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송담(松潭) 2022. 10. 21. 05:47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끔 꼭두새벽(2~3시 쯤)에 잠이 깨어 더 이상 잠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고민거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제 무의식 속에 좋지 않은 찌꺼기가 남아 있나 봅니다. 저는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출세를 하지 못한 것이 꿈으로 나타나 저를 괴롭힙니다. 그때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열등의식을 청산하지 못하니 한심한 일입니다. 정지아 작가는 “나의 비극은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내 비극의 출발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출세하지 못한 것은 시절운(時節運)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출세를 담을 만한 그릇이 아닌데 철모른 욕망만이 들끓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제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는 아들에 대한 걱정인가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모임에 가면 멤버들의 자식자랑이 단골메뉴였습니다. 그런데 나이 70이 넘으니 이제는 손자손녀 자랑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들의 손자손녀들은 모두 영재요, 지금 초중등생인데도 이미 명문대에 예약석을 잡아놓은 것 같았습니다. 자식을 판검사나 의사로 만든 사람들과 손자손녀가 영재들인 사람들 앞에서는 왠지 주눅들기 마련입니다. 그들이 겸손한 어투로 자랑을 해도 듣는 사람은 자신의 처지가 씁쓸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왜? 제 아들은 일류가 되지 못했을까. 그것은 아들의 탓이 아니라 부모인 제 탓이었습니다. 성공한 자식들의 부모들은 자식이 중고교 시절부터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치열하게 움직이면서 모든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날마다 술 마시고 늦게 귀가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판검사, 의사들은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식교육의 경쟁에서 패배한 제가 아들을 서운해 하면 매우 잘못된 인식입니다.

 

지금까지 제 무의식 속에 저를 괴롭히는 요인은 세속적인 욕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출세를 못했다고 하나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 정도도 못 한 사람이 많은데 ‘욕심이 많구나’ 할 것이고 자식문제도 만족의 기준을 판검사나 의사로 정한 것이 잘못입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근검절약한 사람이면 충분하지 무엇을 더 바란다고 ‘열등’ 운운합니까.

 

그렇습니다. 이젠 생각을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제 자신이 이만큼 된 것도, 집사람의 지극한 사랑과 헌신을 변함없이 받아온 것도, 장가만 안 갔을 뿐 저 보다 더 맑고 건전한 정신세계를 갖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들에 대해서도 감사해야 합니다. 심지어 제가 지난 1월 암수술을 받은 것도 재발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장수할지 모른다는 희망까지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모두가 감사인데 이제 더 이상 사치스러운 고민이나 열등감을 버려야 합니다. 무의식 속에서도 진정한 평온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