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마음을 담은 집

송담(松潭) 2024. 10. 22. 09:32

 

마음을 담은 집

 

 

집이 없어도 지구는 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집을 통해 이 지구상에서의 존재 의미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걸 존재의 가치라고 부를 일이다.

 

지구는 여전히 무심하게 돌 것이다. 우리는 그 순환에 맞취 살고 있다. 어떤 여행이든 순례든 그 뒤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가장 긴 순례, 지구 위에서 생명체로서의 순례를 마치면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흙으로 돌아간다. 지구는 돌고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그게 생명체에게 지정된 숙명이다.

 

사람이 집을 짓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집'이 담는 것은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집’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공간이다. 그 마음은 보이지도 않는데 가끔 이리저리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는 집의 가치는 보이는 잣대로 계측되지는 않는다.

 

(....생략...)

 

집의 가치는 기능적 조건을 다 넘어서 결국 마음을 담아내는 데 있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집은 돌아가야 할 곳인데, 그 집에는 항상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다. 건축가는 미래에 지어질 집을 설계한다. 언젠가 지어질 그 집이 어떤 집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집에 살 사람의 마음이 돌아가고 싶은 집. 그래서 결국 그 마음이 담겨 있을 집.

 

서현 / ‘내 마음을 담은 집(건원재)’중에서

 

< 2 >

 

나의 보금자리

 

 

목조의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집안은 고급 가구나 화려한 장식품이 없어 오히려 심플하고 아름답습니다. 벽에 걸린 설경 등 모든 그림들이 저의 취향에 맞으며 은은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거실과 방에 배치한 수석들은 각자 독특한 형상과 빛깔을 내며 품격 있게 보입니다. 집안의 모든 배치가 미적(美的)이고 깔끔하니 이 정도면 어느 멋진 예술인의 집과도 같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듭니다. 정원과 집안을 매일 둘러보아도 만족스럽습니다. 저에게 항상 즐거움과 정서적 안정을 주는 행복한 공간입니다.

 

 

 

2층에서 바라본 상사호

 

 

 

< 3  >

 

전원으로 온 수석(壽石)

 

 

어제는 광주 누나 집에서 귀한 수석을 가지고 왔습니다. 매형께서 직접 전국을 돌며 채집한 돌입니다. 물속에서 돌을 발견하고 들어 올릴 때 그 벅찬 감격이 상상됩니다. 무거운 돌을 배낭에 메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또 얼마나 설렜을까요. 한 때 매형을 무진장 몰입하게 했던 수석들이 수십년 아파트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전원으로 왔습니다.

 

어제 가져온 것들은 묵석이 많습니다. 최근에 ‘침묵의 철학’을 화두로 던진 저에게 딱 맞는 친구들입니다. 누나, 매형께 감사드립니다. 이젠 제가 보고 느끼고 배우겠습니다.

(2023.6.14)

 

마음에 든 수석 3점을 선정하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완전무결(完全無缺)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 두 면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풍상을 겪고 이제는 차돌처럼 단단해졌습니다. 이 수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 평화, 참신, 단아, 품위 이런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저희 집에 있는 수석 중 제일 명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완전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 이런 품성을 닮고 싶습니다.

 

 

 

무언집중(無言集中)

 

돌 위에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침묵하고, 집중하라'고 합니다.

 

 

 

 단순명쾌(單純明快)

 

거대한 바위위에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심풀한 '직선의 미'가 장엄함을 더해줍니다.

 

* 이런 모양의 산을 거문토성(巨門土星)의 형태로 분류한다. 아주 귀하게 여긴다. 제왕이 배출되는 기운을 지녔다고 본다. 왜 제왕인가? 제왕의 첫째 자질은 공평(公平)에 있다. 공평해야 만인을 다스린다. 공평함에서 카리스마가 나오는 것이다. 편파적이면 존경받지 못하고, 결국은 분란을 초래한다. 거문토성의 산은 정상 부위가 평평하므로 이 산을 평상시에 많이 보고 생활한 사람은 무의식에 공평한 마음을 축적하게 된다. 테이블처럼 생긴 모습은 마치 저울대의 양쪽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평평한 균형 상태의 모습과 같다. 조용헌 / '내공'중에서

 

 

< 거실 >

 

 

장군산(將軍山)

 

붉은 기운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힘이 넘칩니다.

 

 

 

거실의 배치를 최대한 심플하게 했습니다.

고급 장식장이 없고 검정과 청자색으로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목련과 작약은 모두 큰 꽃잎을 눈물처럼 떨구며 진다.

목련과 달리 작약은 낙하하며 자신을 쉽게 더럽히지 않는다.

필멸자로서 인간은 작약에게 낙법을 배워야 하지 않겠나.

김영민 / ‘가벼운 고백’중에서

 

 

거실 반달창에 비친 하늘

창을 통해 계절을 봅니다.

보름달이 뜨면 창을 통해 달빛이 내려옵니다.

 

 

 

< 안방 >

 

 

 

 

 

< 2층 서재방 >

 

 

책상위에 놓인 물품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좌측에 있는 공로패는 42년 전 선친께서 작고하신 후 받으신 것이며, 가운데 아크릴 액자는 제가 쓴 수필집 출판을 기념하는 기념패로 순천시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그 앞에 인조 꽃 장식품은 어느 해 어버이 날 아들한테 받은 것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수석은 어머니가 아이를 등에 업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앞에 셋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들을 보면서  오래 전 돌아가신 선친과 모친에 대한 못다한 정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어버이날 아들이 전해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다시 마음에 새겨봅니다.

 

 

 

 

기다리는 여인

 

아이를 등에 업고

일 나간 남편을 무심코 기다리고 있습니다.

 

 

 

 

 

 

 

 

 

 

광주 누나집에 있는 수석들이 모두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2023.7.18)

 

 

 

< 별채 : 다실방 >

 

 

 

 

< 4 >

 

정원의 돌들

 

 

 

 

 

철학자의 얼굴

선명하지 않고 또렷하지 않아 난해(難解)할 것 같은 얼글.

 

            

    

 

 

 

 

 순천에 첫눈
(2023.11.18)
 

 
가을빛(단풍) + 겨울빛(눈)
 

 

 

 

 

 

< 5 >

 

지금 이대로 
 

 
 
노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젊을 때는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노인이 되면 관조(觀照)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너무 열심히 살면 세월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 아쉬울 것 같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살면서 그마나 빠른 시간을 늦춰야 합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조급해 하지 않는 것, 돈 쓰는 문제에 대해 너무 궁색하지 않는 것, 쓸데없이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 것, 상대를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등입니다. 그동안 혹시 소원(疎遠)해진 사람들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여유로운 삶입니다.
 
다음으로 지적 활동과 놀이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가 골프, 그라운드 골프, 게이트 볼, 활쏘기, 요가 등을 하는데 저는 주로 집에 있으면서 풀 메기 등 정원 일과 때때로 책읽기나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잘 놀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집사람은 밖에 나가 취미활동을 하면서 몸을 많이 움직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이 나이에  ‘나는 누구인가?’(인문학적 물음)와 ‘나는 무엇인가?’(과학적 물음)을 구분하고 탐구한다고 무엇을 얻겠습니까? 깊이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인지적 구두쇠’가 되더라도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주 웃고 즐기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칸트처럼 골 때리고 난해하게 살지 말고,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노마드(nomad)’의 삶을 살거나,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살아야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동네 이웃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돌면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집사람과 취미가 달라 매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어렵고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새장 속의 새는 자유가 그립고, 새장 밖의 새는 하루 종일 날다가 지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나이에 저 혼자 떠돌면 더 피곤하고 지칠 것 같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한데 굳이 남들 따라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이대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무언가 설렘이 있고 아프지 않고 고통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고요한 바다에 거대한 섬.

그 옆에 점 하나, 작은 새끼 섬.
섬은 기암괴석으로 산맥을 이루고

기슭엔 산그림자를 드리우니
마음은 어느덧 명경지수(明鏡止水).


 

 

< 6 >

 

세유헌(細遊軒)의 사계(四季)

  

 

 

 

1(2016.5)

 

 

2

 

  

 

 

여름

 

 

 

가을 1

 

가을 2

 

겨울1(2014.1)

 

 

겨울2(2015.12)

 

 

< 세유헌(細遊軒) : 우리집 당호(堂號) >

 

- () : 가늘다. 미미하다. 작다.

- () : 놀다. 즐겁게 지내다. 자적하다.

- () : 

 

* 세유(細遊)가벼운 즐거움’ ‘조그마한 여유로움’ 등을 뜻하고

(낚시할 때) 고기가 입질하여 손끝에서 느끼는 순간의 짜릿한 맛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최태열부시장님 내외분께서 방문하시어 거실에 걸린 그림의 제목(세유:細遊)을 보시고 

당호를 지어 주셨다.

 

 

                                              

          

 

 (그림의 부분 촬영)

 

* 그림은 순천시 주암면 운룡리에서 자연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사시는

   산골화실 "혜동자 차종민" 화백님의 작품이며 

  우리집 거실에서 은은한 향기를 발하고 있다.

 

 

< 순천시 오픈가든으로 선정, 2015년 >

 

 
 
 
 
 

 

 [드림저널=박수형 기자] ‘정원의 도시’ 순천시가 순천만국가정원과 연계해 잘 가꾼 개인정원을 공개하는 ‘오픈가든 투어’를 오는 12월 1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하는 ‘오픈가든 투어’는 개인이 가꾸고 있는 정원을 일정기간 이웃에게 공개하고 나누는 정원관광투어 프로그램이다. 이는 순천시가 정원의 도시로서 국가정원뿐 아니라 다양한 개인정원이 많이 있음을 알리고 정원산업과 연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이를 위해 순천시는 지난 10일까지 참여할 개인정원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 오픈가든 투어 운영의 적합성, 정원관리상태, 투어소요시간과 거리 등을 고려해 8곳의 참여 정원을 선정했다.(생략)

기사입력  2015/11/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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