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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엔 중립이 없다” 추기경의 울림

“정의엔 중립이 없다” 추기경의 울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 연합뉴스  (...생략...) 유흥식 추기경이 지난 21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영상담화를 냈다. 12·3 내란 후 사제 등의 시위 참가와 성명은 있었지만, 종교 지도자로선 첫 공개 탄핵 목소리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 추기경은 “우리 안의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요청했다. “사회 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한 그의 개탄은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는 말로 이어졌다. 이 말에서 단테의 에 나온 “선과 악이 싸울 때 중립을 지키는 자에겐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면 과한 유추일까. 그렇..

명칼럼, 정의 2025.03.24

봇도랑에 물이 차면

봇도랑에 물이 차면  어둡고 으스스하다. 춘분 절기에 접어들었지만 냉기가 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습관적으로 뉴스에 눈길이 간다. 뭔가 새로운 소식이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탄식과 울분에 찬 언어가 난무한다. 진영을 막론하고 희망 섞인 예측을 쏟아내지만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날 선 감정들이 부딪치며 내는 굉음에 귀가 먹먹하다. 광장을 지날 때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려오는 날 선 언어에 저절로 낯이 찌푸려진다. 증오와 선동, 냉소와 저주의 언어를 들을 때마다 채찍에 맞은 듯 가슴이 아리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연이 입을 벌려 우리를 삼키려 한다. 그 심연의 이름은 적대감과 분열이다. 아름다움, 사랑, 자유, 진리, 가족 등 ..

명칼럼, 정의 2025.03.21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콜베르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다가 대차게 비판받으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꽥꽥거리며 몸부림치는 거위의 생깃털 뽑는 장면이 연상되는 탓에 언짢게 들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세금은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국민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 그리고 너무 요란하지 않게 걷는 게 좋다는 뜻이겠다.(...생략...) 우리의 소득세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반면에 소득세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