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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허튼소리 농사철이 끝나고 나면 농부들은 골병든 몸을 돌보느라 정형외과로 한의원으로 다니느라 바쁘다. 모두 지구 가열화로 농사짓기가 갈수록 어려워 몸과 마음이 몇배로 고달파서 일어난 일이라 한다. 이런 현상을 ‘기후 재난’이라 한다. 기후 재난은 농부들에게 가장 빠르고 험악하게 다가온다. 오늘 낮에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후배가 명예퇴직을 준비하면서 찾아왔다. “선배님, 앞으로 농촌에서 먹고살려면 지켜야 할 10계명 같은 거 없습니까? 생각나는 대로 몇가지만 들려주면 고맙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남은 삶을 아내와 함께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살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제 몸에서 ‘사람 냄새’가 날 것 같습니다.” 후배 말을 듣고 갑자기 거창고등학교 ‘직업 선택 10계명’ 중 몇가지가 떠올랐다. “내가 ..

인생 2024.11.11

할매가 되지 못한 할매

할매가 되지 못한 할매  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 남자가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잘생기진 않았던 모양이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지 않았던 걸 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여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교문 옆에 서 있었다. 내 운동화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번쩍 고개를 들고는 환하게 웃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속절없이 환한 미소가 기이해서 그 장면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못 알아보겄냐? 나는 단박에 알겄는디. 외삼촌을 쏙 빼닮았다이.” 아버지를 외삼촌이라고 부른다면 필시 고모의 아들일 터였다. 내가 아는 고모는 셋, 그 자손들 중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문득 할머니가 말끝마다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던 죽은 고모가 기억났다. 나는 그 고모를 아주 어려서 딱 한..

인생 2024.11.08

수치만으론 이해 못할 지방소멸

수치만으론 이해 못할 지방소멸  “지방소멸이라는 말 좀 제발 안 썼으면 좋겠다. 사라질 동네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방사능 폐기장에서 키우는 느낌이다.” 지난달 28일 오픈데이터포럼 열린세미나에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이 소개한 지역의 한 젊은 부부의 말이다. ‘지방소멸’은 일본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에 내놓은 책 에서 처음 쓰였다. 한국에도 유행이 됐다. 각종 ‘지방소멸 지수’가 만들어졌다. 2021년에는 감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강남, 광진, 관악, 마포만 생존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작 원조 격인 책에는 ‘소멸지수’라는 말이 없다. 2040년까지 20대 여성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 자치단체 896개를 ‘소멸 가능성이 높다’고 했을 뿐이다. ‘소멸’이라는 말이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