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나의 누나
결혼을 하면 가족구성원간의 관계구도가 바뀝니다. 결혼 전에는 부모 아래 형제자매들이 횡으로 연결된 고리에서 오순도순 살아왔는데 결혼을 하면 그 관계망에서 독립적으로 떨어져나가고 그 자리에 처와 자식이 새롭게 튼튼한 고리로 연결됩니다. 이것이 핵가족의 구도입니다. 어린 시절의 형제자매는 각자가 세월의 풍화(風化)를 겪으며 경제력에 차이를 보이고 끈끈했던 가족애는 무덤덤해지고 소원(疏遠)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애증관계로 변하기도 하고 여기에 상속재산 문제가 겹치면 적대관계로까지 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형제자매간의 관계가 자신의 처와 자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사랑이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 것은 결혼을 계기로 처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책임이 무거워진 탓이기도 하고 결혼하면 각자가 의타심을 버리고 독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결혼한 형제자매간에는 지나친 기대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막상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래도 가족을 제일 먼저 찾게 됩니다.
저의 형제자매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상속재산이 없어(초장에 다 바닥남) 다툴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남인 저의 리더십 부족으로 형제자매가 모두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또한 비용이라는 자본주의 망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형제자매에게 잘 베풀어야 하지만 기껏 로또가 당첨되면 각자 얼마씩 배분하겠다는 가능성 제로의 망상만 가끔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족(형제자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보다 못 사는 동생들이 늘 걱정이고 하나 뿐인 누나에겐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부모님의 학업지원 등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저는 누나에게 항상 마음의 부채를 안고 삽니다. 저가 퇴직하면 광주에서 같이 살자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아 미안하고 전화를 하면 다정다감하지 않고 간단히 끝내려 해서 미안하고 나이 들어 몸이 이곳저곳 아픈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합니다.
오늘 모처럼 누나에게 드리지 못했던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그래도 누나는 단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가족을 위해 건실하게 살아오신 훌륭하신 매형이 계시고, 자식들이 속 썩히지 않고 성장해서 결혼생활 잘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다만 둘째 아들 작은 손녀만 건강해지면 그래도 복인입니다.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시지 않는다고 하니 이만큼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지금도 누나와 함께 어디를 가면 사람들이 저에게 동생이냐고 묻습니다. 아직도 피부가 탄탄하고 곱게 늙어가는 ‘누나, 누나, 우리 누나!’ 매형과 함께 언제나 건강하게 오래도록 행복하십시오.
(2019.5.24)
뒤줄 한가운데가 나의 누나 김난영(중학시절)
총명하고 야무지게 보인다.
처녀시절 나의 누나, 김난영
곱게 나이든 누나들
김난영 & 이옥희여사님
2019.11월
누나 가족
2020. 1. 11
2020.1.24 설날 손녀 구태경과 함께한 매형과 누나
한복을 차려입은 태경이가 의젓한 아씨가 되었다.
태경이가 유치원을 졸업하며 마지막 지휘봉을 힘차게,,,
똑똑한 얼굴에 귀여운 모습이 어릴적 누나의 모습이 상상된다.
누나도 그 옛날 유치원을 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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