종의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넌다.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협량한 인물인 데다 땅과 재산에만 관심을 갖는 속물이었다. 그녀는 선택을 후회하지만 방법이 없다. 영국에 있을 때부터 그녀의 유일한 기쁨은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다. 온갖 곤란과 위험을 무릅쓰고 피아노를 뉴질랜드까지 운반해 온 것도 다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남편은 그 피아노를 해변에 팽개쳐두고 만다. 집까지 운반하는 데 지불해야 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피아노는 그래서 한동안 해변에 버려진다. 에이다가 제발 피아노를 집으로 운반해 달라고 통사정을 해보지..

사랑이란? 2020.12.28

사랑은 사랑을 기다렸고 나는 외로워 울었지

사랑은 사랑을 기다렸고 나는 외로워 울었지 요즘 자크 프레베르의 시집을 즐겨 읽고 있다. 점점 그에게 매료되는 느낌이다. 그는 상송 의 작사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오!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네 우리가 다정했던 그 행복한 시절을 그때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 (..,) 그러나 인생이 사랑하는 연인들을 헤어지게 했지 아주 슬그머니 소리도 없이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긴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지 연인들은 바다의 모래사장을 걸어갔을 것이다. 담소를 나누면서. 푸른 바다의 싱싱한 파도를 맞이하면서. 모래밭에는 나란히 발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그 연인들은 헤어졌고 태양보다 뜨거웠던 사랑은 식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지난 계절의 발자국을 바다..

사랑이란? 2020.02.03

열정을 지나 흐르는 사랑의 시간

열정을 지나 흐르는 사랑의 시간 드디어 단골 미용실에 가서 머리 손질을 받았다. 머리카락이 잡초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 왠지 상큼한 아이디어도 안 떠오르고, 책도 잘 안 읽히는 것 같다. 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의욕이 나지 않는 날이 며칠 계속되면 공연히 죄 없는 머리카락을 원인으로 삼아버리곤 한다. 파마약을 머리에 바르고 기다리는 동안 새로 나온 잡지를 뒤적거리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표제들이 있었다. ‘권태기 지혜롭게 넘어가는 비법’, ‘사막 같은 관계에 오아시스 만들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주말여행’ 등 여성잡지에 조미료처럼 매달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목들이었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에게 필요한 처방의 글들인데 그다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새삼 솔깃해지는 것을 보니 아마 내게..

사랑이란? 201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