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족)

웨딩(Wedding)으로 가는 길

송담(松潭) 2024. 4. 24. 17:09

 

< 1 >
 
웨딩(Wedding)으로 가는 길
 
 

 
 
어느 날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맑고 똑똑하고 참신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눈에 비친 자식의 형상입니다.
누구든 자식은 귀하고 사랑스러울 것입니다.

 

제가 지금 제일 바라는 것은
아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하는 것입니다.
 
몇 번의 미팅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아들이 선택하고,
선택 받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로의 만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축복의 길이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2023.10.25)
 
< 2 >

숲길에서의 기도(祈禱)
 
 



뒷산 임도(林道)에 있는 숲길을 자주 걷습니다. 왕복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몇 군데서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거나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먼저 40분쯤 걷다가 높이 솟은 튼튼한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氣)를 받습니다. 두 팔로 안아도 닿지 않을 나무를 보며 나무가 얼마나 강하고 튼튼한지를 느낍니다. 옛날엔 이런 나무에는 ‘정령(精靈)’이 산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다음은 숲길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장소입니다. 약간 구부러진 가벼운 내리막길은 무척이나 평화롭게 보입니다. 우리네 인생이 이처럼 평화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먼저 아들도 이 길처럼 당면 결혼문제가 잘 풀리고 순탄한 인생길이 열리기를 빕니다. 이 길은 저에게 소원을 빌고 감사를 드리는 십자가와 같은 상징(象徵)의 길입니다. 지금은 숲속에서 기도하지만 아들이 원하는대로  앞으로는 주일에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시간을 갖아야겠습니다. 저에게도 신앙심이 생기는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2023.3.4)


 
 < 3 >
            
 

 
창발(創發emergence)
 
 

국어사전에 창발(創發)이란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어 내는 것을 말하고위키백과에서는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창발 또는 창발성은 과학과 관련이 깊은 용어인데 양자역학을 전공한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창발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글 자모가 기본 입자라면 단어는 원자라고 할 수 있다. '' '' '' ''이라는 기본 입자가 모여 '사랑'이라는 원자가 되었지만자음 '' '등으로부터 단어 '사랑'이 갖는 의미를 추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한글 자모가 모여 각각의 자모에는 존재하지 않던 의미가 새롭게 나타난 즉 창발된 것이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바다출판사중 -
 
창발은 기본입자원자와 분자와 같은 과학의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일어난다는 생각이 듭니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과 남이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 형제자매는 물론 부모보다 더 우선순위가 앞서는 것을 보고 여기에 창발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 여깁니다.
 
그런데 부부관계에서 창발현상이 일어나려면 원래 서로가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는 것이 전제해야 하고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배려했을 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양쪽이 충돌하여 분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결혼을 위해 미팅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에게 전합니다각자 자라난 환경이 다르고 개성이 다른 남녀가 서로의 이상에 맞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리고 이상형(理想型)이란 보편적 인간의 평범한 기대심리일 뿐신기루 같은 것이거나 관념(觀念)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그러니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좋은 인연으로 이끌어갈까에 집중하고 노력하라는 것입니다결혼이나 부부관계에 정도(正道)가 따로 없습니다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부디 아들에게도 선연(善緣)의 창발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2023.6.20)
 


< 4 >
 
웨딩 꽃
 

 
가끔 ‘희망’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아들이 결혼하기 위해 미팅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입니다. 그러다가 상대와 인연이 이어지지 않고 끝나버리면  당초 희망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을 남기고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몇 번의 미팅이 있었는데 아들이 찾는 결혼 대상은 첫째가 기독교인이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믿음이 형식적인 경우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여태껏 인연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이상형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아들은 모든 생활의 원칙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삼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습니다. 아들은 자신의 대학 진학과 현재의 직장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라고 하면서 결혼도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저희집 정원에 꽃들이 유달리 풍성하게 피는 것을 보면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사람은 “우리 집에 계절따라 늘 꽃이 피고, 우리 부부도 항상 ‘웃음꽃’을 피우고 사는데 왜 아들에게는 '웨딩 꽃’이 피지 않을까요.”하면서 함께 웃었습니다.
 
나무는 땅속에서 추운 겨울을 버티다가 봄이 오면 땅을 뚫고 새싹이 나와 마침내 꽃을 피워냅니다. 올해도 벌써 저물어갑니다. 내년에는 아들이 ‘웨딩 꽃’을 피워내길 바랍니다. 희망은 더디지만 서서히 우리곁으로 오고 있다고 믿습니다.
(2023.12.5)
 

< 5 >
 
봄날의 기다림
 


우리집 정원에는 3월 중순부터 맑고 고운 수선화가 피더니 이달 초부터는 튜립이 아름답게 피어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대문을 막 들어서면 보이는 꽃밭의 튜립은 꼭 누군가를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4.4.12)

 

 

 

프롬은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며, 

능력의 문제이지 대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므로 주는 능력의 문제가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나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모두 주는 능력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랑의 대상은 이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랑의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존재한다.

주창윤 / ‘사랑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새우난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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