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은 사랑을 기다렸고 나는 외로워 울었지

송담(松潭) 2020. 2. 3. 04:13

 

 

사랑은 사랑을 기다렸고

나는 외로워 울었지

 

 

 

 

 

 

 

요즘 자크 프레베르의 시집을 즐겨 읽고 있다. 점점 그에게 매료되는 느낌이다. 그는 상송 <고엽>의 작사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고엽>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오!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네

 우리가 다정했던 그 행복한 시절을

 그때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

 (..,)

 그러나 인생이 사랑하는 연인들을 헤어지게 했지

 아주 슬그머니

 소리도 없이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긴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지

 

 

 연인들은 바다의 모래사장을 걸어갔을 것이다. 담소를 나누면서. 푸른 바다의 싱싱한 파도를 맞이하면서. 모래밭에는 나란히 발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그 연인들은 헤어졌고 태양보다 뜨거웠던 사랑은 식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지난 계절의 발자국을 바다가 슬그머니 지워버린다. 이 시에서 얘기하는 것이 사랑의 끝남만은 아닐 것이다. 변화라는 도도한 흐름같은 것을 말하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의 기억이나 우리가 살았던 지난 계절도 흐르는 물의 일부다. 시간은 끊임없이 멀리 흘러가기 때문이다.

 

 프레베르는 <어느새 아침 우유병 내려놓는 소리가>라는 시에서 겨울을 기다리는 가을, 여름을 기다리는 봄, 낮을 기다리는 밤, 우유를 기다리는 차()를 노래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사랑은 사랑을 기다렸고

 나는 외로워 울었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들의 여름은 가을을 기다렸고, 우리들의 가슴은 사랑을 열렬하게 바랐던 것이다.

 

 문태준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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