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봄볕 (...생략...) 봄이 오고 있다. 미세먼지로 탁한 봄 하늘을 눈곱 낀 듯 아스라한 시선으로 가만히 올려본다. 밝아진 햇빛이 겨울과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고재현 교수님의 책 에 따르면, 태양 깊은 안쪽에서 출발한 빛은 100만년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태양 표면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빛은 빼꼼 고개를 내밀고, 곧 걸음을 재촉해 우주 공간을 빠르게 가로질러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다. 전자기파인 빛은 내 얼굴에 닿아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흔쾌히 내놓고, 몸을 이루는 입자들의 마구잡이 열운동을 늘려 내 피부의 온도를 높인다. 바로 이때 빛이 볕이 된다. 보낸 것은 빛인데 닿고 보니 볕이 된 따사로운 봄볕에서, 빛이 볕이 된 100만년을 생각한다. 빛은 눈이 보고 볕은 몸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