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57

2021 여름

2021.6.18 꽃 속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갓 피어난 것이어서 그런 것인지 속이 참 깨끗하고 맑습니다. 아름다움에 더하여 연하고 순수한 빛깔이 마음까지 밝게 해 줍니다. 이처럼 맑고 고운 순간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으면 합니다. 전원생활이 힐링인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을 맞는 것입니다. (2021.6.27) 뒷산에서 가져 온 죽은 나무토막을 화분위에 올리니 목부작이 되었습니다. 백일홍꽃을 위에서 내려다보았습니다. 꽃 속에 또 다른 작은 꽃들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피어 있습니다. 작은 꽃들은 엄마꽃 품에 안긴 새끼 꽃들인가요? 자세히 보면 뭔가 새로운 것들이 있습니다. 경이롭습니다. 나리도 활짝 피었습니다.(2021.6.27)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

전원일기 2021.07.21

전원의 밤풍경

전원의 밤풍경  미술가들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낼까 하고 처음에는 대상(사물 또는 풍경)을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다가 나중에는 보는 사람의 느낌, 감정, 인상을 화폭으로 나타낸다. 또한 대상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보고 모자이크형태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림에서 대상을 아예 없애버리고 화폭에 점을 찍거나 물감을 흩뿌리기도 한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도발(挑發)은 새로운 사조(思潮)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창작은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생활 속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창작은 기존의 것이라도 새롭게 변화시키면 그것이 곧 창작이다. 우리 마을 이성수&홍광옥 이사님 정원은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그분들은 화폭이 아닌 자연에다 매일매일 그..

전원일기 2021.06.11

마음속의 잡초

마음속의 잡초 무슨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고사장에 갔는데 시간 내에 교실에 입실하지 못했다. 마음이 황급하여 교실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어떻게 해서 입실을 하게 되었다. 시험은 커다란 밥상에 여러 가지 음식이 가득 차 있었는데 각각의 접시에 담긴 음식물을 보고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이 음식 소스의 원산지는 어디며 무엇에 효용이 있는가? 하는 식의 문제였다. 그런데 아무리 문제를 풀려고 해도 한 문제도 풀 수 없었다. 시작부터 내내 초조하며 안절부절 애를 태우고 또 태우다가 시험시간이 종료되고 말았다. 수험생들이 모두 교실을 떠나고 나홀로 남아 절망하며 울었다. 꿈이었다. 일어나 보니 새벽 3시였다. 꿈이 하도 선명하고 기분 나쁜 꿈이어서 더 이상 잠을 청하지 못했다. 어젯밤 잠들기 직전에 샤워..

전원일기 2021.05.23

2021 봄

2021 봄 며칠 전 뒷산에서 뿌리가 붙어있는 고목을 캐와 페인트로 단장하여 꽃밭에 배치했습니다. 뿌리가 붙은 것을 연리근(連理根)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나무박사 우종영박사의 연리지에 대한 사랑이야기입니다.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서로 가까이 있는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부르는데, 두 나무의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連理根), 서로의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라고 일컫는다. 연리지 현상이 일어나면 처음에는 그저 가지끼리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맞닿은 자리가 붙어 한 나무로 변한다. 땅 아래의 뿌리는 둘이면서 지상에 나온 부분은 그렇게 한 몸이 되는 거다. 연리목은 가끔 만날 수 있지만 가지가 붙은 연..

전원일기 2021.04.28

사소한 것으로부터의 상상

사소한 것으로부터의 상상 전원생활을 하면 텃밭에서 나온 채소를 말려서 보관하기도 한다. 주로 고구마순, 표고버섯, 도라지, 호박, 무말랭이 등이다. 이런 것들은 동내 원주민들로부터 구입해서 말린 것도 많다. 그래서 비닐봉지에 넣은 그것들이 봉다리 봉다리 집안 곳곳에 쌓여있다. 집안을 투시해 보면 어린이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식량주머니가 쌓인 개미집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도 말려서 보관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가을 캔 무를 신문지에 싸고 창고에 보관했는데 엊그제 강추위에 무가 약간 얼어 버리기 전에 잘게 썰어 말리고 있다. 건조대 위에 네모난 용기안에 있는 무를 보면서 집사람이 참 '매시랍다'는 생각을 했다. ‘매시랍다’의 사전풀이는 ‘손끝이 야무지고 하는 일이 깔끔하다’는 뜻이다...

전원일기 2021.01.29

겨울이 왔으니 봄이 멀겠는가

겨울이 왔으니 봄이 멀겠는가 영미 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셸리Percy B. Sholey의 시 의 저 유명한 마지막 구절쯤은 기억하리라, "겨울이 왔으니, 봄이 멀겠는가 If winter comes, can spirg be far behind." 이 시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뜻으로 읽힌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춥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따뜻하고 화사한 나날들이 닥쳐오리니, 그때가 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통상적인 의미와 반대로 해석할 때, 시는 훨씬 더 심오한 의미 맥락을 획득하게 된다고 주장하려 한다. 가령 초점을 미래의 봄을 기다리는 희망에서 현재의 겨울을 안타깝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꿔보라. 그러면 시의 전체 의미는 다음과 ..

전원일기 2021.01.18

다도(茶道)를 생각해 보며

다도(茶道)를 생각해 보며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2013.11.19 새벽에 일어나면 가끔 녹차를 마신다. 나에게 녹차는 그냥 몸에 좋은 음료 정도이다. 녹차의 효능을 검색해 보면 녹차는 암을 막아 주고 몸속에 쌓인 나쁜 것들을 없애 주며, 비타민, 무기질, 아미노산 같은 좋은 성분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효용성과 녹차가 오랜 세월을 통해 검증된 차라는 믿음으로 차를 마신다. 다도(茶道)를 지켜 마시지 않고 머그컵에 평소 물 마시 듯 마신다. 다도(茶道)에 따라 차를 마시는 일은 선(禪)이요 수행지만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다구(茶具) 한 세트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장식용으로 거실에 놓여 있다. 그리고 차의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 혀끝에서 느끼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이와 차..

전원일기 2020.11.27

2020년 여름

2020년 여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니 이제는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밖에 나가 술자리도 가졌는데 올해 들어 거의 술자리를 갖지 못했으니 따분해졌나 봅니다. 어제가 하지이고 이제 초여름인데 더위가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서울이 35도가 넘는 폭염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위를 받아드리고 순응하는 글을 접했는데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글을 쓴 유명 작가가 아직 옥탑방에서 살고 있고 에어컨도 이제야 장만하겠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더위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에어컨 아래서 편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미안하고 송구스런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옥탑방 물탱크 (...생략...) 이제 막 하지가 지났다. 하지. 태양이 가장 가깝고 가장 높은 때. 일 년 중 낮이 가..

전원일기 2020.07.09

2020년 5월

2020년 5월 비가 내립니다. 전원에서 비오는 날은 쉬는 날입니다. 어제까지는 텃밭 가꾸기, 소나무 전정 등 매일 일을 했는데 오늘은 일거리가 없습니다. 엊그제 심었던 고추, 가지 등 모종들이 본격적으로 생기를 찾고 줄기가 번성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비오는 날의 농심(農心)입니다. 우산을 쓰고 텃밭을 돌아보니 다들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작은 꽃밭에도 비를 맞은 돌맹이들이 번들하고 생기가 돕니다.. 어제는 어버이 날이라고 아들이 선물을 사 가지고 집에 잠깐 다녀갔습니다.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혼하라고 자꾸 독촉하면 아들에게 스트레스일 것 같아 올해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일흔이 다 되도록 할아버지 소리 한 번 못 들어 보았지만 거실에 놓인 카네이션을 보면서 그래도 아들이 알아서 잘하리..

전원일기 2020.05.20

전원에 도사린 인간욕망

전원에 도사린 인간욕망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어제 밤 11시에 잤으니 5시간 잤네요. 요즘 계속해서 기상, 수면시간이 이런 패턴입니다. 무슨 고민꺼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설렘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설렘? 5월이면 전원생활 만 6년이고 햇수로 7년째인데 저는 아직도 처음과 별반 다름없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면 가벼운 설렘이 있습니다. 정원과 텃밭에서 할 일 때문입니다.   어제는 벽돌집에 가서 디딤돌(석재)을 약간 주문해 놓고 왔습니다. 전원에 와서부터 물건을 사기 전에는 집사람과 통화를 해야 합니다. 먼저 소요금액을 말하고 구매 이유를 설명해서 집사람의 결재를 받아야 계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벽돌집 사장님은 “요즘 남자들은 모두 부인들 눈치보고 살구나!”했을 것입니다. 저뿐..

전원일기 202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