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위기 지자체 생존 위한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 첫 결실
“신안 다도해는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신안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죠. 우리가 지구를 존중하는 방식을 잃어버린 시점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배우면서 더 좋은 ‘내’가 된 것 같습니다.”
빛과 물, 빙하 등 자연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온 작품으로 이름난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이 전남 신안군 도초도의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이란 작품명처럼 도초도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도초수국정원 언덕에 지름 10m의 구형 공간을 만들었다.
밖에서 보면 봉긋 솟은 봉분처럼 보이는 작품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선 캄캄한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대지 속으로 들어가듯 어둠을 통과하면, 천장의 구멍을 통과해 온 햇빛이 붉은색, 녹색, 청록색 타일들에 반사돼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화산섬인 도초도의 지형에서 영감을 얻어 용암석으로 만든 타일은 세포의 프렉털 구조 혹은 흙 속 결정체를 닮았다.
‘숨결의 지구’는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신안군이 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추진한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대파와 양파 농사만 짓는 걸론 안되고 예술로 신안의 자원을 재편성하자는 기획”(강형기 총괄기획자)에서 6년의 준비 끝에 완성됐다. 작품 제작에만 47억원, 기타 경비까지 합하면 57억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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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한국 최대의 다도해 지역 신안군은 인구 3만8000명으로 국내 인구소멸 고위험지역 1위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각 섬에 하나씩 미술관이나 예술관을 설치하는 ‘1도 1뮤지엄’을 추진해 총 27개 섬에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도초도를 시작으로 노대도에 제임스 터렐, 비금도에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 등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도초도는 55.28㎢ 면적에 2300여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목포에서도 배를 타고 1시간을 들어가야 한다. 도초도에 사는 할머니들은 손목에 ‘올라푸르 엘리아손’을 한글로 적으며 작가의 이름을 익혔다고 한다. 지난 13일 열린 준공식에는 주민들이 줄을 서 ‘숨결의 지구’를 관람했다.
작품은 25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신안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하고 관람할 수 있다.
(2024.11.18 경향신문)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설치된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숨결의 지구’를 외부에서 본 모습. PKM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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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의 ‘위기탈출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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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만이 아니라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은 9월 기준으로 268만9317명. 그중 ‘이나인’이라 부르는 비전문취업비자(E-9)로 들어온 외국인(31만6000여명)의 비중이 가장 높다. 농업지대와 산업단지가 뒤섞인 수도권 인근 농촌에는 하청업 형태의 자잘한 제조업체들이 많아 이주노동자 비율이 훨씬 높다. 고향인 음성군은 인구 9만여명에 등록 외국인이 1만3000여명으로 네팔인들이 많이 산다. 무거운 맹동수박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젊은이도 이주민이요, 뜨거운 철과 플라스틱을 다루는 이들도 이주민이다. 지역에서 고만고만한 원룸과 빌라를 세 줄 수 있는 이들도 이주민들이다. 이주민과 함께 보통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지역소멸 위기탈출 넘버원이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2024.11.2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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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음식 트렌드
‘사워도, 단백질 워터, 마이크로 레스토랑, 인공지능(AI) 요리.’
내년에 우리 식탁에서 일어날 변화의 핵심 키워드다. ‘2025년 음식 트렌드’ 관련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내년 음식 트렌드는 개인 선택과 취향이 강조된 개별화와 음식 산업에서의 AI 적용 확대로 요약된다.
먼저 미국 최대 유기농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최근 발표한 ‘2025년 푸드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과 건강·영양을 열쇠말로 꼽았다. 홀푸드마켓이 매년 말 공개하는 ‘푸드 트렌드’는 글로벌 식음료 업계에 영향력이 큰 보고서의 하나다.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기능이 강화된 물(전해질 워터, 탄산 코코넛 워터, 단백질 워터 등)의 약진이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음식인 물부터 달라지는 것이다.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한 해초류도 내년 유행 예감에 포함됐다. 해초류는 칼로리가 낮은 데다 지구적 지속 가능성에 핵심인 탄소포집도가 뛰어나다.
또 마니아층만 즐겨 먹던 빵인 사워도의 확산도 흥미롭다. 사워도는 천연 발효종을 이용, 오랜 시간 발효시켜 소화가 잘되지만 가격이 일반 빵에 견줘 1.5~2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사워도가 빵뿐 아니라 피자, 크래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지난 9월 발간된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의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내년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고정관념을 깨는 ‘옴니보어’ 소비를 꼽았다. 옴니보어는 잡식성 또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옴니보어 소비는 나이, 성별, 소득에 따른 경계와 구분을 넘어 개인의 취향이 뚜렷한 소비 형태를 말한다. 김 교수는 옴니보어 추구 소비자들은 ‘기후 감수성’, 삶의 큰 변화가 아닌 1%만 변화시켜도 만족하는 ‘원포인트업’ 같은 키워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단백질 워터, 사워도는 원포인트업 같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플랫폼인 마사스튜어트는 큰 틀의 변화를 예측했다. 이 사이트는 가장 주목할 2025년 트렌드로 ‘마이크로 레스토랑’을 내세웠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이 아예 자기 집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 당국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이런 영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도심이 아닌 주택가에 레스토랑뿐 아니라 카페, 칵테일 바, 서퍼클럽 등 다양한 형식의 작은 음식점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 사이트는 AI에 의한 음식 산업의 변화를 점쳤다. 사람이 없는 로봇 햄버거·커피숍·초밥집이 이미 운영돼온 데다 ‘챗GPT’ 같은 AI를 통해 요리 레시피는 물론 외식 아이디어를 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AI 요리가 확대되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관계의 플랫폼 구실을 해온 레스토랑의 개념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트렌드가 내년 우리 식탁에서 얼마나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2025년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일상식과 외식의 개념까지 크게 바뀌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권은중 / 음식 칼럼니스트
(2024.12.6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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