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마음을 담은 집

송담(松潭) 2024. 4. 24. 17:09

 

마음을 담은 집

 

 

집이 없어도 지구는 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집을 통해 이 지구상에서의 존재 의미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걸 존재의 가치라고 부를 일이다.

 

지구는 여전히 무심하게 돌 것이다. 우리는 그 순환에 맞취 살고 있다. 어떤 여행이든 순례든 그 뒤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가장 긴 순례, 지구 위에서 생명체로서의 순례를 마치면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흙으로 돌아간다. 지구는 돌고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그게 생명체에게 지정된 숙명이다.

 

사람이 집을 짓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집'이 담는 것은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집’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공간이다. 그 마음은 보이지도 않는데 가끔 이리저리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는 집의 가치는 보이는 잣대로 계측되지는 않는다.

 

(....생략...)

 

집의 가치는 기능적 조건을 다 넘어서 결국 마음을 담아내는 데 있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집은 돌아가야 할 곳인데, 그 집에는 항상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다. 건축가는 미래에 지어질 집을 설계한다. 언젠가 지어질 그 집이 어떤 집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집에 살 사람의 마음이 돌아가고 싶은 집. 그래서 결국 그 마음이 담겨 있을 집.

 

서현 / ‘내 마음을 담은 집(건원재)’중에서

 

 

< 2  >

 

전원으로 온 수석(壽石)

 

 

어제는 광주 누나 집에서 귀한 수석을 가지고 왔습니다. 매형께서 직접 전국을 돌며 채집한 돌입니다. 물속에서 돌을 발견하고 들어 올릴 때 그 벅찬 감격이 상상됩니다. 무거운 돌을 배낭에 메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또 얼마나 설렜을까요. 한 때 매형을 무진장 몰입하게 했던 수석들이 수십년 아파트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전원으로 왔습니다.

 

어제 가져온 것들은 묵석이 많습니다. 최근에 ‘침묵의 철학’을 화두로 던진 저에게 딱 맞는 친구들입니다. 누나, 매형께 감사드립니다. 이젠 제가 보고 느끼고 배우겠습니다.

(2023.6.14)

 

마음에 든 수석 3점을 선정하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완전무결(完全無缺)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 두 면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풍상을 겪고 이제는 차돌처럼 단단해졌습니다. 이 수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 평화, 참신, 단아, 품위 이런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저희 집에 있는 수석 중 제일 명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완전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 이런 품성을 닮고 싶습니다.

 

 

 

무언집중(無言集中)

 

돌 위에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침묵하고, 집중하라'고 합니다.

 

 

 

 단순명쾌(單純明快)

 

거대한 바위위에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심풀한 '직선의 미'가 장엄함을 더해줍니다.

 

* 이런 모양의 산을 거문토성(巨門土星)의 형태로 분류한다. 아주 귀하게 여긴다. 제왕이 배출되는 기운을 지녔다고 본다. 왜 제왕인가? 제왕의 첫째 자질은 공평(公平)에 있다. 공평해야 만인을 다스린다. 공평함에서 카리스마가 나오는 것이다. 편파적이면 존경받지 못하고, 결국은 분란을 초래한다. 거문토성의 산은 정상 부위가 평평하므로 이 산을 평상시에 많이 보고 생활한 사람은 무의식에 공평한 마음을 축적하게 된다. 테이블처럼 생긴 모습은 마치 저울대의 양쪽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평평한 균형 상태의 모습과 같다. 조용헌 / '내공'중에서

 

 

< 거실 >

 

 

장군산(將軍山)

 

붉은 기운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힘이 넘칩니다.

 

 

 

거실의 배치를 최대한 심플하게 했습니다.

고급 장식장이 없고 검정과 청자색으로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거실 반달창에 비친 하늘

창을 통해 계절을 봅니다.

보름달이 뜨면 창을 통해 달빛이 내려옵니다.

 

 

 

< 안방 >

 

 

 

 

 

< 2층 서재방 >

 

 

 

기다리는 여인

 

아이를 등에 업고

일 나간 남편을 무심코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광주 누나집에 있는 수석들이 모두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2023.7.18)

 

 

 

< 별채 : 다실방 >

 

 

< 3 >

 

돌의 미덕 

 

 

검은 돌(묵석 墨石)을 바라보면 묵직함을 느끼고 마음이 고요해 집니다. 호피석(虎皮石)을 바라보면 무늬도 아름답지만 돌이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 같아 힘 있게 보입니다. 호피석은 악귀를 쫓고 액운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수석은 저마다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어느 것은 산(山)으로, 동물로,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런 형태는 상징(象徵)이 되고 거기에서 고고한 분위기를 느낀다면 돌이 ‘아우라(Aura)’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혼(魂)까지 불어넣으면 토테미즘이 됩니다.

 

무생물인 돌로부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의 세계가 확장된 것이고 돌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하찮은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가 된 것입니다. 수석 애호는 단순한 취미를 너머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에게 돌이 주는 미덕은 고요, 침묵, 평안입니다.

 

(2023.7.28)

 

< 4 >

 

나의 보금자리

 

 

 

목조의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집안은 고급 가구나 화려한 장식품이 없어 오히려 심플하고 아름답습니다. 벽에 걸린 설경 등 모든 그림들이 저의 취향에 맞으며 은은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거실과 방에 배치한 수석들은 각자 독특한 형상과 빛깔을 내며 품격 있게 보입니다. 집안의 모든 배치가 미적(美的)이고 깔끔하니 이 정도면 어느 멋진 예술인의 집과도 같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듭니다. 정원과 집안을 매일 둘러보아도 만족스럽습니다. 저에게 항상 즐거움과 정서적 안정을 주는 행복한 공간입니다.

 

(2023.8.10)

 

 

2층에서 바라본 상사호

 

 

< 5 >

 

지금 이대로

 

 

 

노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젊을 때는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노인이 되면 관조(觀照)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너무 열심히 살면 세월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 아쉬울 것 같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살면서 그마나 빠른 시간을 늦춰야 합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조급해 하지 않는 것, 돈 쓰는 문제에 대해 너무 궁색하지 않는 것, 쓸데없이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 것, 상대를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등입니다. 그동안 혹시 소원(疎遠)해진 사람들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여유로운 삶입니다.

 

다음으로 지적 활동과 놀이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가 골프, 그라운드 골프, 게이트 볼, 활쏘기, 요가 등을 하는데 저는 주로 집에 있으면서 풀 메기 등 정원 일과 때때로 책읽기나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잘 놀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집사람은 밖에 나가 취미활동을 하면서 몸을 많이 움직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이 나이에  ‘나는 누구인가?’(인문학적 물음)와 ‘나는 무엇인가?’(과학적 물음)을 구분하고 탐구한다고 무엇을 얻겠습니까? 깊이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인지적 구두쇠’가 되더라도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주 웃고 즐기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칸트처럼 골 때리고 난해하게 살지 말고,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노마드(nomad)’의 삶을 살거나,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살아야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동네 이웃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돌면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집사람과 취미가 달라 매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어렵고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새장 속의 새는 자유가 그립고, 새장 밖의 새는 하루 종일 날다가 지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나이에 저 혼자 떠돌면 더 피곤하고 지칠 것 같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한데 굳이 남들 따라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이대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무언가 설렘이 있고 아프지 않고 고통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2023.8.7)

 

 

< 6>

 

정원의 돌들

 

 

 

 

 

철학자의 얼굴

선명하지 않고 또렷하지 않아 난해(難解)할 것 같은 얼글.

 

 

 

 

 

(2023.11.13)

 

 

 

 

다산(多産)과 풍요(豊饒)

 

 

정원에는 봄부터 지금 늦가을까지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집안에 좋은 기운이 돌아 꽃들이 풍성하게 피는 걸까. 돌(石)은 양(陽)의 기운을 갖는다고 하는데 정원의 여기저기 자연석과 집안의 수석 배치가 이러한 기운을 더해주는 걸까. 

 

 

 

                     

 

    

 

 

 

 

 순천에 첫눈
(2023.11.18)
 

 
가을빛(단풍) + 겨울빛(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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