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노년의 길, 사랑의 길

송담(松潭) 2019. 10. 28. 09:39

 

 

노년의 길, 사랑의 길

 

 

 

 

 

부부갈등, 부부싸움의 시발은 누가 먼저 잘 못 한 것일까요?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물음처럼 원인을 따지기 매우 애매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니가 먼저’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노년에 부부싸움의 전세(戰勢)는 여자가 더 기세등등(氣勢騰騰)하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과도 남자가 더 손실을 입습니다. 남자가 화를 버럭 내는 것은 공중에 터지는 폭탄과 같이 펑! 하고 소리는 크지만 허공으로 흩어져버리기 때문에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퍼붓는 실제 상황보다 한참 앞서간 언어들은 못이 되어 가슴에 박힙니다.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지만, 부부갈등으로 황혼이혼을 하거나 이혼은 아니지만 따로따로 사는 졸혼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했다’는 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년에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부부사이의 좋은 관계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장을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부부갈등을 줄이고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나로부터’라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부부갈등의 원인이 일응 여자에게 있는 것 같아도 곰곰이 따져보면 그 뿌리에는 항상 자신이 있을 것입니다. 노년의 부부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처음에 우리가 어떠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세월호만이 아닙니다. 누구든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고 달콤하고 꿈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풀릴 수 있습니다.

 

사랑도 ‘연민’입니다. 어느 날 조용히 집사람의 흰 머리칼과 주름진 얼굴을 훔쳐봅니다. 가족을 위해 오랜 세월 희생해온 흔적이기에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노년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마땅이 제가 헌신해야할 시간입니다. 노년에 가야할 사랑의 길입니다.  함민복의 시를 다시 한 번 읽어 봅니다.

 

부부 / 함 민 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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