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38

웨딩(Wedding)으로 가는 길

웨딩(Wedding)으로 가는 길    어느 날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맑고 똑똑하고 참신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눈에 비친 자식의 형상입니다. 누구든 자식은 귀하고 사랑스러울 것입니다. 제가 지금 제일 바라는 것은아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하는 것입니다. 몇 번의 미팅이 성사되지 않았지만아들이 선택하고,선택 받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로의 만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축복의 길이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2023.10.25) 숲길에서의 기도(祈禱)  뒷산 임도(林道)에 있는 숲길을 자주 걷습니다. 왕복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몇 군데서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거나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장소가 있습니다.먼저 40분쯤 걷다가 높이 솟은 튼튼한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氣)..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의 문턱에서 젊은 시절에는 뜨거운 여름이 좋았다. 강열한 태양빛이 직선으로 백사장에 꽂히고 수평선 위로 뭉게구름이 피어있는 한여름의 바닷가는 낭만 그 자체였다. 태풍의 예고에도 결기를 보이며 해수욕장으로 출발했던 피 끓은 시절, 파도가 거품을 길게 밀고와 넓은 백사장을 덮는 장관(壯觀)을 보고 탄성했던 그 시절. 여름은 이렇게 기억의 언저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얼굴에 주름지니 이제는 여름이 싫다. 지난 유월부터 시작된 열대야가 구월 중순까지 지속되어 지겹다. 앞으로 매년 더운 날이 지속되어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할 것이라니 더욱 심란(心亂)하다. ‘욕망(慾望)은 생산(生産)한다’는 자본주의가 머지않아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연의 역습을 받고 신음하게 된다니 이 또한 걱정이다. 계절뿐..

노년 일기

2023년 새해 구봉산에서 바라 본 일출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벽 5시경에 일출을 보러 항일암으로 향했는데 목적지 10km전부터 교통 통제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되돌아왔습니다. 대신 구봉산에 올라 일출(07:40분경)을 보았습니다.(2023.1.1) 일출사진을 가족방과 친구에게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 우리가족 건강합시다.♡♡♡ 사진 배경처럼 22년의 어둠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23년은 조그마한 일출이 해가 되어 세상을 밝히듯 친구의 가내에도 한낮의 환한 밝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Happy new year! 여수시 웅천동 해수욕장입니다. 멀리 해변가에 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집사람이 맨발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2023.1. 2)..

눈오는 날 걱정

눈오는 날 걱정 순천에 눈이 많이 왔습니다. 전원에 온지 만 9년 가까운데 제일 많이 내린 것 같습니다. 이곳은 시내와 떨어진 산골이라 눈이 많이 오면 교통이 두절됩니다. 오늘은 꼼짝없이 갇혔습니다. 문정희 시인이 말하는 ‘눈부신 고립’(‘한계령을 위한 연가’중)이 아닌 ‘걱정스런 고립’입니다. 문득 먼 옛날 동사무소 근무시절 산불이 나면 높은 산꼭대기까지 오르내렸는데 그때 제 어머님께서 손자를 등에 엎고 있다가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느그 아빠 고생하것다.”고 하셨답니다. 그런 후부터 어린 아들은 어디서 연기만 피어오르면 “우리 아빠 고생하겠다.”고 했다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따뜻한 방에 등을 대고 편안하게 누워있다가 출근하여 제설작업을 하고 있을 “우리 아들 고생하겠다.”고 생각하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가족과의 이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가족과의 이별 최근 고향 후배이자 옛 직장 동료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른 두 살의 시집간 딸이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만약 이런 일을 제가 당했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끝없이 흘린 눈물, 그것이 바로 피눈물입니다. 부모 형제, 가족과의 이별은 슬프고 슬픈 일지만 그중에서도 배우자나 자식과의 이별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무신론자지만 이때부터는 영혼을 믿고 신을 찾게 될 겁니다. 왜냐면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야 하고 비록 곁에 없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 집안 어디를 보나 늘 그(이)가 있는 것 같고, 무심히 지저귀는 새소리..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끔 꼭두새벽(2~3시 쯤)에 잠이 깨어 더 이상 잠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고민거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제 무의식 속에 좋지 않은 찌꺼기가 남아 있나 봅니다. 저는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출세를 하지 못한 것이 꿈으로 나타나 저를 괴롭힙니다. 그때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열등의식을 청산하지 못하니 한심한 일입니다. 정지아 작가는 “나의 비극은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내 비극의 출발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출세하지 못한 것은 시절운(時節運)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출세를 담을 만한 그릇이 아닌데 철모른 욕망만이 들끓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제 무의식 ..

서서히 일상으로의 복귀 2

서서히 일상으로의 복귀 2 정원의 잔디는 4월 말부터 시작해서 10월초까지 1년에 20회 정도 깎습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잔디가 잘 자라 1주일에 한 번씩 깎아야 합니다. 처음 잔디밭을 조성할 때 동네 분들은 잔디밭이 너무 넓어 관리가 힘들 거라며 몇 년 지나면 잔디밭을 줄일 것이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9년 째 잘 유지하고 있고 오늘은 올해 들어 6회차 잔디를 깎았습니다. 깎을 때는 힘들지만 작업을 마치고 나면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밭이 정원을 한껏 아름답게 보여 줍니다. 밤에 정원에 나오면 낮에 깎은 잔디의 풀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에 확 들어옵니다. 전원에는 꽃과 나무만 향기를 풍기는 것이 아니라 풀향기도 납니다. 이제는 풋풋하면서 약간 비릿한 풀냄새가 좋아졌습니다. (2022.6.24)..

사진 한 장으로부터의 사색(思索)

사진 한 장으로부터의 사색(思索) 사진작가 윤광준은 ‘사진은 시간을 가두는 예술이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시간을 묻힌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결혼 초기의 집사람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의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윤광준은 다시 말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늙는다. 잔인한 시간은 스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며 사진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 사진이 가둔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그때를 생각해 봅니다. 집사람이 입은 옷을 보면 화려하지도 않고 명품으로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초라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석등탑 옆에서 미소 지으며 서 있는 집사람은 멋지기만 합니다. ‘아! 집사람이 이렇게 날씬했던가? 포즈도 ..

화 내지 말자

화 내지 말자 아무리 좋은 부부관계라도 부부싸움(큰 싸움이 아니라 다툼 정도를 말함)은 이따금씩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노년에는 더 잦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부싸움의 원인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일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 일어난 저의 경우입니다. 아침 식사 후 9시경 정원에 울타리겸 심어놓은 회양목을 손질하려고 전기톱을 들고 나오자 집사람이 “어제 꿈자리가 아주 나빴으니 일하지 마시오."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여태껏 맞는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 (집사람이 버럭 화를 내면서) “여태껏 내 말 한 번이라도 들어준 적 있소? 몸도 약한 사람을 전원에 대리고 와서 힘들게 한다.” (제가 곧 바로 큰소리로 악을 쓰면서) “$%&*^#@” 일은 제가 하는데 ..

전원생활과 가사(家事) 노동

전원생활과 가사(家事) 노동 최근 몇 년 사이 집사람은 건강 검진 때마다 여기저기 한 두건씩 종양이 나타나 우리를 긴장시켰는데 조직검사결과 다행이 모두 양성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관찰을 요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집사람이 머리가 어지러워 일어나지 못하고 속이 매스꺼워 여러 번 구토를 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19를 불러야할 정도였지만 뇌 계통이 아닌 귀(耳)계통 질환으로 사전 예측하고 그냥 병원으로 갔습니다. 다행이 이석(耳石)증으로 판명되어 검사와 처지를 받은 후 집에 와 하루 지나니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집사람에 대한 최근 일련의 건강징후를 경험하면서 갑자기 ‘하인리히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1931년 미국의 보험회사 관리감독자였던 H. 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