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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 사라진 나라

시대정신이 사라진 나라  한때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야 날개를 펴듯,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저물 때에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헤겔은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미리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 비밀을 먼저 손에 쥐면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자신이 있든 없든, 일단 그것을 천명하려고 노력했다. 권위주의에서 보통사람들의 시대로, 다시는 군인이 권력을 잡을 수 없는 문민통치의 시대로, 평화적 정권교체로 증명된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고 관치를 넘어 공정한 시장경제의 틀을 만드는 것, 선거 때 표만 던지는 유권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민주주의..

명칼럼, 정의 2024.04.28

고양이 같은 봄이 달려듭니다

고양이 같은 봄이 달려듭니다 닭 잡으러 가는 고양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요. 얼마나 살금살금 가는지..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들릴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가더군요. 그러다가도 닭이 조금이라도 낌새를 챈 것 같으면 바로 얼음이 돼요. 숨도 참는 것 같더라고요.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된 순간이 지나고 지척이 되면 확 덮치는데요. 봄이 꼭 닭잡으러 오는 고양이처럼 다가옵니다. 아직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곧 "잡았다.” 하고 외칠 거예요. 그러면 천지 사방이 다 놀라서 진달래, 개나리 화들짝 피고 벚꽃 휘날리며 꽃들이 난장을 부리겠지요.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나면 초록이 내려옵니다. 김창완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중에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연두빛(2024.4.24 산책길에서)

절정의 순간

절정의 순간  매일 아침운동을 하면서 우리동네 ‘솔향기 나는 집’ 정원에 들립니다. 이집은 세컨 하우스여서 이 시간에는 주인장이 없습니다. 평상시는 정원 여기저기에 위치한 수석들을 감상하면서 돌들의 배치가 어떻게 새롭게 변했는지 살핍니다. 주인장의 독특한 취미가 만들어낸 이곳의 돌과 수석들은 모두 작품입니다. 저마다 풍미(風味)와 서사(敍事)를 갖춘 듯합니다. 오늘은 큰 바위돌을 휘감고 꽃을 피운 개복숭화(?) 나무를 보았는데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에 정원을 만든 주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하였을 터인데 자연 속에 그린 한 폭의 동양화 그대로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원의 품격이 한껏 고조(高調)됩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이러한 ‘절정의 순간’은 한 두 번일 것인데 자연에서는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