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542

김수미/ ‘살아남기’중에서

김수미/ ‘살아남기’중에서 김수미 1975년 3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제18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시골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살아남기 13 부자되세요 BC카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줍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는 친구의 말에 그랜져로 대답했습니다 TV가 뭐라하든 광고가 뭐라하든 내 지갑 안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본이 주인인 시대에 자본주의의 한 가운데 금융업무를 하면서 몇억짜리 수표는 나에겐 종이 내 지갑 안에 만 원짜리가 실제 허구와 실제를 구별해야 한다 가끔 이렇게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면 불야성을 이루는 자본의 함성에 기죽지 말고 눈요기로만 즐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거든 밤하늘에 별이나 실컷 바라보아야 한다 아직도 꿈꾸는 자본이 아닌 꿈을 향해..

공감 Best 20 2024.02.19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

공감 Best 20 2024.01.24

최낙춘의 겨울사진

최낙춘의 겨울사진 구례우체국 최낙춘지부장님께서는 현재를 가장 충실하게 살고 있는 멋진 사람입니다. 사모님과 수시로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답게 살고 계십니다. 단톡방에 올린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 제 블로그에 자랑거리로 올렸습니다.    화엄사에서 바라본 노고단 2023.12.21   고창 청보리밭2023.12.25    노고단2024.1.7   보성 율포해수욕장2024.1.1  최낙춘 작가 2024.1.7  다음 글은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최낙춘지부장님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글입니다. 보통의 인간들의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

전원일기 2024.01.08

당나라와 측천무후, 양귀비

당나라와 측천무후, 양귀비 수나라는 결국 멸망하고 그 대신 당나라(618~907년)가 등장하게 됩니다. 당나라를 건국한 이연, 즉 당고조(재위: 626~635년)도 관롱집단이었습니다. 참고로 이연은 노자의 후손을 자처하며 자기가 황제가 되는 걸 정당화했다고 합니다. 당나라는 건국 직후 다소 정세가 불안정했습니다. 앞서 수나라 때 터져 나왔던 수많은 반란들을 이제 당나라가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죠. 당나라 조정은 반란을 일으킨 군벌들을 차례차례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이연의 아들 이세민, 즉 당태종太宗(재위: 626년~649년)이죠. 이세민은 형과 동생을 살해하고,자신의 아버지까지 쫓아내 황제가 되는 패륜을 저지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패륜 행위로 정권을 잡았다 보니 이세민은 처..

역사 2024.01.07

전라도 하와이

전라도 하와이 “저어……, 이런 말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저어………… 그러니까 그게…………” 황연주는 말하기를 머뭇거리며 남편에게 눈길을 돌렸고, “무슨 얘긴데 그래? 무슨 문제든 여쭤봐. 한 선배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다니까." 이태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에, 다른 게 아니구요,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던 것인데, 전라도 사람에게는 물을 수가 없고, 딴 사람들한테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하는 건데요, 한 선생님이니까 안심하고 여쭤볼게요. 그게 다른 게 아니구요, 왜 전라도 사람들보고 '하와이, 하와이' 하면서 불신하고 나쁘게 생각하는지요.” 황연주가 한지섭의 눈치를 보아가며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하하하…….” 한지섭이 고개까지 뒤로 젖히며 흔쾌하게 웃어대고는, “그 별명에도 아..

역사 2023.12.21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손채경 변호사님께 안녕하십니까. 뵙지 못한 상태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신문의 민노진 기자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만능의 시대 현실에 안 어울리게 편지 쓰는 걸 이해하여 주십시오. 변호사님을 취재하려고 근무처로 열 번,예, 꼭 열 번을 찾아갔지만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대형 로펌의 파워가 엄청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저를 완전 차단, 거부하는 일을 당하면서 그 폐쇄적 파워를 여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완강한 배타적 조직 보호에 막혀 마음 단단히 먹었던 취재를 포기, 단념한다는 것은 기자의 근성상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변호사님의 핸드폰 번호를 알 방도가 없으니 다른 방법이 더 무..

조정래 소설 2023.12.19

꿈을 가진 사람이 사는 법

꿈을 가진 사람이 사는 법 한 송이 꽃의 희망 할아버지 (1884년)가 계신 집안에 4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어머님이 43세에 낳은 늦둥이다. 태어난 곳은 전라남도 화순 읍내에서4~5킬로미터 떨어진 수만리 1구였고, 1~4구까지 네 개의 마을이 있고 아랫마을에 국동리가 있었다. 우리 마을은 가게 하나 없던 한적한 동네였다. 우리 집 뒤뜰로 돌아가면 장독대를 지나 큰 감나무가 있었는데, 나는 매일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거나 멀리 이웃집과 동네를 내려다보곤 했다. 나는 자연 속의 소소한 행복을 좋아했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서 땅에 선을 그어놓고 땅따먹기를 하고, 자치기놀이, 재기차기, 저녁엔 진도리(술래잡기와 비슷한 놀이)를 하고, 논둑에서 쥐불놀이와 풀베기 등을 했다. 머리핀 따먹기와 동전 던지..

장기양 수필 2023.12.19

조정래 / ‘황금종이1,2’중에서

이태하는 썰렁해진 감정으로 닫힌 문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검사의 90퍼센트 이상이 반공주의자이고, 보수주의자이고, 출세주의자라는 말을 그는 새삼스럽게 곱씹고 있었다. “이 검 이야기 들었소. 헌데, 그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소?" 이튿날 일찍 부장검사가 이태하를 불러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 신속한 대응이었다. “부장님, 대기업의 그런 불법 행태는 사회불만을 증폭시키고, 그래서 사회불안을 가중시켜서 결국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반사회적, 반국가적, 반국민적 만행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벌해야만 다른 모든 기업들의 행태도 근절될 것이고, 국민적 호응도 받고, 국가도 정상 발전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태하는 미리 정리해 두었던 말을 한달음에 쏟아..

2023.12.17

산책길에서

산책길에서 겨울산은 포근하게 보입니다. 잎을 떨꾸어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을 것인데 멀리서 보니 산등성이가 부드러운 솜털로 덮힌 것 같습니다. 겨울눈이 쌓이면 더욱 포근해 보일 것입니다. 겨울산은 ‘어머니산’과도 같습니다. 묵묵하고 변함 없고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바라만 보아도 위안을 줍니다. 이 소나무들은 언젠가 심한 태풍에 가지가 찢기고 시달려 변형된 모습입니다. 시련을 이겨내고 굳굳하게 서 있는 모습이 나름 멋져 보입니다. 사철나무는 아니지만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낙엽에 둘러쌓인 연두빛이 선명하고 깨끗합니다. 머지않아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면 결국 스러지고 말 것인데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으니 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속에 묻힌 연두빛은 그 선연함이 절정을 이루며 사라져갈 것입니다...

전원일기 2023.12.07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들은 왜 싸울 수밖에 없는가 유대교 숙원의 땅, 이스라엘 유대인이 세운 이스라엘은 영욕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약 4,000년 전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가나안 땅을 물려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나안은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입니다. 하지만 가나안에 엄청난 기근이 닥치자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과 그의 열두 아들을 비롯한 가족은 나일강 하류인 이집트 땅에 이주해서 크게 번성했습니다. 처음엔 환영하던 이집트인은 유대인을 노예로 삼아 박해하기 시작했고 이를 피해 모세의 인도하에 유대인은 이집트를 탈출해 다시 가나안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영토를 확장해 기원전 1000년경에는 예루살렘에 성전을 구축하는 등 최고의 전성시대를 누렸지만 솔로몬이 죽자 이스라엘..

역사 202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