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44

2020년 5월

2020년 5월 비가 내립니다. 전원에서 비오는 날은 쉬는 날입니다. 어제까지는 텃밭 가꾸기, 소나무 전정 등 매일 일을 했는데 오늘은 일거리가 없습니다. 엊그제 심었던 고추, 가지 등 모종들이 본격적으로 생기를 찾고 줄기가 번성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비오는 날의 농심(農心)입니다. 우산을 쓰고 텃밭을 돌아보니 다들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작은 꽃밭에도 비를 맞은 돌맹이들이 번들하고 생기가 돕니다.. 어제는 어버이 날이라고 아들이 선물을 사 가지고 집에 잠깐 다녀갔습니다.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혼하라고 자꾸 독촉하면 아들에게 스트레스일 것 같아 올해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일흔이 다 되도록 할아버지 소리 한 번 못 들어 보았지만 거실에 놓인 카네이션을 보면서 그래도 아들이 알아서 잘하리..

전원일기 2020.05.20

전원에 도사린 인간욕망

전원에 도사린 인간욕망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어제 밤 11시에 잤으니 5시간 잤네요. 요즘 계속해서 기상, 수면시간이 이런 패턴입니다. 무슨 고민꺼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설렘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설렘? 5월이면 전원생활 만 6년이고 햇수로 7년째인데 저는 아직도 처음과 별반 다름없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면 가벼운 설렘이 있습니다. 정원과 텃밭에서 할 일 때문입니다.   어제는 벽돌집에 가서 디딤돌(석재)을 약간 주문해 놓고 왔습니다. 전원에 와서부터 물건을 사기 전에는 집사람과 통화를 해야 합니다. 먼저 소요금액을 말하고 구매 이유를 설명해서 집사람의 결재를 받아야 계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벽돌집 사장님은 “요즘 남자들은 모두 부인들 눈치보고 살구나!”했을 것입니다. 저뿐..

전원일기 2020.02.05

순천에 깔끔한 찻집, 차야(茶也)

순천에 깔끔한 찻집, 차야(茶也) - 순천시 상사면 오실길 36 - 차야는 홍차,중국차 전문 찻집이다. 차에 대한 모든 것을 학습할 수 있는 차 아카데미이며 티클레스를 운용한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배치된 물건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주인장의 세련된 미적 감각이 엿보인다. 차 한 잔의 여유가 풍경 속에 아늑하다. 테이블위에 있는 찻잔은 인테리어 소품이다. 찻잔 속에 국화 꽃잎을 띄웠다. 시인 나태주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듯. 작은 찻잔에 노란 꽃잎의 순수! 소품을 만든 그 손길, 그 마음이 예쁘다. 사랑스럽다. 차야는 깔끔한 찻집이라는 첫 인상과 함께 곳곳에서 숨어있는 공간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넓은 창의 건물구조는 밖의 녹색조망을 안으로 끌어들여 신선함을 안에서도 ..

전원일기 2020.01.12

8월처럼 살고 싶다네

8월처럼 살고 싶다네 지린 문제완作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개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

전원일기 2019.08.12

차종민 화백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

차종민 화백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 그동안 비교적 남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했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특별히 제가 받은 것이 너무 많아 염치가 없는 분이 계십니다. 순천시 주암면 용오름마을에 거주하신 산골화실 차종민 화백님이십니다. 2004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15년 동안 교류하면서 그림을 비롯한 여러 예술품을 받았고 이렇게 귀한 창작품들은 저희 집의 품격을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저는 미술이나 예술분야에 문외한이지만 우선 작품이 마음에 딱 들었고 거실, 안방, 2층방, 다락방 등 곳곳에서 은은한 향을 발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붓끝이 전하는 소담스런 이야기, 고도한 예술혼이 숨 쉬고 있는 작품들은 저의 정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큰 자부심까지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가끔 차화백님을..

전원일기 2019.04.29

사색의 숲길

사색의 숲길 요즘 산야는 짙은 녹음으로 가기 전에 볼 수 있는 연두색입니다. 나무들이 여린 잎사귀를 막 피어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때가 가장 부드럽고 유순한 산의 모습입니다. 지천으로 흐드러진 화려한 봄꽃도 좋지만 이 연한 연두색 빛깔을 놓치지 않으려고 4월엔 좀 부지런해집니다. 오늘도 새벽 일찍 뒷산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겨울에는 산 봉오리와 능선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어머니 산’처럼 포근해 보였습니다. 옷을 벗은 나무들의 잿빛 군락에 눈이라도 쌓이면 그곳은 어디든 알프스의 산이 됩니다. 그때도 아름다웠던 산에 ‘산 벚꽃’이 피고 그 여백이 연두색으로 채워지면 드디어 한 폭의 부드러운 수채화가 완성됩니다. 그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이런 계절에 새벽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하는 삶이란 참으로..

전원일기 2019.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