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봄 날의 고민

송담(松潭) 2025. 4. 21. 16:00

봄 날의 고민

 

 

다음 달이면 전원생활 12년째에 접어듭니다. 세월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정말 잠깐입니다. 엊그제는 집사람과 전원생활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사람은 애당초 전원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제가 성화를 부려 어쩔 수 없이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나이 들기 전에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늙으면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 등입니다.

 

문제는 제가 아직까지 전원생활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가끔 ‘천국이 따로 없다.’고 느낄 정도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를 마다하고 전원에 온 것을 상당히 잘한 일이라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저는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하고 살았고 거기엔 늘 집사람의 양보와 희생이 따랐습니다.

 

전원에서 살면서 혹시 집사람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을 것입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심하게 앞집 노인회장님(83세) 나이 정도까지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도 10년 더 살겠다는 것이니 사실 죽을 때까지 살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가끔 옆집 토부정원의 뷰(view)를 보기위해 증축을 꿈 꿔 보기도 하고, 정원을 더 멋지게 만들려고 뭔가 돈쓸 궁리를 합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이나 체류형 농촌 주택 건설 업체에서 제공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재미있어 합니다. 이런 것들은 집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입니다. 때문에 제 욕구 충족을 위해 전원에 투자하고 싶어도 집사람이 결재해주지 않아 실행은 못하고 있습니다.

 

집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하면서 정작 집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거문제를 배려해 주지 않는것은 거짓 약속에 불과합니다. 진정으로 집사람을 위해 살겠다면 지금부터 떠날 준비를 해야 맞습니다.

 

올봄에도 정원에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노년의 삶을 한껏 만족시켜 준 이곳을 정녕 떠나야 하는지. 봄은 무르익고 고민은 깊어 갑니다.  2025.4.20

 

 

 

집사람이 정원에서 풀을 매고 있습니다. 맨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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