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38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 피터 오브차로프(Peter Ovtcharov) 나의 어린 시절에는 공부보다는 노는 것이 주였다. 학교숙제도 많지 않았고 사설학원도 없어서 학교 외에서는 음악 미술 등 예능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내가 음치인 것은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했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는지 모른다. 클래식을 좀 알아보려고 하는 60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음악을 조금 일찍 접했더라면, 학교에서 음악수업이 더 많았었더라면, 아들을 어렸을 때 교양으로 피아노를 가르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작년에 처음 시청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클래식 강좌를 접하고 나서 계속 진도를 나가지 못해 아직은 왕초보 상태이지만 연주악기 중에는 피아노가 가장 듣기 좋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클라리넷, 오보에 등 여러..

눈이 부시게

눈이 부시게 지난 4월 30일 50년 知己(지기) 친구 셋이 대전에서 6개월 마다 만나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옛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얘기가 오갔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건강문제에 이어 ‘죽음’에 대한 얘기입니다. 먼저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집사람보다 내가 먼저 죽어야 한다. 만약 집사람이 먼저 가면 그동안 고생만 하고 떠난 것이 모두 내 책임이기에 홀로 남아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남자가 먼저 죽으면 나중에 아내가 병들 때 너무 힘드니 끝까지 보살펴 먼저 잘 보내주어야 한다. 아내를 두고 먼저 떠나는 네 생각은 이기적인 발상이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더 오래 살고 싶..

우환(憂患)

우환(憂患) 살면서 이처럼 불안해 본 건 처음이다. 집사람이 이석증으로 시작하여 한 달 가까이 이비인후과, 심장내과, 치과 등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지난 해 크리스마스이브 날 종합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치료를 해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걱정과 불안은 쌓여갔고 집사람은 “내가 이러다가 죽을란 갑소.”하며 비관했다. 그동안 빨리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의사인 처남과 조카들이 지방에서 먼저 어느 정도 병명을 규명한 후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라고 조언하여 그에 따랐다. 집사람이 아프니 당장 집안 살림이 엉망이었다. 집안에 정전이 된 듯 모든 것이 Stop되고 캄캄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있는 동안이면 겉잡을 수없이 불안과 슬픔이 덮쳤다. 만약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긴..

석양(夕陽)의 노래

순수하고 무고한 눈망울을 가진 고양이가 책 표지에서 독자를 바라봅니다. 악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표정입니다. '나 때문에'라는 제목 아래 있으니 더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청순한 표정의 고양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른 걸까요?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토록 맑고 아린 눈빛으로 자책하는 걸까요? 최혜진 /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중에서 나는 이 그림을 보고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석양(夕陽)의 노래 아무런 잘못도 없이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항상 ‘갑’아닌 ‘을’로 살아온 당신! 성장하면서도 아무런 결핍도 없이 오직 사랑만 듬뿍 받고 자라온 당신이 나를 만나 저런 눈빛으로 변해버린 건가요? 나는 가끔 애잔하고,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아무 죄 없는 당신, 그것은 결코 당신의 자책일 수 없습..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쓴 반성문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쓴 반성문 최근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가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에 재직 시에 여직원들을 많이 배려했습니다. 회식을 마치면 여직원들은 되도록 빨리 귀가시키고, 손님접대 차(茶) 심부름 같은 일을 되도록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집사람한테는 항상 우위적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예를 들어, 잘못은 저가 저질러놓고 화를 먼저 내는 적반하장, 냉전 시 집사람이 저보다 먼저 화해하는 등 알게 모르게 집사람을 힘들게 한 것입니다.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에게 폭언하는 남자!" , "여자를 이기려는 남자, 그대 이름은 찌질이!" 그리고 명심해야겠습니다. 선한 집사람이 나로 인하여 꾹꾹 참느라 몸과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