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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춘의 사진

'하늘과 구름' 1 순천 와온 바다(2024.9.18)  '하늘과 구름'2구례 > 순천 17번 국도(2024.9.17)   울산광역시 울주군 간월산(2024.9.8) 오전에 구례에서 벌초하고 오후에는 울산까지!축지법을 쓰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늘 새로운 곳을 찾아 열심히 사는 사람! 그는 매번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현재를 사람답게 산다. 보라! 거인(巨人)이 세상을 향해 뿜는 에너지를.   “인간은 태어나면 누구나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서 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그러한 삶이 자기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때부터 비로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자신에게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즉 정말 ..

전원일기 2024.09.28

산책길에서의 사색

산책길에서의 사색     뒷산 임도를 걸으면 항상 이 나무 아래서 잠깐 멈춥니다.높이 솟은 튼튼한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氣)를 받습니다.두 팔로 안아도 닿지 않을 나무를 보며 나무가 얼마나 강하고 튼튼한지를 느낍니다.옹두리의 상처 흔적이 장엄하게 보입니다.(2024.10.12) 숲길을 걷다보면 가끔 커다란 혹을 달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띈다. 병들거나 벌레 먹은 자리에 맺힌 결인 혹은 나무가 겪어온 풍상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옹두리를 볼 때마다 상처를 딛고 상승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나무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나무는 누구를 탓하지도 않고 비애조차 내비치지 않으며 홀로 그 상처를 치유한다. 생명이 하는 일이다. 생명은 그래서 장엄하다. 아무리 삶이 곤고해도 내색하..

전원일기 2024.09.27

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추석 명절을 경주에서 지내고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익산으로 차를 몰며, 문득 이 산하가 무덤 아닌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자들이 묻힌 거대한 공동묘지다. 얼마 전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여수 만성리 용골에서 느낀 감정은 이를 더욱 생생하게 했다.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어 있던 부역 혐의자 수백 명을 필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학살되었다. 여수·순천만 해도 이런 곳이 50여 군데나 있다. 한 달 뒤인 10월19일이면 여순사건 76주기다. 과연 이 사건은 한반도 역사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건의 여파는 지금도 미치고 있으며, 완성되지 못한 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점이다. 희생자 수가 1200명에서 1만명일..

역사 2024.09.20

다산의 책읽기

다산의 책읽기  책을 이야기할 때 다산 정약용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책에 관해 그가 남긴 이야기들은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게 귀감이 된다. “이부자리와 의복 외에 책을 한 수레 싣고 갈 수 있다면 이것이 곧 청렴한 선비의 행장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실려 있는 이 말은 처음 지방 관리로 발령을 받고 부임할 때 꾸려야 하는 행장의 바람직한 차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편지를 보내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밖에 없다. 폐족이 글을 읽지 않고 몸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 구실을 하겠느냐." “내가 밤낮으로 빌고 원하는 것은 오직 둘째아이가 열심히 독서하는 일뿐이다. 이른 새벽부터..

인생 2024.09.12

옹두리가 전해주는 말

옹두리가 전해주는 말  문득 익숙하던 세계가 낯설어질 때가 있다. 명료하다 여기던 것들이 모호해지고, 가깝다 생각하던 것들이 멀어지고, 질서정연하다 여기던 세상이 뒤죽박죽인 것 같고, 든든하다 여기던 것들이 속절없이 흔들릴 때, 나 홀로 세상에서 단절된 것 같은 느낌에 아뜩해진다. 부조리의 경험이다. 예기치 않은 죽음과 맞닥뜨릴 때가 특히 그러하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 일상의 흐름을 폭력적으로 단절시킨다. 단절은 고립이다. 세상이 부빙처럼 멀어져 갈 때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죽음과의 불쾌한 대면을 애써 연기하거나 피하려 한다. 하지만 죽음의 자각은 우리 삶을 근원에서 돌아보라는 일종의 초대이다. 영혼의 창에 드리운 어둠은 우리 삶의 부박함을 돌아보게 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고속열차를 타고 질주할 때..

공감 Best 20 2024.09.06

김호연 / ‘불편한 편의점’중에서

김호연 / ‘불편한 편의점’중에서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시현의 수많은 알바 인생의 종착점이 편의점이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녀 자신이 편의점 애용자이기도 했고, 그동안 여러 알바를 거치며 겪은 일들이 편의점 업무 곳곳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뷰티 스토어에서 배운 접객과 계산대 업무 노하우는 편의점에서의 업무와 거의 비슷했고, 배송회사에서 맡아 하던 소화물 분류 업무 역시 편의점 물품 진열과 비슷한 편이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제이에스JS'라 불리는 진상들을 응대하는 매뉴얼을 익힌 바 있고, 갈빗집에서는 자기가 구운 고기가 탄 걸 종업원 탓으로 돌리는 제이에스를 겪으며 멘탈도 단련했다. 이렇게 단련된 시현임에도 어디서 이사를 왔는지 최근 꾸준히 드나드는..

산해진미 도시락

산해진미 도시락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휴대폰 옆으로 내쉰 뒤 목청을 가다듬었다. "지갑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기차 안이고요, 다음 역에 내려 바로 돌아갈 테니까 좀 보관해주시거나 어디 맡겨주실 수 있나요? 사례는 제가 가는 대로 해드릴게요." "여기 있죠. 갈 데도 없죠." “그래요? 알겠어요. 서울역 어디서 만날까요?" “공항철도 가는 길.. GS편의점......요." 서울역에 도착하고 바로 공항철도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했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자 전방 오른편에 GS편의점이 있었고, 곰의 목소리를 지닌 사내가 도시락에 얼굴을 묻은 채 그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다가갈수록 분명해지는 그의 실체에 그녀는 다시 긴장의 끈을 움켜쥐었다. 대걸레같이 떡이 져 있는 장발의 사내는 얇은..

양귀자 / ‘원미동 사람들’중에서

양귀자 / ‘원미동 사람들’중에서   멀고 아름다운 동네  어머니가 은혜를 업고 안방 문 앞에 섰다. 아이는 밀려오는 설움을 참느라 입을 비죽거렸다.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아 눈물 콧물로 얼룩진 얼굴이 추위에 새파란데 어머니는 계속 내사마 좋다, 를 되뇌었다. 그러는 당신의 얼굴도 까칠하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제 살 집을 주시고 무사히 떠나게 하여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자손 만대 번영을 약속한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살기 좋은 땅을 주셨습니다. 그간 이 가족, 살 집이 없어 많은 고초를 겪었으나, 아버지, 이제 주님이 약속하신 땅 가나안을 찾아 떠날 수 있게 하신 은혜 감사합니다. 열여덟 평 연립주택을 마련하여 부천으로 떠나는 일이 당신에게는 가나안 땅으로 떠나는 일과 다름없다는 심정의 토로..

양귀자/'모순'중에서

양귀자/'모순'중에서  외식을 하기로 한 장소는 이모네 수준에 맞게 흐텔의 정통 프랑스식당이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어디로 갈까 많이 망설이다 정한 곳이라는 이모의 부연 설명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의 외식은 물론 그것마저 일 년에 몇 차례 불과한 일이지만, 망설임 한번 없이 단호하게 돼지갈비집이었다. 고기 타는 연기가 식당 바깥까지 자욱하고, 맛 좋기로 소문났다는 어머니의 자랑처럼 방마다 사람들이 가득 찬 그곳에서는 먹는 일도 노동이었다. 쉴 새 없이 고기를 뒤적이고, 연기를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고, 볼이 미어지게 싸 넣은 상추쌈으로 격렬한 입 운동이 불가피한 거기. 남동생과 나와 어머니는 전쟁터 속의 병사들처럼 묵묵히, 그러나 죽을 힘을 다해 돼지고기와 싸우다 거의 지쳐서 식당을 나오..

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 이기은   기다림은 비어있는 하얀캔버스연두색 봄, 녹음 짙은 여름붉은 정열의 가을을 그리고남긴 여백은 하얀 겨울다음엔 고즈넉한 기다림 기다림이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은내 가슴에 있기에누군가의 마음에서 가져와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기다림은 기다림만으로 아름답다 기다림의 공간에 끝 없는 그림을 그린다빼곡하게 채워져도 지우지 않고그 위에 덧 그린다삶이 지루한 날갈피갈피 걷어내며 어제를 추억하려곱게 분단장 시켜놓고 꼭 보담어 안으려 기다림은 온전히 내게서 잉태된선홍빛 열정이기에... 출처 : 다음카페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