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사소한 것으로부터의 상상

송담(松潭) 2021. 1. 29. 18:38

사소한 것으로부터의 상상

 

 

 

전원생활을 하면 텃밭에서 나온 채소를 말려서 보관하기도 한다.

주로 고구마순, 표고버섯, 도라지, 호박, 무말랭이 등이다.

이런 것들은 동내 원주민들로부터 구입해서 말린 것도 많다.

 

그래서 비닐봉지에 넣은 그것들이 봉다리 봉다리 집안 곳곳에 쌓여있다.

집안을 투시해 보면 어린이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식량주머니가 쌓인 개미집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미지 출처 : 아인교육

 

지금도 말려서 보관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가을 캔 무를 신문지에 싸고 창고에 보관했는데

엊그제 강추위에 무가 약간 얼어 

버리기 전에 잘게 썰어 말리고 있다.

 

건조대 위에 네모난 용기안에 있는 무를 보면서

집사람이 참 '매시랍다'는 생각을 했다.

‘매시랍다’의 사전풀이는 ‘손끝이 야무지고 하는 일이 깔끔하다’는 뜻이다.

 

그냥 무심코 무를 잘라 건조대에 말리고 있지만

그 단정함이 가정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집사람의 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네모난 틀 안의 개별 무 조각들이 하나의 문양을 나타내면서 전체적으로 그림을 만들어냈다.

만약 내가 화가라면 이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미술작품을 만들 수도 있겠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에 집사람의 품성이라는 재료를 엮어

아름다운 색깔과 문양을 빚어낸다는 구상이다.

그냥 하얀색인 무가 환상적인 꽃무늬로 바꿔지는 것이다.

 

비록 예술가는 아니지만  사소한 것으로부터 미적 상상을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창조해낼 수 있는 예술가들이 부러운 시간이다.

 

 

화순전남대병원에 전시 중인 김성대 초대전 ‘달에 핀 꽃’ 전시회의 작품이다. 폰으로 담아 왔다.

 

(2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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