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늦깎이 해외여행

송담(松潭) 2019. 9. 28. 20:27

 

늦깎이 해외여행

 

 

 대한민국 해외출국자 연간 2천만 명을 넘긴 세계화시대를 살면서 70에 가까운 나이에 비로소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는 94년 중국을 9박10일 다녀 온 후 두 번째이고 집사람은 처음 국경을 넘었다. 그동안 집사람은 건강상 이유로 해외여행을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 모험을 단행했다. 출국 전 여러 군데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아 알레르기, 혈압, 심장, 고산증, 감기, 멀미약 등 약만 해도 한 보따리를 챙겼다. 심지어 중간에 다시 귀국하는 사태까지 각오하고 출발했는데 서유럽 5개국 8박 10일을 무사히 통과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부부동반 각종 모임 때 집사람의 건강을 이유로 나 홀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집사람이 이렇게 난코스 마라톤을 완주했으니 앞으로는 변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유럽의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며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러 대부분 형성된 거대한 건축물과 조각품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고 불가사의란 말이 절로 나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서양인들의 앞선 문명과 진화를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신이 인간을 창조했지만 그 피조물이 창조한 사물들은 신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는지 아름답고 경이롭고 위대했다.

 

 역사유적지에 대한 감상 외에 현지 유럽인들의 생활습관이나 사회시스템이 우리와 다른 점들은 각국 공통적으로 소형차 위주, 대학입시에 열광하지 않는 것, 장애자에 대한 배려, 노동자의 권익보장, 복지정책, 서두르지 않는 만만디가 우리와 달랐고 실용적이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영국은 98%가 중산층이고 최상, 최하위층이 각각 1%로 보면 된다고 하며 대학진학율은 30%정도이고 임금수준도 대졸자보다 저학력자가 더 높으며, 최저임금도 1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관광기간 중 다소 특별한 견문은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5,000여 년 전 사람의 미라를 보았고,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1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실물 그림을 보았고,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 전망대와 밤에 세느강 유람선을 타고 에펠탑의 야경을 보았다. 스위스에서는 유럽의 지붕 알프스의 융프라우(3,454m)를, 이태리에서는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를 들렸는데 바티칸시국의 성 베드로 성당은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미켈란젤로가 1508년 5월부터 4년 5개월 동안 천정과 벽에 그린 벽화는 경이로움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태리 유적지만 돌아봐도 한 달은 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서는 하이델베르크의 고성에서 네카강 건너로 보이는 주택들 보았는데 달력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그림 그대로였다.

 

 함께 여행한 일행 중 제일 젊은 송윤진씨는 여행기간 중 지칠 줄 모르는 생기발랄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왠 일인가? 스위스 융프라우로 가는 열차 안에서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감격의 눈물이었다. 조선의 실학자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중국 사신으로 가는 길에 확 트인 요동벌판을 보고 통곡하며 그 감동을 통곡할 만한 자리, 호곡장(好哭場)이라 하지 않았던가. 연암이 ‘우는 것은 슬플 때만이 아니라 즐겁고 기쁠 때도 우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녀는 여행의 진수를 몸으로 말해 주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부부동반이었는데 모두들 다정하고 행복해 보였고 여행기간 내내 활짝 웃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평소에 잘 웃는 집사람은 얼마나 긴장했는지 여행기간 중 사진 찍을 때 잘 웃지 않았다. 모자(母子)가 함께 온 보기 드문 동행(同行)도 있었는데 아들이 어머니를 보디가드하면서 다정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여행기간 동안 또 하나의 체험은 이동 중 버스안에서 인솔자 하나투어 오현실님이 진행한 음악방송이었다. 처음에는 녹음된 것인 줄 알았는데 실시간 방송이었다. 오현실님의 진행은 한국에서 듣는 FM음악방송 보다 더 좋은 목소리로 진행되었고 짧은 시간 여행의 피로를 한순간에 녹이면서 여행의 품격까지 한껏 높여주었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관광이라 주마간산으로 스친 아쉬움이 있지만 배낭여행 등을 통해 여유 있고 세밀하게 볼 수 있다면 인문·지리학적 지식 함양과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 여행일 것 같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정 탓에 메모나 기록이 여의치 않아 기억만으로 여행기를 쓰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나이 들어 늦깎이에 찾은 여행이라 수없이 찍은 사진들도 나중에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재생하기 힘들다. 그래서 좀 더 젊을 때 여행을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여행자들이 왜 배낭을 메고 세계를 누비며 고행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역사유적지에 대한 인문학적 깊은 이해와 이를 통한 자기성찰까지는 어려웠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역사의 현장에 발을 디뎌 본 것이 큰 의미이다.

 

(2019.9.28)

 

 

 

 

런던 템즈강 타워 브리지를 배경으로

 

 

 

 

파리 쎄느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바라 본 야경

 

 

 

 

 에펠탑은 1889331일 준공되어 프랑스 혁명 100주년인 1889 56일 개관한 높이 320.75m의 탑으로 구스타프 에펠이 만국빅람회를 기념하여 세운 파리의 상징이다. 이것을 세운 프랑스의 교량기술자 쿠스티브 에벨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재료로는 프랑스에서 제조된 7,300 톤의 평로강이 사용되었고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 거대한 구조물을 완성하는데 공사기간이 2, 사망자는 단 1명이라고 한다.

 

 

 

 

에펠탑에서 바라 본 쎄느강

 

 

 

 

 

스위스 융프라우

 

 

 

 

 

 

 

 

 

 

 

 

 

 

물의 도시 베네치아

 

 

 

 

 

 

 

 

 

성 베드로 대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은 바티칸 시국에 있는 대성당이며, 기독교의 교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예수님의 열 두 제자의 한 명인 베드로의 무덤 위에 건립한 성당이라고 한다.1506년 짓기 시작하여 1626년에 완공, 120년이 걸렸고 르네상스부터 바로크까지 아우르는 긴 기간 동안 지어진 성당인데 자세한 것은 인터넷에서 별도 공부를 해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관람객들에게 떠밀리다시피 하여 입만 벌리고 탄성했을 뿐 내용도 의미도 감상하지 못하고 스친 것이 못내 아쉽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함께 해서 행복한 여행의 동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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