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노년 일기

송담(松潭) 2023. 4. 20. 07:35

< 1 >

2023년 새해
 

구봉산에서 바라 본 일출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벽 5시경에 일출을 보러 항일암으로 향했는데 목적지 10km전부터 교통 통제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되돌아왔습니다. 대신 구봉산에 올라 일출(07:40분경)을 보았습니다.(2023.1.1)

일출사진을 가족방과 친구에게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집사람>
감사합니다. 올해는 우리가족 건강합시다.♡♡♡

<박형하>
사진 배경처럼 22년의 어둠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23년은 조그마한 일출이 해가 되어 세상을 밝히듯
친구의 가내에도 한낮의 환한 밝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Happy new year!

 

 


여수시 웅천동 해수욕장입니다.
멀리 해변가에 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집사람이 맨발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2023.1. 2)

내년(2024년) 상반기에 좌측에 보이는 아파트(지엘)로 아들집을 옮길 계획입니다.
주변에 해수욕장(모래사장)이 있고
GS칼텍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울마루'와 장도섬 공원이 있어
운동+ 문화생활 접근성이 좋은 여수 최고의 주거지라 생각합니다.

 

< 2 >

나의 아침시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말은 어린시절부터 들었던 생활수칙입니다. 이 수칙은 노인이 되니 자동적으로 지켜지고 오히려 너무 일찍 깨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 5시 전후에 일어나 따뜻한 녹차를 한 잔 마십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은 어둠에 잠겨 고요합니다. 차를 마시며 가벼운 명상에 잠기면 마음이 조금은 설렙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맑은 새벽에는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긍정과 감사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아침식사 대신 먹는 간단한 과일과 야채를 준비하는 일은 제가 맡고 있습니다. 저보다 늦게 잠드는 집사람이 깨지 않도록 딸가닥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두 접시 중 집사람이 먹을 접시에 더 싱싱하고 모양이 예쁜 것으로 담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고생하는 집사람한테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요리까지 해야 더 잘하는 것이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 합니다.

차를 마시고 아침준비가 끝나면 새벽운동을 갑니다. 동네 이웃 서너분과 함께 운동을 하는데 운동이라기보다는 주로 잡담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겨울철 추운날에는 새벽 운동을 하지 않아 요즘 그분들과 동네 소식이 궁금합니다.

매일 노는 백수지만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어서 새롭고, 금.토요일은 가끔 아들이 사는 여수에 가기 때문에 여행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곳에 가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아침엔 단톡방 몇 군데에서 ‘카톡 카톡’ 소리가 울립니다. 이미지나 동영상의 기계적인 문구지만 안부를 물어주는 그들이 고마워서 간단하게 답장을 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8시가 되면 TV ‘아침 & 매일경제’를 시청합니다. 아침 조간 신문의 기사를 소개하고 패널들이 토론하는 프로그램인데 월~금까지 빠지지 않고 봅니다. 패널 중에 매경닷컴 윤영걸, 매일신문 편집위원 최경철, 매일경제 논설위원 윤경호님을 특히 좋아합니다. 그분들은 보수와 진보의 극단이니라 비교적 중립적이고 탁월한 실력자들입니다.

이 시간이 끝나면 정원으로 나갑니다. 마른 잔디 위에 아침햇살이 내려와 있습니다. 여름엔 파란잔디가 시원스럽게 보이지만 겨울엔 누런잔디가 아침햇살을 받고 모락모락 김을 풀어내면 더욱 포근해 보입니다. 매일매일이 꼭 신나는 하루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제는 아침 햇살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눈부십니다.
(2023.1.12)

[박형하의 평]

글은 문맥이 끊기거나 어색하지 않고 내용이 눈앞에 보고 있는 듯한 사실감을 마주한다면 천의무봉입니다. 글을 읽을 때는 글쓴이의 의도를 읽고 나를 읽는다는 것을 서삼독이라 하였습니다. 친구를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내준 글을 읽을 때마다 서삼독이 쉽게 다가왔습니다.

서삼독(書三讀) : 텍스트를 읽고필자를 읽고최종적으로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말.

 

< 3 >

너무 앞서 늙어가지 말자

 

어느덧 칠십 하고도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노인임을 몸으로 감지하기 시작한 때는 6~7년 전인 65세 경인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도 노인 나이입니다.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감지되는 변화는 신체능력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력의 약화’요, 고상하게 표현하면 ‘성적 에너지의 감소’입니다. 이것은 남자들에게 많은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또 다른 변화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동작이 무디어지고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몸의 이곳저곳이 조금씩 고장 나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가짓수가 많아집니다. 기계도 내구년수가 지나면 고장 나고 부품을 교환해야 하듯 사람도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과정입니다.

이렇게 몸의 변화가 오니 마음도 따라갑니다. 모든 것이 한계점에 이르러 더 이상 진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도 바로 휘발되어 날아가 버리고 글을 써도 그 글이 그 글이어서 지지부진합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읽어도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지 못하는 맹인이 된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늙어가고 있지만 그냥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최근 접한 다음 두 글은 정신이 바짝 들게 했습니다. 먼저 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은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라는 책에서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 약 5년 동안 식단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를 관찰했는데, MIND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최악의 식습관을 유지한 사람들에 비해 무려 10년당 7.5년 치의 뇌 노화 지연효과가 있었다. 남들은 10년 나이 드는 동안 2.5년만 노화했으니, 뇌 노화속도가 4분의 1로 느려진 셈이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이 책에는 운동 과 같은 ‘이동성’과 명상과 같은 ‘마음건강’으로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제시하고 나이가 좀 더 젊었을 때부터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작가 정여울은 ‘문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에서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나온 다음 문장을 접하고 ‘심장을 꿰뚫는 날카로운 화살처럼 내 영혼을 부서뜨렸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에 오직 작은 부분만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우리 안에 1000개의 가능성이 있다면 수많은 사람이 그중에 10개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 나머지 990개의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십중팔구 미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라져 버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는 1000개의 가능성을 하루하루 버리며 살아간다.”고 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권리'를 깨닫게 하는 존재가 바로 문학이 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있으면 내 안에서 “이제 너는 다르게 살아도 돼,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너무 매달리지 마"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위 두 사례를 접하면서 늙음의 순리를 받아드려야겠지만 너무 앞서 늙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면서 자신감도 갖어야겠습니다.

(2023.1.30)

 

< 4 >

 

노년의 증상과 노년의 감성

 

 

이미지 출처 : PNGtree
 
 

어제는 동네 이웃 다섯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점심모임이 있었습니다. 식당은 1층에서 음식(장어)을 구매하여 계산한 후 2층으로 올라가 식사를 합니다. 제가 유사라서 계산을 했는데 신용카드를 회수하는 것을 잊고 식사를 마친 후 허둥대다 1층 카운터에서 보관하고 있는 카드를 찾았습니다. 나이드니 깜박깜박합니다. 우체국에 가서도 일을 보고 주민증을 놔두고 올 때도 있고, 가끔 차안에 핸드폰을 놓고 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은 노인이 되면 늘 같이 다니면서 서로 챙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몇 달 전부터 집사람이 맨발걷기(earthing)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텃밭 작은 고랑길에서 매일 걷고 있으며 여수 아들집에 갈 때는 웅천 해변에서 걷습니다. 겨울에도 맨발로 바닷물에 들어갈 정도로 대단함을 보여 저를 놀라게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맨발걷기를 하다 보니 집사람의 발은 햇볕에 까맣게 타 깜둥이 발이 되었습니다. 예전의 하얀 발이 아닙니다. 저는 집사람의 발을 보며 건강을 위해 “저렇게 애를 쓰는구나. 스스로 건강을 챙기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생각합니다. 노년이 되니 지난날의 하얗고 고운 발 보다 지금의 까맣고 건강한 발이 더 아름답고 빛나 보입니다.
 
오늘도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아침 대용으로 아채를 준비하고 녹차를 한 잔 마시면서 조용히 사색에 잠기다가 2층 방으로 올라가 컴퓨터에서 오늘의 날씨 등을 검색합니다. 이렇게 1시간 정도 움직이다가 새벽 운동 나갈 시간이 되지 않아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알람을 켜놓고 새벽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이때 옆에 누워 있는 집사람의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라고 보일러의 온도를 약간 높여 놓습니다. 집사람의 잔잔한 숨결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노년에야 느낄 수 있는 애틋한 감정입니다.
 
(2023.3.15. 새벽에)

  

우리 라코타 족 인디언은 대지를 사랑했으며, 대지 위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 애착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더 깊어지곤 했다. 늙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흙을 사랑했다.
그들은 땅 위에 앉거나 땅에 기대곤 했다. 어머니의 힘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느낌으로.
 
대지에 맨살이 닿는 것은 좋은 일이다.
늙은 라코타족 사람들은 모카신을 벗고 맨발로 신성한 땅 위를 걷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는 천막을 흙 위에 세웠으며, 제단 역시 흙으로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대지 위에 내려와 날개를 쉬듯이,
대지는 모든 산 것들의 최종적인 휴식처다.
흙은 부드럽고, 힘이 있으며, 정화의 힘과 치료의 힘을 갖고 있다.
 
류시화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중에서
   
< 5 >
 
손님맞이 
 

오늘은 집사람 친구들이
서울에서, 광주에서 온다고 해서
다실방에 꽃꽂이를 해봤습니다.
(2023.4.20)
 

 
 

 조선대학교 간호학과 동기동창생들(72학번)이  모였습니다.
집사람은 친구들 대부분을 졸업후 47년만에 만났습니다.
- 옆집 토부다원에서 -
 
 
칠십 나이에 모두들 건강한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대학동창 모임을 오랫동안 이어온 것도 뜻 깊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저희 집사람도 건강을 잘 지켜 이번 모임을 계기로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냈으면 합니다.
2023.4.22. 
 
   < 6 >
 
하루 2시간 운동 지키자
 


어제는 2주 만에 뒷산 임도(林道)로 운동을 갖는데 중간에 몇 번 되돌아가려다가 목표지점까지 갔다 왔습니다. 날씨가 더워진데다가 정원 일로 운동을 대신했더니 게을러진 탓입니다. 왕복 2시간 정도 코스에  혼자하는 운동이고 아무 사람도 보이지 않아 가끔은 약간 지루하기도 합니다. 이럴 땐 친구 한 사람이라도 가까이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친한 벗들은 모두 멀리 있어 아쉽습니다. 매일 동네 사람 셋이서 새벽운동을 하지만 2~3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아 저는 별도로 낮에 운동을 합니다.
 

밤꽃이 핀 숲 풍경


적막한 산길을 홀로 걸으면서 새소리를 듣습니다. 가끔 코끝을 스치는 향기를 맡습니다. 지난 달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지금은 밤꽃 향기가 납니다. 도로변에 칡넝쿨이 삐져나와 끝부분을 스틱으로 치면서 걷습니다. 스틱을 칼이라 생각하고 힘껏 내리치면 줄기가 두 동강이 납니다. 예리한 칼날이 아니라도 연약한 것들은 잘리는 것입니다. 스틱도 무기가 되듯 사람에게도 꼭 거친 말이 아니라도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노란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꽃이지만 녹색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핀 꽃은 홀로 긍지에 차 있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살려면 하루에 2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 빠지지 말아야겠습니다.

(2023.6.9)

 

 
< 7 >
 
겸손(謙遜)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 Pinterest
 

 
겸손이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 또는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고 사전에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자신을 낮춘다’는 말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말의 뉘앙스는 약간 달라도 의미는 통합니다. 그런데 오래 전에 한 친구가 저에게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 ‘내세우지 않는’ 즉 ‘드러내지 않는’, ‘나타내지 않는’ 것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너머 자신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저도 가끔 글을 쓰면 친구나 지인들에게 보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보낸 다음에는 후회스러운 맘이 듭니다. 상대는 별 공감하지 않을 것인데 나 혼자 잘난 척 하는 행동이고, 자신이 쓴 글을 자주 공개하는 것도 경솔합니다.
 
겸손이란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니 인정욕구에 들뜨지 말고 침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상책(上策)입니다. 내공이 쌓인 사람은 겸손하고, 겸손은 침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2023.6.11)

 


< 참고 글 >                                           어둠의 철학, 겸손 

등소평이 1980년에 중국의 외교노선으로 설정했다고 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워야 한다’ 회(晦)는 한달 중에서 그믐을 가리킨다. 달빛이 거의 사라진 때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드러내야지 왜 어둠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단 말인가. 이 어둠은 중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수신과 처세의 기본으로 삼아온 철학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둠속에 있으면 상대방이 자기를 알아보기 어렵다. 알아보기 어려워야 안전할 수 있다. 자기 잘났다고 나대는 순간에 망조가 시작된다. 노출되면 공격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서양 연금술사들은 악어를 중시했다.악어는 물속에 있으면서 눈만 살짝 내놓고 상대방을 관찰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물속에 잠겨 있는 악어를 보지 못한다. 중국에서는 땅덩어리가 넓어서 수많은 변란과 전쟁이 많았다. 이런 난세에서 자기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아주 순진한 행동이다. '날 잡아 잡수'와 똑같다. 그래서 중국의 지도자상은 후흑이다. '낯가죽이 두껍고 마음은 시커메야만' 훌륭한 지도자이다. 낯가죽이 얇고 마음이 여리거나 솔직하면 지도자가 못 될 뿐 아니라 단명한다고 본다. 오죽하면 <후흑학(厚黑學)>* 이란 책도 있다. 

어둠이 정치적 마키아벨리즘으로 가면 '후흑'이 되지만, 개인 수양의 측면으로 가면 '겸손'이다. 겸손을 뒤집으면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을 말한다. 자신의 호나 또는 현판에 회(晦)자를 썼던 배경에는 '겸손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자의 호가 회암(晦庵)이고, 이언적 선생의 호가 회재(晦齋) 아닌가. 우리나라 선비들의 호나 당호에 '회' 자가 많다. 

* 후흑학(厚黑學)

청나라의 리풍우(1879~1944)가 수천 년 중국 통치술의 정수를 꿰뚫는 화두를 제시 했다.“큰 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얼굴이 성벽만큼이나 두꺼워야하고, 마음은 숯만큼이나 검어여 한다.” 후흑(厚黑)은 단순히 얄팍한 처세가 아니다.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고, 항상 긴장하며, 남을 존중하는 것이 후흑(厚黑)의 진정한 원리이다.

 조용헌/ ‘내공’중에서

 

<  8  >
 
위축되지 말자

 
무엇이 우리를 위축되게 하는가요? 가슴을 쫙 펴고 예전처럼 당당해야 합니다.
 
퇴직 후로 소득이 줄고 사회활동이나 취미생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왠지 마음도 생각도 궁색해 졌습니다. 마트에 가면 물가가 너무 비싸 가끔 재래시장에서 과일을 샀다가 ‘싼 게 비지떡이다’라고 집사람한테 꾸중을 듣고, 축조의금의 문제로 망설이기도 하고, 쓰레기봉투를 옆구리 터지도록 담으려 하고, 지인들과 ‘밥 한 번 먹자’해 놓고 약속을 빨리 잡지 않는 등 많이 옹졸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이드니 행동도 느려지고 몸도 꾸부정해져 가는데 마음까지 노인 운운하며 스스로 늙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UN이 정한 평생연령기준을 보면 17세 이하는 미성년, 18~65세가 청년, 66~79세가 중년, 80~99세가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합니다. 이를 기준하면 저는 아직 중년이고 노년이 아닙니다. 가슴을 쫙 펴고 운명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가야겠습니다.
 
(202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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