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걱정
부모는 자나깨나 자식걱정입니다. 자식의 출가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걱정입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자식이 여럿이면 더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식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부모는 언제나 노심초사하지만 자식은 별 감정 없는 언바란스(unbalance)입니다.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 때는 자신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알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때에 부모는 이미 이 세상에 없습니다.
요즘 상당수 부모들이 자식걱정이 더한 것은 지금의 청년세대들은 부모세대에서 비해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냈지만 취업이 안 되어 절벽에 서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롭습니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오고 아파트값은 폭등하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런 탓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요즘의 청년세대입니다.
어제는 비정규직인 아들이 대체휴무여서 함께 구례 산동온천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아들이 비정규적인 것은 우선 아들에게 책임이 있고 항구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찌됐든 아들이 아직은 안정된 직업을 찾지 못했고 아직 미혼이어서 가끔 짠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아들은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성실합니다. 그리고 공대출신이라 취업기회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습니다. 무엇보다 신앙심이 깊고 생활이 건전합니다. 언제가 제가 아들이 타고 다니는 중고차 모닝을 보며 “니 나이에 이런 차를 타고 다니니 여자친구가 없다. 어차피 결혼하면 차를 바꿔야 하니 미리 1.500cc정도의 신차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분명하게 “이 차가 어때서요?. 저는 결혼 후에도 모닝을 탈 수 있는 여자를 선택할 겁니다.” 간명하게 답하더군요. 물론 결혼 상대가 나타나면 요즘은 여자 주도적이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올해부터 아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결혼은 안 했지만 분가(分家)를 했습니다. 어제 산수유가 핀 시골마을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자랑스런 나의 아들 사진이다. 건강하고, 올해는 좋은 일 있었으면 한다.”
“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간결한 답이지만 그 속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2020.3.10)
< P.S >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아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저도 똑같은 심정으로 아들에게 전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요즘 나는 이따금 네가 자던 방에서 잔단다.
창밖 단풍나무 잎이 바람에 살랑이는 것을 본다.
때로 네 생각이 짙게 나서 돌아눕는다.
아프게 흘러갔을 네 청춘의 잠자리를 생각한다.
밤과 낮 그리고 홀로 문득 아파트 저 너머 다가올
네 생의 하늘을 너는 가늠해 보았겠지.
누구에게나 젊음은 그렇게 어두웠단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살아갈 환한 틈이 열리기도 한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면서 젊음은 간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너를 갈고닦으렴.
돈이 아니고 삶이다. 삶을 믿어라 든든하게. 네가 너에게 든든하게,
너를 신뢰하는 일상의 긍지를 키워야 한단다.
마을 앞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를 보아라.
너도 그렇게 너를 키워야 한다. 급급해 하지 말고
서둘지 말고 조급해 하지 말고 나무처럼 그렇게 너를 키위가거라.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달과 별들이 너를 찾아오리라.
그런 밤이 있고 잎이 찬란하게 피어날 아침이 있을 것이다.
또 보자. 아빠가
김용택/ ‘마음을 따르면 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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