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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섬 행정을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

송담(松潭) 2025. 7. 22. 09:45

해양수산부가 섬 행정을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

 

일본의 섬 숫자가 순식간에 2배 넘게 증가했다. 2023년, 일본의 섬은 6852개에서 1만4125개로 7273개나 늘어났다. 다시 전수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0만개 이상의 섬을 새로 발견했는데, 바깥 둘레 100m 이상 섬만을 정식 등록했음에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무도하게 일본은 1만4125개 속에 독도를 포함시켰으니 우리 섬 독도를 빼면 그 숫자는 1만4124개다. 일본이 갑작스레 지도 밖의 섬들까지 찾아내 자국 영토로 포함시킨 것은 해상 영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우리 섬은 정부 차원의 일관된 통계가 없었다. 부처마다 각기 다른 숫자를 발표했다. 혼선이 빚어지자 지금은 국토교통부가 전체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2025년 7월 현재 유인도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무인도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통계를 합하면 우리 섬은 3399개(유인도 481개·무인도 2918개)다. 하지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지연 박사가 전자해도와 위성영상 비교 분석을 통해 밝혀낸 섬은 1만2000여개나 된다. 기존 통계치의 약 4배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는 육상 영토보다 4.4배나 크다. 해상 영토의 시작점인 영해 기점 23곳 중 20곳이 섬에 있다. 이 섬들로 인해 우리는 더 넓은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 안의 어족자원, 지하자원 등을 가질 수 있다. 섬 통계를 바로 세우는 것은 단순한 숫자 늘리기가 아니다. 해상 영토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섬 행정을 담당하는 행안부의 노력으로 곧 정부 차원의 섬 통계 재조사가 시작된다.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지금의 4배나 되는 많은 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섬의 가치를 확장해온 행안부의 공이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행안부의 섬 관련 업무를 해수부로 이관시키도록 부처 간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섬이 바다 한가운데 있으니 주민들이 모두 수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그런 주장을 편 듯하다. 하지만 전체 섬 주민 중 수산업 종사자는 30%가 안 된다. 수산업보다 농업 종사자가 월등히 많다. 그렇다고 섬 행정이 농림축산식품부로 가야겠는가? 섬은 그냥 바다가 아니다. 바다 위의 육지다. 육지 지역처럼 다양한 산업 생태계가 존재한다. 해양수산만의 획일적 영역이 아니란 이야기다.

 

행안부·국토부·해수부 등으로 쪼개져 있는 섬 정책이 하나로 통합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주체가 해수부가 돼서는 안 된다. 해수부는 섬의 마을 행정을 해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섬의 해양과 수산 업무를 하고 있다지만 섬 해양에서는 방파제와 매립 사업 등 토건만 했을 뿐이고 섬의 수산 부문도 인프라 구축이 주된 업무다. 섬이 포함되는 어촌뉴딜300이나 어촌신활력 사업은 그렇잖아도 빈 건물 많은 섬과 어촌에 ‘앵커 건물’ 하나 더 짓는 토건 사업이 핵심이다.

 

해수부는 신안 가거도에서 1979년부터 현재까지 46년 동안이나 항만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물경 36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는데 2012년 새 시공사가 된 삼성물산은 공사비를 부풀려 예산 20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옹진 울도에서는 해수부가 썰물이면 바닥이 드러나 어선들이 대피할 수 없는 입지에 대피항 공사를 해 1000억원의 예산을 탕진했다. 여수에서는 단 3가구 상주하는 작은 섬 부도에 다리 공사를 할 명분이 없자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 개발 사업’이란 희한한 이름으로 낚시터 하나 만들면서 194억원의 예산을 썼다. 해수부의 혈세 낭비 사업은 비일비재하다.

 

어촌뉴딜 등에서도 해수부는 역량이 모자라 어촌어항공단, 농어촌공사 등 다른 기관과 용역업체에 의존하며 파행을 겪었다. 자체 역량이 부족해 외부 기관에 행정을 의탁해온 해수부가 행안부에서 잘하고 있는 섬 행정까지 뺏어가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주민 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해온 행안부의 섬 행정이 해수부로 이관되면 앞선 사례들처럼 혈세 낭비 공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해수부가 섬 어업을 죽이는 어선 감척 사업을 하는 동시에 어항과 물양장을 만드는 모순적인 토건 정책을 편 것만으로 모자라는가? 잘못된 수산 정책으로 연안 어업을 소멸 위기에 몰아넣은 해수부에 섬의 운명까지 맡겨서는 안 된다. 일본도 섬 업무는 우리 행안부에 해당하는 내각부 소관이다. 해수부는 섬 행정 욕심을 버리고 북극항로 개척과 황폐해진 해양 생태계 살리기와 수산 자원 육성 등 고유 업무에만 집중하는 게 옳다.

 

강제윤 / 섬연구소장

(2025.7.21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