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그늘로 오래된 부고를 들었다. 더 오래전에 까맣게 잊은 사람의 부고였다.그이, 곽센떡은 우리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식모였다. 나에게 몰래 먹을 것을 주려다 주인에게 들켜 노상 두들겨 맞던 영자 언니가 무슨 일이었던지 식모살이를 그만뒀다. 무슨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아무도 그 집 식모로 오려 하지 않았다. 부잣집 딸로 고이 자란 주인 마나님이 일꾼들까지 십수명 밥해대는 게 쉬웠으랴. 보다 못한 엄마가 곽센떡을 추천했다. 인생 첫 노동에 지친 주인 마나님이 어린아이까지 딸린 곽센떡을 마지못해 허락했다. 몇살이나 되었을까, 서너 살은 되었던 것 같은데 그 아이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 닮아 눈이 커다란 아이는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제 엄마의 치맛자락 뒤에 숨어 있었다. 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