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화 내지 말자

송담(松潭) 2022. 9. 8. 04:12

화 내지 말자

 

 

아무리 좋은 부부관계라도 부부싸움(큰 싸움이 아니라 다툼 정도를 말함)은 이따금씩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노년에는 더 잦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부싸움의 원인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일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 일어난 저의 경우입니다.

 

아침 식사 후 9시경 정원에 울타리겸 심어놓은 회양목을 손질하려고 전기톱을 들고 나오자

집사람이 “어제 꿈자리가 아주 나빴으니 일하지 마시오."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여태껏 맞는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

(집사람이 버럭 화를 내면서) “여태껏 내 말 한 번이라도 들어준 적 있소? 몸도 약한 사람을 전원에 대리고 와서 힘들게 한다.”

(제가 곧 바로 큰소리로 악을 쓰면서) “$%&*^#@”

 

일은 제가 하는데 꿈자리가 나쁘다고 막은 것이 싸움의 서막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화과정에서 집사람이 먼저 화를 내어 싸움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때 서로 먼저 화를 냈다고 ‘네 탓’을 라는 것이 통례입니다. 어쨌든 집사람이 먼저 화를 냈다치더라도 제가 서둘러 분노로 응수하지 않았다면 싸움은 더 이상 확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공포탄을 쏘았다면 저는 대포로 공격한 셈입니다. 이렇게 크게 한 방 날리고 나면 결코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곧장 정원으로 나가 씩씩거리며 끙끙댔습니다. 예전 같으면 줄담배를 피웠을 것인데 암수술을 한 사람이라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어 방에 들어가 2시간 정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통 부부싸움의 단계를 보면 서막 >확전 >냉전(서로 말 안하기) >화해의 단계를 거친다고 봅니다. 우리 부부는 전쟁이 끝나고 냉전기간이 비교적 아주 짧아 다행이긴 합니다. 보통 1~2시간 정도고 길어야 한나절 정도면 화해무드로 바뀝니다. 냉전을 빨리 종식시키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줘야 하는데 저의 경우는 대부분 집사람이 먼저 말을 걸면서 “또 삐졌소?”하면서 다가섭니다. 그때 저는 몇 마디 응수하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냉전은 종식됩니다. 집사람이 먼저 양보한 탓에 저는 ‘못난 찌질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뒤뜰에 옥잠화가 하얀 자태로 여기저기 피어있습니다. ‘자연은 이처럼 맑고 고요한데 인간의 마음은 왜 이리 자주 요동칠까? 제발, 건강을 위해서라도 화를 내지 말자’

후회했습니다.

 

(202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