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8

야만의 굴레를 넘어

야만의 굴레를 넘어 민주주의의 상궤를 벗어난 권력은 시민들에게 깊은 피로감을 안겼다. 견제 없는 통치, 소통 없는 명령 탓에 사회는 갈등과 분열 속에 잠식되어 갔다. 갈라치기에 의한 극단은 일상이 됐고, 상식은 비정상으로 전락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남 탓으로 돌렸다. 정직하지 않았을뿐더러 인간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3년도 안 돼 막 내린 윤석열 정부의 통치는 ‘야만’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시기였다. 윤석열은 공직자, 통치자의 기본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채 권력을 잡았다. 그의 자질 부족은 단순한 개인의 한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막대한 고통과 혼란을 초래했다. 시작은 그럴듯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에 모두가 솔깃해했다. 많은 이들은 정치권 밖에서 온 인물이기에 기성 정치의..

명칼럼, 정의 2025.07.31

정영방과 연꽃

정영방과 연꽃 요즘 정원이 대세다. 순천만과 태화강 등 국가정원이 2곳, 지방정원은 15곳이나 된다. 전 국민의 호응이 뜨겁다. 이제 먹고살 만하니까 정원에 눈을 돌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염과 인공시설물로 뒤덮인 도시의 숨구멍이 정원이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도 정원을 가꿨을까? 자연에 기댄 위락 공간이 우리 시대 정원이라면, 예전에는 철학적 담론과 문화 교류의 장이 정원이었다. 경북 영양에는 전통 정원의 대표 중 하나인 서석지(瑞石池)가 있다. 퇴계 학풍을 이어받은 정영방(鄭榮邦)이 조성한 원림이다. 그는 당파싸움에 찌든 조정을 멀리하고 고요한 영양으로 거처를 옮겨 ‘거경궁리’와 ‘주일무적’이라는 화두를 잡고 공부에 전념했다. 스승인 정경세가 벼슬길에 나설 것을 권하자 그는 학문에 매진할 수..

‘서울대 10개’의 함정

‘서울대 10개’의 함정 (...생략...)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개혁하고자 하는 우리의 현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수도권 집중이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은 사실 상상을 초월한다. 2023년 기준 수도권은 한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52.3%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면적은 약 12%이지만 인구는 50% 이상을 차지하며, 경제활동도 과반을 차지하는 극심한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최고 명문 대학을 통칭하는 ‘스카이(SKY)’ 모두 서울에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으면 모두 서울대라도 되는 듯 국내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한때 명성을 날렸던 지역 거점 국립대학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 다음으로 순위가 밀리는 실..

귀농·귀촌 후배들에게

귀농·귀촌 후배들에게 가끔 귀농·귀촌 계획을 가진 분들의 연락을 받는다. 유행처럼 쏟아져 내려올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까지는 자신이 없지만 ‘나 혼자 산다’ 정도는 해보고 싶은 딱 그 정도인 듯하다. 빈집도 찾고 내놓은 땅도 둘러보다가 차 한 잔 앞에 두고 살아온 내력을 털어놓는다. 듣다 보면 이후의 흐름과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상담차 찾아오신 분들도 그렇고, 이곳 어르신들도 여전히 내게 물으신다. “여가 고향이요?” 아니라고 답한 이후 문답은 천편일률이다. 부모님 고향이 이짝이요? 아뇨, 두 분 다 경기도 분이세요. 구례에 친척이라도 있소? 아뇨, 서울에서만 살았어요. 그 전에 농사는 지어봤소? 아니요. 농촌활동 ..

전원생활 2025.07.22

해양수산부가 섬 행정을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

해양수산부가 섬 행정을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 일본의 섬 숫자가 순식간에 2배 넘게 증가했다. 2023년, 일본의 섬은 6852개에서 1만4125개로 7273개나 늘어났다. 다시 전수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0만개 이상의 섬을 새로 발견했는데, 바깥 둘레 100m 이상 섬만을 정식 등록했음에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무도하게 일본은 1만4125개 속에 독도를 포함시켰으니 우리 섬 독도를 빼면 그 숫자는 1만4124개다. 일본이 갑작스레 지도 밖의 섬들까지 찾아내 자국 영토로 포함시킨 것은 해상 영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우리 섬은 정부 차원의 일관된 통계가 없었다. 부처마다 각기 다른 숫자를 발표했다. 혼선이 빚어지자 지금은 국토교통부가 전체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2025년 7..

여름 일기

여름 일기이해인 수녀 1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2 떠오르는 해를 보고 멀리서도 인사하니 세상과 사람들이 더 가까이 웃으며 걸어옵니다 이왕이면 붉게 뜨겁게 살아야 한다고 어둡고 차갑고 미지근한 삶은 죄가 된다고 고요히 일러주는 나의 해님 아아, 나의 대답은 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감탄사일 뿐! 둥근 해를 닮은 사랑일 뿐! -시집 에서 2019.7.8 경향신문 2019.7.21 참나리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더보기 싸이월드 미투데이 ..

허태임 / ‘숲을 읽는 사람’중에서

숲속의 위험하고 무서운 것들 깊은 산속을 헤매는 날이 많다 보니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일도 많다. 덩치가 큰 야생동물을 갑작스레 맞닥뜨리는 상상을 하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멧돼지를 못 봤거나 그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하산하는 날은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새끼들을 데리고 나온 어미 멧돼지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타자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모성애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반달가슴곰은 훨씬 더 위협적이다. 거대한 앞발에 얻어맞거나 뒷발에 밟히기라도 하면 정말 사람 인생 끝이다. 일단은 안 만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곰이 출몰하는 구간이라고 해서 조사 지역에서 제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낯선 생명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곰이든 사람이든 서로 깜짝 놀라서..

독서 노트 2025.07.02

완도에서

완명사십리(2025.6.29) 주말이면 아들이 사는 완도읍에 갑니다. 신지면에 있는 명사십리에 가서 맨발걷기를 하고 군외면에 있는 완도수목원에도 자주 갑니다. 완도수목원(2025.7.20) 산림박물관 규화복은 나무가 퇴적암 속에 묻힌 후 지하수 안에 있는 광물들이 나무속에 스며들어 화학처리를 통해 화석으로 변한 것이다. 규화목은 목재의 미세한 구조가 보존되어 있어 고대식물분류나 계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사진첩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