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가을밤의 단상

송담(松潭) 2019. 10. 13. 06:33

 

가을밤의 단상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오늘이 음력으로 914일이다. 가을 밤하늘은 한없이 맑고 청명했다, 달이 너무 밝아 별이 보이지 않았다.

 

 문득 엊그제 광주 시립묘지 영락공원에 다녀온 일이 생각났다. 매년 시월의 첫날이면 6년 전 막내 동생이 잠들어 있는 그곳을 찾는다. 제례장이 있는 곳에서 영상 화면을 통해 동생의 사진을 보고 짠한 생각에 한참을 머물다 이제는 무심하게 가슴으로만 울고 왔다.

 

 금방 발길이 떨쳐지지 않아 주차장에 잠시 머무르며 주변을 살펴보니 평장(平葬)한 곳에는 유족들이 남긴 꽃다발들이 화려한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추모관 건물벽에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족들이 남긴 말들이 문자로 차례차례 돌아가고 있었다. 한결같이 슬픔과 그리움의 메시지였고 가슴 아린 사연들이었다.

 

 부모에게, 자식에게, 아빠에게, 엄마에게 ...... 하고픈 말, 못 다한 말들. 그중에서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가을이네!”이다.

 

 누가 누구에게 전하는 메시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자가 망자에게 전하는 가을이네이 한마디에 모든 슬픔이 거기에 다 묻어있는 것 같았다. ‘이 좋은 계절에 당신과 함께 하지 못하여 슬프다’, ‘가을이 왔으니 당신도 부디 이 가을을 맞아 행복하라.....

 

 푸르고 시린 가을하늘 그리고 이 밤, 먼저 떠난 자들이 못내 아쉽고 그리운 밤이다. 망자에게도 가을이 찾아 왔는데 지금 살아있는 자들에게 이 가을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2019.10.12. 22:30)

 

돌담에 구절초, 가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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