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9

시대정신이 사라진 나라

시대정신이 사라진 나라  한때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야 날개를 펴듯,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저물 때에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헤겔은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미리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 비밀을 먼저 손에 쥐면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자신이 있든 없든, 일단 그것을 천명하려고 노력했다. 권위주의에서 보통사람들의 시대로, 다시는 군인이 권력을 잡을 수 없는 문민통치의 시대로, 평화적 정권교체로 증명된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고 관치를 넘어 공정한 시장경제의 틀을 만드는 것, 선거 때 표만 던지는 유권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민주주의..

명칼럼, 정의 2024.04.28

고양이 같은 봄이 달려듭니다

고양이 같은 봄이 달려듭니다 닭 잡으러 가는 고양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요. 얼마나 살금살금 가는지..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들릴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가더군요. 그러다가도 닭이 조금이라도 낌새를 챈 것 같으면 바로 얼음이 돼요. 숨도 참는 것 같더라고요.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된 순간이 지나고 지척이 되면 확 덮치는데요. 봄이 꼭 닭잡으러 오는 고양이처럼 다가옵니다. 아직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곧 "잡았다.” 하고 외칠 거예요. 그러면 천지 사방이 다 놀라서 진달래, 개나리 화들짝 피고 벚꽃 휘날리며 꽃들이 난장을 부리겠지요.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나면 초록이 내려옵니다. 김창완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중에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연두빛(2024.4.24 산책길에서)

절정의 순간

절정의 순간  매일 아침운동을 하면서 우리동네 ‘솔향기 나는 집’ 정원에 들립니다. 이집은 세컨 하우스여서 이 시간에는 주인장이 없습니다. 평상시는 정원 여기저기에 위치한 수석들을 감상하면서 돌들의 배치가 어떻게 새롭게 변했는지 살핍니다. 주인장의 독특한 취미가 만들어낸 이곳의 돌과 수석들은 모두 작품입니다. 저마다 풍미(風味)와 서사(敍事)를 갖춘 듯합니다. 오늘은 큰 바위돌을 휘감고 꽃을 피운 개복숭화(?) 나무를 보았는데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에 정원을 만든 주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하였을 터인데 자연 속에 그린 한 폭의 동양화 그대로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원의 품격이 한껏 고조(高調)됩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이러한 ‘절정의 순간’은 한 두 번일 것인데..

마음을 담은 집

마음을 담은 집  집이 없어도 지구는 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집을 통해 이 지구상에서의 존재 의미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걸 존재의 가치라고 부를 일이다. 지구는 여전히 무심하게 돌 것이다. 우리는 그 순환에 맞취 살고 있다. 어떤 여행이든 순례든 그 뒤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가장 긴 순례, 지구 위에서 생명체로서의 순례를 마치면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흙으로 돌아간다. 지구는 돌고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그게 생명체에게 지정된 숙명이다. 사람이 집을 짓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집'이 담는 것은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집’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공간이다. 그 마음은 보이지도 않는데 가끔 이리저리 변하기도..

전원일기 2024.04.24

웨딩(Wedding)으로 가는 길

웨딩(Wedding)으로 가는 길    어느 날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맑고 똑똑하고 참신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눈에 비친 자식의 형상입니다. 누구든 자식은 귀하고 사랑스러울 것입니다. 제가 지금 제일 바라는 것은아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하는 것입니다. 몇 번의 미팅이 성사되지 않았지만아들이 선택하고,선택 받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로의 만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축복의 길이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2023.10.25) 숲길에서의 기도(祈禱)  뒷산 임도(林道)에 있는 숲길을 자주 걷습니다. 왕복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몇 군데서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거나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장소가 있습니다.먼저 40분쯤 걷다가 높이 솟은 튼튼한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氣)..

만약 당신이 떠나신다면

만약 당신이 떠나신다면 봄꽃이 질 때 사람들은 허무에 빠진다. 내리는 봄비에 속절없이 진 꽃잎들이 아스팔트를 수놓으면 왠지 마음이 스산해진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에 가지 말라고 붙들 수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애원하는 노래 중에서 ‘이프 유 고 어웨이’(If You Go Away)만 한 노래가 있을까. “당신이 이 여름날 떠나신다면/ 태양을 가져가신 거나 마찬가지죠/ 여름 하늘 날던 새들이랑 함께요/ 우리 사랑이 새롭고 가슴이 뜨거웠을 때/ 우리가 젊었고 밤도 길었을 때/ 밤에 우는 새를 위해 달은 내내 밝았지요/ 만약 당신이 가시겠다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팝송은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다. ‘이프 유 고 어웨이’ 역시 이름 있는 가수들이 앞다퉈..

클래식, 음악 2024.04.22

중국사 연대표

중국사 연대표 고대중국(요순/하/은) 170만년~2070 구석기,신석기,요순시대 2070 우왕, 하건국 1600 탕왕, 상건국 주와 춘추전국 1046 상멸망, 주건국 770 주 낙읍천도, 춘추시대 시작 403 전국시대 시작 진/한 통일왕조 221 진(秦) 중국통일(진시황) 206 진 멸망 202 유방, 한 건국 8년 전한 멸망, 왕망 신 건국 23년 후한 건국, 위진남북조(삼국시대+오호십이국+남북조) 154 황건적의 난 220 후한멸망 > 위 촉 오 삼국시대 280 진(晋)통일 317 동진 건국 420 동진 멸망 > 남북조 시대 수 / 당 / 송 589 수 통일 618 당 건국 960 송 건국 1127 금의 송 정복, 남송 건국 원 / 명 / 청 1234 몽골의 금 정복 1..

역사 2024.04.18

레이차를 만들며

레이차를 만들며 아침마다 레이차擂茶를 한잔 마신다. 레이차는 풀을 갈아 마시는 차이다. 이렇게만 쓰면 자연으로 돌아가다 못해 아무 풀이나 뜯어먹는 지경에 이르렀나 싶겠지만 레이차는 중국의 오랜 전통이 축적된 세련된 음료이다. 자연친화적일 뿐 아니라 영양가도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기 시작한 첨단 유행식품이기도 하다. 레이차의 '레이'는 한자로는 갈 뢰擂를 쓰는데 손 수手옆에 천둥 뢰雷가 합쳐진 글자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천둥차밥thunder tea rice’ 으로 불린다. 찻물에 곡류를 넣어 한 끼 식사처럼 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녹차가 찻잎을 우려서 마시는 데 반해 레이차는 먹을 수 있는 온갖 풀과 나뭇잎으로 만든다. 녹차는 이뇨작용을 일으키기 때..

조용헌 / ‘내공’중에서

진도의 '나절로' 선생 사진출처 : 남도일보 나절로 선생은 진도 임회면의 여귀산(女貴山, 457m) 아래 산다. '산부재고유선즉명山不在高有仙則名”이라 했다. 산이 높다고 좋은 게 아니라 그 산에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라는 뜻이다. 여인의 유방처럼 유두도 달린 형상인 여귀산 자락에 사는 나 선생은 '한국의 소로Thoreau'다. 미국의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소로는 45세에 죽었지만, 나 선생은 60대 중반에 여전히 건강하다는 점이 다르다. 소로는 오두막집에서 몇 년 살다가 도시로 나갔지만, 나절로는 평생 여귀산 아래의 연못을 떠나지 않고 우직하게 살고 있다. 나절로는 이름이 아닌 호다. 본명은 이상은이다. '내 방에는 시계가 없소. 내 방에는 거울이 없소. 내 방에는 달력이 없소..

카테고리 없음 20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