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마음속의 잡초

송담(松潭) 2021. 5. 23. 09:21

마음속의 잡초

 

 

무슨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고사장에 갔는데  시간 내에 교실에 입실하지 못했다. 마음이 황급하여 교실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어떻게 해서 입실을 하게 되었다. 시험은 커다란 밥상에 여러 가지 음식이 가득 차 있었는데 각각의 접시에 담긴 음식물을 보고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이 음식 소스의 원산지는 어디며 무엇에 효용이 있는가? 하는 식의 문제였다. 그런데 아무리 문제를 풀려고 해도 한 문제도 풀 수 없었다. 시작부터 내내 초조하며 안절부절 애를 태우고 또 태우다가 시험시간이 종료되고 말았다. 수험생들이 모두 교실을 떠나고 나홀로 남아 절망하며 울었다. 

 

꿈이었다. 일어나 보니 새벽 3시였다. 꿈이 하도 선명하고 기분 나쁜 꿈이어서 더 이상 잠을 청하지 못했다. 어젯밤 잠들기 직전에 샤워를 해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고 특별한 고민거리도 없는데 이런 강박관념의 꿈을 꾸다니 이상했다. 꿈은 매일 꾸지만 어떤 꿈인지 잘 모르고 넘어갈 때가 대부분인데 어젯밤 꿈은 매우 칙칙하고 기분 나빴다.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나름대로 ‘꿈의 해석’에 들어갔다. 커다란 밥상에 많은 음식이 차려진 것은 좋은 꿈이지만 한 문제도 풀지 못하고 애태운 것은 나의 무의식 속에 ‘물질을 욕망하나 채워지지 않는다’, 또는 ‘무언가를 원하고 갈망하고 있으나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생각되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무의식이 진짜 그 사람 본래의 마음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겉으로만 태연할 뿐 욕심의 뿌리가 깊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스름이 서서히 가시고 있는 새벽 뜰에 나왔다. 파란 잔디는 언제나 깔끔하고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매일 보는 꽃밭의 조형물들도 꽃과 함께 조화롭다. 세속의 욕망은 정원의 꽃과 나무 사이에서 늘 잡초처럼 돋아나곤 한다. 마음이 헝클어지지 않도록 정원을 가꾸듯 늘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이른 새벽부터 뒷산에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오월의 전원은 풋풋하고 한가롭다.

 

(202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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