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여름 일기

송담(松潭) 2019. 7. 8. 17:32

 

 

 

여름 일기

이해인 수녀

 

 

1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2 

떠오르는 해를 보고 

멀리서도 인사하니 

세상과 사람들이 더 가까이 

웃으며 걸어옵니다 

 
이왕이면
 
붉게 뜨겁게 살아야 한다고
 
어둡고 차갑고
 
미지근한 삶은 죄가 된다고
 
고요히 일러주는 나의 해님
 

아아, 나의 대답은 

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감탄사일 뿐! 

둥근 해를 닮은 

사랑일 뿐!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서

 

2019.7.8 경향신문

 



 

임의진 시골편지

 

 

 

음료 차 문화가 커가면서 조급증이 많이 줄어드는 걸 보게 된다. 두런두런 차를 나눠 마시면 일상의 속도가 느려진다. 급박한 속도로 하루를 달리다보면 사건사고가 터지게 돼 있다. 하루에 차를 얼마나 자주 또 오래 마셨는가에 따라 한 인생의 속도를 알 수 있겠다.

차 한 잔의여유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청문회에서는 왜 아무개랑 같이 밥을 먹었냐며 따지더라. 차를 같이 마신 것 가지고는 따지지 않아. 차나 마시지, 왜 밥들을 먹어가지고밥은 식욕이라는 욕망을 동반한다. 여기에는 다른 욕망들까지 달라붙게 되어 있다. 어디서 차 한 잔 하자는 건 작은 내디딤. 라면 먹고 가라는 말은 당돌한 유혹이 된다.

(2019.7.11. 경향신문)

 

 

2019.7.21 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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